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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69>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우주괴물과 인간들의 사연들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4-04-15 18:44:2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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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발표된 일본 만화 ‘기생수’를 모티브로 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가 공개되자마자 시청률이 비영어권 1위, 글로벌 2위에 올랐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단 소식이 이젠 딱히 새롭지도 않다. 작품마다 다소 편차가 심하긴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왕성한 창작력을 자랑하며 끊임없이 신작을 쏟아낸다.

실망한 적도 있으나 일단 ‘연상호’ 브랜드가 붙은 작품은 하나하나 챙겨 본 만큼 나도 어쩔 수 없는 연상호 팬이다. 스릴러, 좀비물, SF, 오컬트 등등 장르를 넘나들며 마치 공장처럼 신작을 찍어내는 와중에도 작품마다 빼놓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연상호 유니버스’를 외면하기란 어렵다.

‘기생수- 더 그레이’도 인간을 말살하려고 지구에 온 외계생명체와 그에 대항하는 인간 이야기를 한국 전통놀이 상모돌리기가 연상되는 신선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쉴 새 없이 신체변형이 일어나는 SF호러, 스릴러를 가미해 넘치도록 푸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허나 연상호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연상호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 ‘부산행’처럼 대형 블록버스터가 놓치기 쉬운 저마다의 ‘사연들’을 붙잡고 가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상에서도 누군가 돌발 행동이나 발언을 하는 순간 뭔가 사연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 꽤 많은 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 나오는 주요 인물 각자의 사연은 물론이고, 비주얼로도 아주 생소하고 공포스러운 외계생명체들의 사연까지 절절하게 풀어낸다. 그랬구나. 뭐 그렇다면, 지구를 좀 침략할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지… 라고 범우주적 이해심이 발동되기까지 하는 것이다.

각자의 사연들은 한국 콘텐츠의 어마어마한 동력인 것 같다. 최근 공개된 화제작 ‘삼체’ 시리즈 중 한 편 정도의 제작비로 ‘기생수- 더 그레이’ 6부작 전체가 제작됐단 소식도 들었다. 우리가 돈이 없지, 사연이 없냐? 하긴 우리나라만큼 사연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 작품 마지막 장면엔 일본 영화판 ‘기생수’의 주인공 신이치가 등장하며 끝난다. 다음 시즌엔 사연 배틀 한·일전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 서둘러 제작이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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