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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와 시도] 공간이 생기니 문화가 스며들더라…‘詩 낭독회 맛집’ 주인장의 솜씨

손음 시인과 카페 영도일보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4-14 18:55:1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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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시단 중진의 복합문화공간
- 낭독회·밥콘서트 등 행사 치뤄
- “지역민 참여하는 詩치료 구상”

지난 12일 저녁 손음 시인의 초청을 받고 정익진 김예강 김형로 시인이 부산 영도구 청학동(일산봉로 100번길 2) ‘카페 영도일보’에 모였다. 이 모임에 동행했다. 영도구청 근처 주택가 언덕에 자리한 아담한 카페 영도일보 마당과 실내는 풀·나무·꽃·그릇·책장·시집·전축·탁자·의자, 모든 게 자기가 있을 자리에 스며든 듯 자연스러웠고 옛것의 멋이 깃들었다. ‘주인장 손음 시인이 유럽 여행을 자주 다니며 안목을 높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지난 14일 부산 영도구 카페 영도일보에 모인 정익진 시인, 손음 시인(카페 영도일보 주인장), 김예강 시인, 김형로 시인.
손음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아뇨. 저는 아직 해외여행을 안 가봤어요.”(웃음) 그는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월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부산 시단의 중진이다. 대화하며, 손 시인이 생활인으로서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느꼈다. “8년 전 영도로 이사 왔어요. 그전엔 해운대 신도시에서 20년 살았습니다. 직장 생활도 했고, 광고 일도 하며 열심히 살았죠.”

아주 좁은 땅만 보여도 뭘 심고, 공간 가꾸는 일을 원래 좋아했다는 손 시인은 남편의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준비해 2022년 8월 카페 영도일보를 열었다. 이 카페는 예약제다. 손 시인은 “카페 영도일보는 카페이면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정체성을 표현했다. 맛있는 유럽풍 음식과 커피를 손님에게 내는 일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행사도 기획·진행하려니 혼자로는 손이 모자라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카페 영도일보는 그간 꽤 많은 예술·문화 관련 일을 거뜬히 치렀다. “‘의문의 낭독회’라는 행사를 한 번 했는데,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더 재미있는 시 낭송회를 시도했죠. 20명 정도 참여한 행사가 참 좋았습니다.” 여기서 탄력을 얻었지 싶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선정의 이음공간이 된 지난해 8월에는 전국 문화기획자 30명이 여기서 왁자지껄 지역문화 발전을 토의했다.

김예강 시인 시집 ‘가설정원’ 낭독회를 지난해 열었을 땐 부산과 서울 등지에서 30여 명이 몰렸다. 가든파티, 잔치 같은 낭송회가 됐다. 손 시인은 “지난해 시 쓰기 수업을 1년 정도 했고, 밥 콘서트라고 조촐하게 소수가 모여 밥 먹으며 문학 정담 나누는 행사도 몇 차례 했다. 올해는 이웃 주민도 참여하는 시 치료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예강 시인은 “밥 콘서트 할 때 밥과 시를 나누다 도마에 관한 시를 한 편 건졌다”고 말했다. 정익진 김형로 시인은 “문화가 스며드는 공간이다. 예술·문화가 발전하면 걸맞은 공간이 생기기도 하지만, 공간이 먼저 생겨서 예술·문화를 담고 이끈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손 시인이 4년째 내는 계간 웹진 ‘같이 가는 기분’(누적 독자 6만 명)이 만들어지는 곳도 여기다. 손 시인은 말했다. “비로소 시인이 된 것 같아요. 그간 너무 쫓기고 후달리며 시를 쓴 듯해요. 여기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시는 더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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