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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에 새겨진 용 한마리와 목숨 ‘壽’…수군 장수 대단한 위세 짐작케 해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21> 용과 봉황이 새겨진 조선 시대 투구

  • 김재휘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 학예사
  •  |   입력 : 2024-03-27 18:07:56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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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교범에 묘사된 투구와 흡사
- 정수리 장식·‘드림’ 없어 아쉬움

국립해양박물관은 2017년 기획 전시 ‘해양 명품 100선 바다를 품다’에서 해양문화의 정수를 담은 대표 소장품 100점을 소개한 바 있다. 그중 99번째로 소개된 자료가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두정갑(頭釘甲 ) 투구(사진)다. 조선 시대 수군 관련 자료로 현재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4층 항해관에서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이 투구는 2015년 구입한 것으로, 박물관에서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방호구(防護具)이다. 투구는 착장자의 머리를 보호하는 방어 기능과 권위를 나타내는 기능이 동시에 있다. 해당 소장품은 수군에서 쓰였을 것으로 보이며 그 형태와 장식을 미루어 볼 때, 고위급 장수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형적인 조선 후기의 무장(武裝) 형태임을 조선 후기에 저술된 서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훈련도감의 박종경(朴宗慶)이 1813년에 저술한 군사교범 ‘융원필비(戎垣必備)’에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투구와 갑옷 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책에 ‘피주’라고 명명된 투구는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투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조선 시대 후기에 쓰인 투구는 크게 세 부분(감토, 정수리 장식, 드림)으로 구분된다. 머리를 감싸는 감토(甘吐)는 검게 칠한 4개의 가죽조각으로 이뤄지며, 결합 부위에는 얇고 긴 철대를 덧대어 못으로 결합하였다. 철대 사이사이 빈 공간에는 용과 봉황무늬 장식이 각각 2개씩 모두 4면에 고정돼 있다. 투구 앞부분에 달린 챙에는 용 한 마리가 새겨져 있고 이마를 보호하는 부분에는 ‘목숨 수(壽)’가 새겨져 있어 투구 주인의 위세가 대단했음을 보여준다.

감토 윗부분에는 정수리 장식이 달려 있다. 둥그렇게 구멍이 뚫린 감토의 정수리 부분을 막는 역할을 한다. 정수리 부분에는 당초문이 새겨진 금속 뚜껑을 덮었으며 그 위로 긴 빨대 모양 부속품을 꽂아 붉은 술을 달았다. 그 위로 또 다른 장식이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지만 현재는 아쉽게도 결실되어 남아있지 않다.

또한 감토 아랫부분에는 착장자의 뒷목과 양 볼을 감싸는 ‘드림’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드림은 대부분 비단으로 만들어지므로 쉽게 마모되거나 결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투구에는 감토 아랫 분을 감싸는 긴 철대 안으로 드림의 일부가 남아 있다. 감토에 드림을 결합하면서 드림 윗부분 일부가 감토와 철대 사이에 고정되어 사라지지 않고 잔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를 관람하러 온다면 이 투구 앞에서 살짝 몸을 낮추어 투구 아랫부분에 보이는 드림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 관람의 소소한 재미일 것이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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