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영화관의 커다란 스크린과 빵빵한 음향으로 감상해야 제대로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영화가 아니다. 이 정도로 장대한 스케일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옛날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뒤로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그 유명한 ‘스타워즈’ 시리즈 역시 큰 재미를 못 볼 만큼 SF장르가 인기 없는 편이라 ‘듄 part 2’ 역시 어쩌면 금방 극장에서 스치듯 사라져 버리는 것 아닐까 괜히 걱정되어 서둘러 극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관람 전에 벼락치기 시험공부하듯 듄의 세계관에 대해 공부하고 갔지만, 사실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SF답게 생소한 단어가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익숙한 전설 속 영웅, 메시아의 서사다. 사실 엄청난 자원을 차지하고 싶지만 뭔가 더 그럴듯한 종교나 더 거창한 명분을 핑계로 내세우고 피 튀기게 싸우는 이야기는 종종 뉴스에서도 보아 온 익숙한 이야기다. 혹은 ‘스파이스’라는 마약을 사이에 둔 거대 마약 카르텔 간 전쟁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특히 전투장면들은 딱히 SF답지 않게 끝없는 사막을 배경으로 시대극처럼 칼로 싸우는 스타일이라 SF에 대한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봐도 좋다. 얼마 전 내한해 열심히 홍보하고 돌아간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는 말 그대로 ‘별나라 왕자’ 같은 존재감으로 초고층 빌딩만 한 모래벌레를 타고 활약하는 모습만으로도 영화티켓 값을 충분히 뽑고 남는다. 거기에다 영화음악 잘하기로 소문난 한스 짐머의 웅장한 스코어까지 빵빵 터지니 관람시간 내내 당황하고 감탄하느라 디테일까지 챙길 여력이 없을 정도다.
이런 영화는 돌비, 아이맥스로 보아야 한다고 유독 유난을 떠는 이가 많아 오히려 반발감에 한 번도 아이맥스 관람한 적 없었는데, 난생처음 아이맥스 관람관을 검색하는 중이다. 좀체 드문 이런 이벤트가 물론 신나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화관이 이런 막대한 물량으로 공들여 만든 대형 블록버스터를 체험하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 같다. 이러다가 영화관에선 소소하게 따듯한 공감을 주는 영화를 찾아보기가 더 이상은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