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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85> 배산성지 출토 기와

대형 기와 쏟아져 나온 배산성지… 학계 비상한 관심 끌어

  • 이성훈 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1-15 18:29:0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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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3일 흐림

1호 집수지 상부 부식토 제거 시작. 부식토에 일부 기와편을 확인. 주변 등산로 곳곳에 산재해 있는 기와편과 비슷한 형태.

2017년 6월 27일 맑음

1호 집수지 내부 계단의 회색 뻘층에서 길이 약 50㎝, 폭 약 25㎝의 완형의 대형 평기와가 확인.

2017년 8월 16일 흐림

1·2호 집수지 내부에서 다량의 기와가 일시에 폐기된 듯 다량으로 확인.


2017년 부산 연제구 배산성지에서 다량으로 출토된 삼국시대 기와. 부산박물관 제공
2017년 4월부터 12월까지 필자가 배산성지 발굴조사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조사 전 주변 등산로 곳곳에는 기와편이 산재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으로 삼국시대 집수지(集水池) 2기의 조사를 진행해 나가자 대형 기와가 다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출토된 기와들은 조사단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정도 다량의 기와가 한 장소에서 출토된 사례가 부산에서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대형의 기와들은 중국에서 한반도로 기와가 전래된 이래로 영남지역에서 처음 기와가 제작될 당시의 특징을 지닌 귀한 것들이었다.

집수지 출토 대형 기와는 길이와 폭이 현대 기와와 비교해 2, 3배가량 큰 것으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대형의 것은 그만큼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목재 구조물이 응당 필요한데, 이는 곧 대형 건물의 존재를 뜻한다. 대형 기와의 출토는 발굴조사단 및 학계에 상당한 흥밋거리를 던져주었다.

배산성지는 부산 시내를 두루 관망할 수 있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입지했다. 북쪽으로는 온천천이 흘러 수영강과 합류하며, 낮은 해발고도임에도 연제구·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금정구·부산진구 등 부산 시내 일원이 조망된다. 남동해안 대마도 방향 먼바다도 관망이 가능한 곳으로, 지금도 배산 중턱에 올라 광안대교를 바라보면 다리 위를 지나가는 차종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트여 있다.

이런 지리적 중요성으로 인해 배산성은 삼국시대부터 행정·군사를 관장하는 관청과 같은 대형 건물이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비록 현재까지 조사 결과 삼국시대 대형 건물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2차 조사 당시 확인된 통일신라시대 건물지 사례, 집수지 주변의 평탄한 대지, 집수지에서 확인된 대형 기와는 관청 존재의 가능성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가까운 뒷산 등산로를 지나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기와 조각일지 모르지만 여기에 시간과 열정, 발굴조사라는 마법약이 더해지면 흥미로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때론 그 상상이 역사적 현실이 될 때도 있다. 발굴 조사 된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 그런 곳이다.

배산성지에서 출토된 대형 기와를 비롯해 중요 유물들은 부산박물관 동래관 상설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물은 말이 없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 모두 박물관으로 와 마법약 한 숟갈씩을 더해 본인만의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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