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흰 눈 사이

입술에서 한번 피고



동박새 울음 따라

봄 피던 즈음 두 번



언 땅에

떨어져 세 번

꽃상여 앞소리 길





이 작품은 동백의 의미를 새롭게 전해준다. 첫 번째 동백은 하얀 눈 내리는 겨울 녘, 첫사랑 소녀의 붉디붉은 입술로 피어난다. 두 번째 동백은 동백나무를 지키는 동박새 울음소리에 맞춰 봄을 알리며 피어난다. 세 번째 동백은 아직 녹지 않은 언 땅 위로, 허무하게 통으로 떨어져 마지막 가는 꽃상여 같은 삶으로 피어난다. 동백꽃을 ‘소녀의 입술’, ‘동박새 울음소리’, ‘꽃상여’로 연결 짓는 조선영 시인의 창조적 발상이 참으로 탁월하다.

시인은 시적 대상 속에서 아포리즘의 날개를 활짝 펼친다. 조선영 시인은 한마디로 ‘사이(틈)의 철학’을 실천하는 여류 시인이다. 치열함이 ‘세 번 피는 동백꽃’에 그대로 녹아 있다. 겨울 녘 틈을 비집고 붉디붉은 입술로 피어나는 동백꽃을, 겨울과 봄의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봄을 알리는 동박새 울음소리 맞춰 피어나는 동백꽃을, 인생무상의 그 틈을 군무도 무색하게 통째로 꽃상여를 떨구며 피어나는 동백꽃을 그려낸다. 절망적 삶을 따뜻한 서정의 잠언으로 극복하며 노래하는 동백의 작가, 조선영 시인의 잔잔한 첼로 연주가 동백섬에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