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흔한 얘기가 있다. 특히 남자들의 세계에선 수다보단 말을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실상 주변의 ‘아재’들을 살펴보면 말 못해 죽은 원혼을 품은 듯 수다를 즐기는 이가 가득하다. 평소 과묵한 이미지였으나 어느 정도 경계가 풀리면 폭발하듯 말을 쏟아내는 어르신도 종종 만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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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불쇼 ‘시네마지옥’의 한 장면 공식 홈페이지 캡처. |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오리지널 콘텐츠 ‘매불쇼’는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쏟아내는 콘텐츠다. 그중 매주 빼먹지 않고 챙겨보는 ‘시네마지옥’은 아재들의 한판 수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코너다. 신들린 깐족거림을 선보이는 메인 MC 최욱이 진행하고 전찬일, 최광희, 거의없다, 라이너 4명의 영화평론가가 신작 영화에 대한 평과 각자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화에 대한 쏠쏠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의 차이를 즐길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지만 아재들의 유치하고 통쾌하고 때론 무례함과 비속어까지 난무하는 침 튀기는 수다가 ‘시네마지옥’의 핵심처럼 느껴진다.
진행자 최욱은 열심히 이간질하며 말싸움을 부추긴다. 저 정도의 깐족이라면 가히 장인의 경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점잔 떠는 게 더 익숙할 아재들이 말꼬리를 잡고 억지 부리고 삐진 티를 팍팍 내며, 윽박지르기도 하는 모습이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분명 놓치기 싫은 진귀한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결국 한바탕 폭소로 마무리되는 수다의 장이 어쩐지 정겹기도 하다.
서로 맘껏 무례할 수 있는 사이, 그랬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한다. 오랜 친구에게 덕담 대신 괜히 서로 욕설을 날리고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저런 식의 무례함은 아재들의 ‘스웩’(swag)일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얼큰한 영화 평론은 힙합의 디스배틀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만난 어느 선생님께서 내게 “친해지려면 너무 예의를 차려선 안 된다”고 하셨다. 내가 너무 어려워하는 것처럼 느끼셨는지 모르겠다. 어엿한 아재가 되었음에도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어릴 때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편안하고 즐겁게 서로 막말을 던지는 ‘시네마 지옥’이 유독 재미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