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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기개와 진심에 명나라 장수 감동…외교관 면모도 탁월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24> 갑오년(1594년) 7월 16일~8월 3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9-17 19:03:3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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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 장홍유 일행 맞은 충무공
- 힘 합쳐 제주의 왜적 치자 협의
- 그들이 총병 만나지 않겠다 하자
- 이간질 당할 수 있다며 설득도
- 술 먹고 토하는 인간적 모습까지

7월16일[8월31일]

흐리고 바람이 시원터니 늦은 아침부터는 비가 퍼붓듯이 종일 왔다. 경상수사, 충청수사, 우수사가 모두 모였다. 소비포(이영남)가 우족(牛足) 등을 보내왔다. 여도만호가 먼저 와서 명나라 장수는 삼천진(삼천포시)에 머물러 한가롭게 쉬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저녁에 일단 한산도 본진으로 돌아왔다.

7월17일[9월1일] 맑음.

새벽에 다시 포구로 나가 진을 쳤다 오전 열 시쯤에 명나라 장수 파총 장홍유가 병호선(兵號船) 5척을 거느리고 돛을 달고 들어와서 곧장 영문에 이르러서는 육지에 내려 이야기하자고 청했다. 그래서 나는 여러 수사들과 함께 먼저 활터 정자에 올라가서 올라오기를 청했더니 파총이 배에서 내려 곧 왔다. 이들과 같이 앉아서 먼저 “해로 만 리 먼 길을 어렵다 않으시고 여기까지 오신 데 대하여 감사함을 비길 데가 없다”고 인사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작년 7월 절강에서 배를 타고 요동에 이르렀더니 요동 사람들이 바닷가에는 돌섬과 암초가 많고, 또 앞으로 강화가 이루어질 것이니 갈 필요가 없다고 굳이 말리기에 그대로 요동에 편히 머물다가 시랑(侍郞) 손광(孫鑛)과 총병(總兵) 양문(楊文)에 보고하고 올 3월 초에야 출항하여 들어왔으니 뭐 수고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했다. 나는 차(茶)를 들라 권한 뒤에 이어 술상도 내놓으며 적의 형세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는 의기 있는 마음으로 듣고 몹시 강개해 했다. 이야기하느라 밤 깊은 줄 몰랐고 늦게서야 조용히 헤어졌다.
이순신 장군이 친히 쓴 난중일기의 일부. 진중에서 쓴 장군의 글씨는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그의 내면과 능력, 고뇌와 사랑이 느껴진다.
7월18일[9월2일] 맑음.

명나라 장수들에게 수루 위로 올라가자고 청하여 술을 여러 순배 권했다. 내년 봄에는 배를 이끌고 곧장 제주로 건너갈 일이 많으니 우리 수군과 함께 힘을 합하여 흉악한 무리를 다 없애자고 아주 간절히 이야기하였다. 초저녁에 헤어졌다.

*느닷없이 제주가 등장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 그래서인지 위 부분을 “적을 치기 위해 내년 봄에는 우리 수군과 합세하여 곧장 좌하현(일본의 침략 본거지인 나고야 성이 있는 사가현)으로 가서 악한 무리들을 모두 멸해버리자고 하는데, 대체로 그 말에 성의가 있었다”로 의역하는 분도 있다.

7월19일[9월3일] 맑음.

환영 예물단자를 주니 감사해 마지않으며 주는 물건이 매우 풍성하다고 했다. 충청수사도 예물을 주었고, 우수사도 느지막에 예물을 주는데 거의 나와 같았다. 경상우수사는 예물 대신에 술을 한턱내겠다며 술상을 차렸는데 음식 가짓수는 어지럽게 많았지만 한가지도 집어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우스웠다. 파총에게 자(字)와 호(別號)를 물으니 자는 중문(仲文)이요, 호는 수천(秀川)이라고 했다. 촛불을 켜놓고 이야기하다 헤어졌다. 비가 올 것 같아 예의상 내가 배(통제사 지휘선)로 내려가 잤다.

7월20일[9월4일] 맑음.

아침에 통역관이 와서 명나라 장수(장홍유)가 남원에 있는 명나라 총병 유정이 있는 곳에는 가지 않고, 곧장 돌아가겠다 한다고 전했다. 나는 명나라 장수에게 간곡히 말을 전하기를 “처음에 파총(장홍유)이 남원으로 온다는 소식이 이미 총병 유정에게 전해졌으니, 만약 가지 않는다면 그 중간에 남의 이간하는 말들이 있을 것이므로 바라건대 가서 만나 뵙고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파총이 나의 말을 전해 듣고 과연 옳다고 하며, “나 혼자 말을 타고 달려가서라도 총병을 만나 본 뒤에 군산으로 가서 배를 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를 한 뒤에 파총이 내 배로 와서 “권유한 말은 고맙게 생각한다”하며 이별의 잔을 권했다. 이별주를 일곱 잔씩 마신 뒤 닻줄을 풀고 함께 포구 밖으로 나갔는데 서로 두세 번 돌아보며 애틋한 석별의 정을 나누고 헤어졌다.(장홍유는 한양으로 가 선조를 만난 뒤 10월경에 요동으로 돌아갔다) 그대로 경수(이억기), 충청수사, 순천부사, 발포만호, 사도첨사와 같이 사인암(舍人巖)으로 올라가 해질 때까지 취해 이야기하고서 돌아왔다.

* 사인암은 통영의 산양 영운리에 있는 수륙마을 남쪽해안의 거인바위라 부르는 곳이라 한다. 공은 한산도를 찾아온 손님을 포구에서 배웅한 후 가끔 포구 옆 경치 좋은 이곳으로 가 거기서 행사 치르느라 애쓴 부하 장수들과 함께 술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7월21일[9월5일] 맑음.

명나라 장수와 문답한 내용을 공문으로 작성하여 원수에게 보고했다. 마량, 소근포가 보러 왔다. 발포가 복병하러 나간다고 고하고 갔다. 저녁에 수루에 올랐는데 순천부사가 와서 이야기했다. 오후에 기일을 넘겨 흥양의 군량선이 들어왔기에 담당 아전과 선주에게 발바닥을 호되게 때렸다. 소비포권관(이영남)을 불렀더니 자기 수사(원균)에게 당한 경위를 이야기하는데, 기한에 대지 못했다고 무려 곤장 30대를 맞았다니 지극히 해괴하고 몹시 놀랍다. 우수사가 군량 스무 섬을 꾸어 갔다.

※소비포권관 이영남은 원균의 부하 장수이면서도 이순신을 따르면서 이순신에게 원균의 비리를 수시로 보고했고 또 전쟁 초기 원균이 싸우지 않고 도주하려 한 정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원균은 항상 그를 미워했다. 그래서 무슨 핑계라도 있으면 이를 이유로 가혹행위를 가했다.

7월22일[9월6일] 맑음.

아침에 장계초고를 수정했다. 임치첨사, 목포만호를 만났고 늦게 사량만호, 영등포 만호도 만났다. 오후에 충청수사(이순신), 순천부사(권준), 충청우후(원유남), 이영남과 함께 활을 쏘았다. 저물어지자 수루에 올라가 밤이 되도록 앉았다가 내려왔다.

7월23일[9월7일] 맑음.

충청수사가 우수사, 가리포와 보러 와서 함께 활을 쏘았다. 조카 해와 종 봉이 돌아갔다. 종 목년이 들어왔다.

7월24일[9월8일] 맑음.

여러 가지 장계를 써 직접 봉했다. 영의정(류성룡) 심 병판(충겸) 윤 판서(근수)께 편지를 썼다. 저녁에 활 7 순을 쏘았다.

7월25일[9월9일] 맑음.

아침에 하천수에게 장계를 주어 떠나보냈다. 조식 후 충청수사 순천 등과 더불어 우수사에게로 가서 활 10순을 쏘았다. 크게 취해 돌아와 밤새도록 토했다.

7월26일[9월10일] 맑음.

각 관, 포에 서류를 처결해 보냈다. 순천부사와 충청수사가 와서 만났다. 수루 위로 자리를 옮겨 녹도만호가 잡아 온 도망병 8명 중 주모자 3명을 처형하고 나머지는 곤장을 쳤다. 저녁에 탐후선이 들어왔는데 그편에 온 아들들의 편지를 보니, 어머니께서 편안하시고 면의 병도 나아진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허실(許室, 허씨 집으로 출가한 조카딸 인 듯)의 병세가 점점 중해진다 하니 걱정이다. 유홍과 윤근수가 세상을 떠나고(이 소문은 잘못 전해진 것임) 윤돈이 종사관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신천기 신제운이 들어왔고 노윤발이 흥양의 담당 아전과 감관을 붙잡아 가지고 들어왔다. (이달 2일 일기 참조)

7월27일[9월11일]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밤에 꿈을 꾸었는데 머리를 풀고 곡을 했다. 이것이 좋은 징조라고 한다. 이날 충청수사, 순천부사와 함께 활을 쏘았다. 수루에 올라 충청수사가 가져온 과하주를 마셨다. 몸이 불편해서 조금밖에 마시지 않았는데도 역시 좋지 않았다.

7월28일[9월12일] 맑음.

흥양의 담당 아전들을 처벌했다. 신제운이 주부(종6품)의 직첩을 받아가지고 갔다. 늦게 수루에 올라가 벽 바르는 것을 감독했는데 의능이 와서 그 일을 맡아 했다. 저물어서 군막의 방으로 내려왔다.

7월29일[9월13일]

종일 가랑비가 왔으나 바람은 불지 않았다. 순천부사와 충청수사가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낙안군수도 와서 함께했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이날 밤은 신음으로 새웠다.



▶갑오년(1594년) 8월

장수를 불러 적 칠 일을 의논하고, 활 쏘고, 엄정하게 군기 잡고, 나라 걱정, 가족 걱정하는 한산도 일상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원수(권율)가 불러서 원균과 함께 3박 4일 원수를 만나고 왔지만, 그래도 원균과의 불화는 지속된다. 불화의 원인을 제거해 주지는 않고 그저 술 한잔 먹여 사이좋게 지내라 한다고 둘 사이가 좋아지리라 생각한 조정의 안이한 인식이 참 우습다. 하순에는 아내가 병이 위독하게 되어 걱정이 하나 더 붙는다.



8월1일[9월14일]

비오고 바람이 크게 불었다. 몸이 편치 않아 수루 방에 앉아있다가 곧 집무실 방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낙안의 대솔군관 강집(姜緝)에게, “군량 독촉하는 일을 제대로 시행토록 하라”고 군율에 따라 다짐받고 내보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더니 밤새 계속되었다.

8월2일[9월15일]

종일 비가 퍼붓듯이 내렸다. 어제 한밤중 꿈에 부안 사람(윤련의 누이로 추측됨)이 아들을 낳았다 해서 달수를 계산해 보니 낳을 달이 아니었으므로 꿈속일 망정 내쫓아버렸다. 기운이 좀 나는 것 같다. 낮에는 수루로 옮겨 앉아 충청수사, 순천부사, 마량첨사와 적 칠 일을 의논하고 새로 빚은 술을 몇 잔 마신 뒤 파했다. 저물어서 송희립이 와서 흥양의 훈도가 은밀히 작은 배를 타고 도망쳤다고 했다.

8월3일[9월16일]

아침에는 흐렸으나 저물녘에야 개었다. 충청수사, 순천부사와 함께 활 서너 순을 쏘았다. 수루에 있는 방의 도배를 시작했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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