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69> 부산 배산성 출토 돗자리

1㎜두께 대나무 엮은 신라돗자리…1500년 전 ‘나노급 신기술’ 감탄

  • 안해성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8-28 19:17:45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 전례없이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폭염경보 알람은 일상이 됐다. 요즘 피서는 에어컨 바람이 최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에어컨이 일상화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선풍기조차 없던 시절에는 그늘 아래에서 흔드는 한 자루 부채만이 오롯한 피서 용품이었다. 나아가 마루나 방바닥에 대나무 돗자리 한 장 깔고 누우면 더할 나위 없었다.
부산 배산성에서 발견된 대나무돗자리. 부산박물관 제공
2017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부산 연제구 배산성 집수지를 발굴하던 필자는 진흙 뻘 사이에서 대나무 돗자리 한 장을 발견했다. 국내에서 발굴 사례가 전무한 유물이었다. 돗자리가 발견된 배산성은 신라에서 축성한 산성으로, 돌로 정교하게 쌓은 성벽과 전국 최대 규모 집수지 2기가 발굴되면서 유명해졌다.

1호 집수지에서 발견된 돗자리는 표면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신경을 곤두세워 다루지 않으면 훼손될 상황이었다. 조사단원들은 유물이 상하지 않도록 면봉으로 조심스럽게 진흙을 걷어 나갔다. 작업이 진척되자 돗자리 면적은 점차 넓어졌고 전부 노출하기까지 약 일주일 소요됐다. 가로 254㎝ 세로 123㎝에 달하는 대형 돗자리의 발견이었다. 신라에서 제작돼 집수지가 폐기될 무렵 함께 매몰된 채 1500여 년 시간을 버티다 그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현대 과학으로도 해명하기 어려운 신라의 기술답게 배산성 돗자리 또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었다. 재료가 되는 대나무 외피와 내피를 벗겨 납작하게 만들고 일정한 간격으로 쪼개 대쪽을 만들었다. 대쪽 길이는 2.5m에 달하지만 너비는 5~6㎜, 두께는 1㎜ 정도에 불과하며, 휘어지거나 끊어져 상한 부분조차 없다. 돗자리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신라의 ‘나노기술’이라 불릴 만하다.

대나무돗자리를 발굴할 당시 현장 모습.
가공된 여러 장 대쪽은 너비 4~5㎝ 정도 풀잎으로 지그재그로 엮었다. 풀잎 양면에는 옻칠을 해 일종의 접착 효과를 내면서도 심미적인 체크 무늬까지 살리도록 의도했다. 현장에서 확인된 돗자리 세로 길이는 123㎝이지만 실제로는 더 길었을 듯하다. 가로 길이 대비 1: 2 정도 비율이라면 최대 5m까지 추정된다. 그러면 한 장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대쪽 수량은 약 1000매이니 장인이 들였을 시간과 노력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배산성 돗자리 발견은 신라 돗자리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증거다. ‘삼국사기’ 잡지 직관조에 나오는 석전(席典)은 신라 관부 중 하나로 돗자리를 다루는 관청으로 여겨진다. 나라에서 돗자리 생산과 보급을 전담할 정도로 귀중한 물품이었으며, 궁중에서 쓰거나 일부 귀족에게 나누어 주었다. 골품제 사회인 신라에서는 6두품과 5두품 귀족의 수레 휘장으로 죽렴 혹은 왕골자리(莞席)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돗자리를 소유할 수 있는 계층은 진골과 상위 귀족 일부라는 의미이다.

배산성 돗자리는 명품이라 할 만큼 귀족이 탐낼 만한 물건이다. 배산성 돗자리는 수복·보존 과정을 거쳐 부산박물관 유물관리동에 보관돼 있다. 미공개된 배산성 돗자리가 햇볕을 볼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尹, 부·울·경 지지율 하락세…與 텃밭민심 요동 총선 비상
  2. 2‘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3. 3텃밭·무주공산으로 몰리는 후보군…부산 지역구 양극화
  4. 4부산기업 해외출장업무 느는데…김해 노선 없어 셋 중 둘 인천행
  5. 5따뜻한 겨울…11일 천둥·번개에 많은 비
  6. 6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7. 7낙동강 철새 대체서식지 후보가 ‘비닐하우스 섬’?
  8. 8연말 술자리 부담스럽네…부산 맥주·소주 가격 상승세(종합)
  9. 9‘의사 복서’ 서려경, 태국 선수에 TKO승
  10. 10금융·비즈니스·관광 국제화 핵심…‘두바이 수준’ 규제 없애야
  1. 1尹, 부·울·경 지지율 하락세…與 텃밭민심 요동 총선 비상
  2. 2‘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3. 3텃밭·무주공산으로 몰리는 후보군…부산 지역구 양극화
  4. 4혁신위 11일 종료…부산 與 “김기현 책임져야” vs “총선 전 사퇴 안돼”
  5. 5北 돈줄 막자…한미일 ‘대북 新이니셔티브’ 추진(종합)
  6. 674일 만에 끝난 사법부 공백 사태…조희대, 재판지연 문제 등 시험대
  7. 7이낙연, 신당 창당 가속화 하나? …“이준석, 시기 되면 만나겠다”
  8. 8윤 대통령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의 중심축"
  9. 9野 병립형 회귀 '현실론'과 맞붙은'명분론'…원심력 커지나
  10. 1012월 임시국회 시작되지만…예산·청문회에 특검·국조논란 등 여야 대치 고조
  1. 1연말 술자리 부담스럽네…부산 맥주·소주 가격 상승세(종합)
  2. 2“블록체인 규제 철폐·에어부산 분리매각…대통령 의지 중요”
  3. 3고군분투 중소기업 57% “내년 경영 올해만큼 힘들 것”
  4. 4대성문 ‘시청 아틀리에 933’ 분양
  5. 5노후산단 개발 규제 푼다…절차·용도변경 간소화(종합)
  6. 6은행권, 자영업·소상공인 최대 150만 원 환급 추진
  7. 7스타소상공인 지원금 큰 힘 됐어요
  8. 8세계 해양 대통령 임기택 총장 퇴임
  9. 9한국해양진흥공사, 여성해기사 승선지원키트 전달
  10. 1050인 미만 사업장 94%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안돼"
  1. 1부산기업 해외출장업무 느는데…김해 노선 없어 셋 중 둘 인천행
  2. 2따뜻한 겨울…11일 천둥·번개에 많은 비
  3. 3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4. 4낙동강 철새 대체서식지 후보가 ‘비닐하우스 섬’?
  5. 5금융·비즈니스·관광 국제화 핵심…‘두바이 수준’ 규제 없애야
  6. 6인니 150개 부산신발업체 공장 있는데…직항 없는 김해공항
  7. 7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11일
  8. 8이익만 좇고 의로움 잊었다…‘견리망의(見利忘義)’ 올해 사자성어
  9. 9지지부진 창원 덕산산단…부지공급가 낮춰 돌파구 찾는다
  10. 10마산로봇랜드 수사 결과 2월께 나올 듯
  1. 1‘의사 복서’ 서려경, 태국 선수에 TKO승
  2. 2정보명호 아시아야구선수권 3위
  3. 3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4년 만의 1부 승격 불발
  4. 49200억 다저스맨 오타니, 내년 서울서 김하성과 대결
  5. 5황인범 세르비아 데뷔골…복귀한 김민재는 혹평
  6. 6두산 포수 박유연, 음주운전 적발 숨겼다 들통…구단 중징계 예상
  7. 7부산 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수원FC에 2차전 패배로 승강 불발
  8. 8수원FC 5-2 부산 아이파크…부산 1부 리그 승격 불발
  9. 9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아이파크 한걸음 남았다
  10. 10물 오른 손흥민·황희찬, 불 붙은 EPL 득점왕 경쟁
우리은행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목 벤다던 남해현령 유임시키고…난데없이 경상수사 압송
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인간 등정의 발자취-제이콥 브로노우스키(1908~1974)
리뷰 [전체보기]
웅장한 에너지 보여준 ‘한국판 레미제라블’…연기·미술·음향 앙상블, 감동의 무대 펼쳐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우크라이나 ‘아미’의 서울 여행 外
사계절로 분석한 한의학 세계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딱풀 /최성아
완주 /김만옥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3일의 휴가’ 김해숙과 신민아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서울의 봄’ 황정민 틀을 깬 악역 창조…이태신 役 정우성 캐스팅은 화룡점정
네 편의 자연 다큐…우리, 잠깐 쉬어가는 건 어때요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 시대…그 부당한 역사에 맞선 의인 이야기
계급사회 속 비틀리고 고립된 개인…일상이 호러가 된 세상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1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7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이것이 어른들의 록앤롤이다
천재 뮤지션 ‘원호’의 무대를 목격했다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11일(음력 10월 29일)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7일(음력 10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1일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고요한 산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반추해 보는 김부식
아이들과 시를 주고받으며 가정교육을 했던 홍인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