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68> 연산동 ‘청동거울(銅鏡)’

청동기 때는 종교·권력의 상징, 고려시대 이후 생필품으로 퍼져

  • 박정욱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8-21 19:03:34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보는 얼굴은 아마도 세면대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사람이 머무르는 장소뿐만 아니라 화장용품, 인테리어, 전시연출 등 다양한 형태와 용도로 쓰이는 거울은 오늘날 가장 일상적인 물건 중 하나다.

연산동 출토 국화무늬 청동거울의 끈 흔적(흰색 점선)과 ‘가상부귀(家常富貴)’명 청동거울. 부산박물관 제공
우리나라에서 유리거울이 보편적으로 사용된 지는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중국 청나라를 통해 유리로 된 거울을 수입하기 전인 18세기 조선 시대까지 왕실이나 양반 가문을 중심으로 ‘청동거울(銅鏡)’을 썼다. 흔히 박물관이나 역사 교과서에서 실물로 접하는 청동거울은 중간에 고리(꼭지)가 달리고, 무늬가 화려하게 새겨져 있다. 원래 무늬나 고리가 있는 면이 뒷면에 해당하고, 실제로 앞면은 무늬가 없이 매끈하다. 지금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녹슬어 청록색을 띠지만 제작되었을 당시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구리색이었다. 오늘날 잘 닦여져 광이 나는 놋그릇을 연상하면 유리만큼은 아니어도 흐릿하게나마 모습을 비추는 데 지장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청동거울의 기원은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고학자들은 둥근 거울을 통해 반사된 빛이 태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당시 제사장 또는 지배자들이 가질 수 있는 상징적인 기물이었다고 말한다. 청동거울은 삼국시대를 거쳐 통일신라시대까지 주로 왕족과 귀족들의 무덤에 부장되어 정치적 권위의 상징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고려 시대부터는 본래 용도인 화장 도구로서 실용성이 강조돼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했다. 특히 불교가 건국이념이자 국가신앙으로 정착하면서 청동거울은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법구(法具)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부산박물관 동래관에는 9점의 고려 시대 청동거울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 중 5점이 덕천동 유적(3점)과 삼국시대 고총고분군으로 잘 알려진 연산동 유적(2점)의 고려 시대 무덤에서 출토됐다. 연산동 유적의 청동거울 2점은 청동그릇과 청동숟가락 등과 함께 발견됐는데 둥근 형태에 고리가 1개인 것을 제외하고 크기와 무늬에서 전혀 다르다.

큰 거울은 직경 16㎝이고 뒷면에는 국화문 수십 개가 새겨져 있다. 특히 중앙 고리부터 바깥까지 끈이 부착된 흔적이 잘 남아있는데, 받침대나 벽에 매달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거울은 직경 9.8㎝이고 ‘가상부귀(家常富貴)’라는 글자 사이에 여덟 마리의 새와 네 개의 꼭지(四乳八鳥文) 등이 새겨진 화려한 무늬를 자랑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려 시대 유적 중 무덤에서 출토된 청동거울의 수량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고려 시대부터 실용도구로 적극 사용된 청동거울이 무덤에 부장된 이유는 ‘가상부귀’에서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살아생전 곁에 두고 쓴 거울을 무덤 안에 둠으로써 내세에서도 부귀영화가 가득하길 염원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옛 선조가 남긴 일상에서 죽음까지 비추는 청동거울 관람하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가족과 함께 부산박물관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5. 5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0. 10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뭐라노] 조희대 “국회·대통령, 대법원장 제청 간섭 위헌”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8. 8‘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1. 1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8. 8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10. 10보스턴다이내믹스, 글로벌 AI 전문가 CEO로 영입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7. 7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8. 8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9. 9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10. 10“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