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1> 붕장어와 아나고

에도시대 천대받던 아나고, 지금은 맛객들 찾는 대마도 대표 별미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8-15 18:24:22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한자에 ‘魚’변 붙지 않는 어종
- 그만큼 홀대받은 日 서민음식
- 대마도산 지방 풍부하고 두툼
- ‘황금장어’라 불린 귀한 식재료

- 음식문화 일본 더 오래됐지만
- 부산 칠암 만의 조리방법 특화
- 韓 향토음식으로 남다른 매력

자주 언급하는 말이지만 부산의 음식, 음식문화는 우리 부산의 근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때문에, 음식이나 음식문화로 부산의 역사와 인문지리적 특수성을 들여다볼 수가 있다. 이는 부산과 일본의 근현대 음식문화와 관련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마도산 붕장어는 ‘살이 두툼하고 지방이 많아 황금빛이 돈다’고 해서 ‘황금장어’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사진은 아나고 사시미(붕장어 회).
일본과 부산은 오랜 세월 국경을 마주하고 다양한 교류를 이어왔다. 특히 일제강점기 전후로는 모든 분야에서 직접적인 교류를 본격화했다. 음식문화 또한 그러하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식재료로 서로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부산과 일본의 음식문화 교류의 역사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틈틈이 탐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에 자주 다닌다. 그들의 음식을 먹어 보고, 우리 음식문화와 어떤 교류를 이어왔는지, 서로 어떤 맛의 차이가 있는지, 직접 비교하기 위해서이다.

■대마도산 ‘황금장어’ 극찬

니아나고(붕장어 조림).
얼마 전 대마도에 다녀왔다. 대마도의 ‘아나고 음식’을 일별해 보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붕장어(일본말 ‘아나고’)가 많이 어획되는 곳 중 하나가 나가사키현이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붕장어 최대 생산지가 대마도이다. 특히 대마도산 붕장어는 ‘살이 두툼하고 지방이 많아 황금빛이 돈다’고 해서 ‘황금장어’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대마도는 붕장어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회·구이·초밥·전골·조림·덮밥·라면·튀김·어포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붕장어 음식이 즐비하다. 이들로 식사를 하고, 반찬으로 삼고, 술안주로 내는 것이다.

붕장어(弸長魚)는 ‘활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산어보’에는 ‘바다의 뱀장어’라 하여 ‘해대려(海大鱺)’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나고’라 부른다. 한자로 ‘穴子(혈자)’로 표기한다. 글자 그대로 모래질의 바닥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서식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뱀장어, 갯장어 등과 함께 스테미너 식재료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아나고’가 일본 문헌에 등장한 것은 1700년대, 300여 년 전 에도시대 때이다. 그러나 ‘우나기(뱀장어, 민물장어)’에 비해 아나고는 딱히 귀하게 취급받던 어종은 아니었던 듯하다. 민물장어처럼 구이 튀김 덮밥 조림 초밥 등으로 조리해 먹지만 ‘우나기’의 대용 식재료로 인식되었고, 주로 호주머니 가벼운 서민이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인에게 사랑받는 어종인 ‘우나기(鰻, 뱀장어)’, ‘가츠오(鰹, 가다랑어)’, ‘이와시(鰯, 정어리)’는 한자에 ‘고기 어(魚)’ 변이 붙지만, 아나고(穴子, 붕장어)에는 붙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천대받던 생선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마도산 ‘아나고’는 그 대접이 남다르다. 특히 대마도에 소재한 아나고 전문 요릿집 중에는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된 곳도 있고, 일본 본토에서도 식도락가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할 정도이다. 그 이유로 대마도 서쪽 해역의 조류가 거세 붕장어의 육질이 탄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심 또한 평균 100~200m로 붕장어가 서식하기에 최적이고, 수온도 비교적 낮아 양질의 지방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에 맛이 좋다.

대마도의 붕장어 전문 식당을 찾았다. 먼저 메뉴판을 보니 다양한 ‘아나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아나고 사시미(あなご刺身, 붕장어회), 아나고 스시(あなご壽司, 붕장어 초밥), 아나고 시로야키(あなご白燒, 붕장어구이), 아나고 카츠(あなごカツ, 붕장어커틀렛), 아나고 세이로무시(あなごせいろ蒸し, 붕장어편백찜), 니아나고(煮あなご, 붕장어 조림), 아나고 텐푸라(あなご天ぷら, 붕장어 튀김)….

오토오시(お通し,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전에 손님에게 내는 간단한 음식)로는 아나고 조린 국물을 굳힌 생선묵, 아나고 니코고리(煮凍り)와 아나고 살을 넣은 계란말이, 아나고 다시마끼(だし卷き)가 나왔는데, 이들 음식 또한 아나고를 식재료로 활용했다. 아나고 정식의 국도 아나고 육수로 끓인 파래국이 오른다. 가히 아나고 요리의 향연이다. 붕장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거의 망라됐다.

■기장 붕장어와 또 다른 풍미

아나고 세이로무시(붕장어 편백찜).
일본 정통의 아나고 요리를 맛보기 위해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한다. 아나고 요리가 차례차례 상에 오른다. 음식 하나하나가 모두 깔끔하고 절제되어 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는 정갈함. 마음마저 단아해진다.

‘아나고 사시미’를 맛본다. 부산 기장군 칠암 방식의 붕장어회와는 전혀 다르다. 살을 적당한 크기로 저며서 장만했다. 함께 곁들이라고 데친 간과 위장도 담았다. 한 점 먹으니 수분이 많다. 촉촉한 식감이다. 곧이어 고소한 맛이 서서히 올라온다. 식감은 쫀득쫀득한 느낌이다. 우리의 고슬고슬하고 꼬들꼬들한 맛과 또 다른 풍미이다. 소금에 찍어 먹으니 아주 담박해서 좋다. 간과 함께 곁들이니 더욱 풍미가 깊어진다.

‘니아나고’를 맛본다. 젓가락을 살짝 갖다 대니 살이 저절로 갈라진다. 이를 한 점 먹는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입안에서 스르르 사라질 정도로 부드럽다. ‘아나고 시로야키’는 백탄에 은근하게 구워 부드럽고 담백하다. 소금에 콕 찍어 먹으니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센 불에 구워 겉은 바싹하고 안은 부드러운, 그리고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구워내는 부산의 조리법과는 차이가 있다.

‘아나고 세이로무시’도 한 점 맛본다. 우선 은은한 편백 향이 코끝을 스치는데 기분이 싱그러워진다. 간장양념의 타래 소스가 달콤하니 아나고 몸에 잘 뱄다. 들큼하면서도 고소하고, 짭조름하면서도 하염없이 부드럽다. ‘아나고 카츠’는 끝없는 바삭함과 고소함이 절정을 이룬다. 특히 어린이들이나 여성들에게는 더없는 안성맞춤의 음식이 되겠다.

붕장어와 아나고. 이들은 거의 같은 해역에서 어획되는 동종의 어류이다. 한국에서 잡으면 ‘붕장어’가 되고, 일본에서 잡으면 ‘아나고’가 된다. 그러나 식재료 장만하는 법, 조리하는 법, 먹는 법은 조금씩 다르다. 음식의 종류 또한 천차만별이다.

한일 양국의 기록에 따르면, 붕장어를 오래도록 먹어왔던 것은 일본인 것 같다. 1908년에 간행된 ‘한국수산지’ 제1집에 따르면 ‘붕장어는 조선의 전 연안, 특히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일부러 잡지는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에는 갯장어와 함께 주로 일본인들이 어획하고 소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특정 식재료를 누가 먼저 먹어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에 이르러 이 식재료가 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그 구성원들의 기질을 체화한 음식으로 정착했는지가 중요하다.

부산의 붕장어회와 붕장어구이를 봐도 안다. 이들이 얼마나 부산 사람들의 입맛, 지리적 환경, 그리고 부산 사람들이 즐기는 조리법으로 정착, ‘부산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좋은 향토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의 성정을 제 속에 제대로 품음으로써 그 맛이 깊어지는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2. 2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0. 10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