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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19> 부산 돼지고기와 갈비 수육

담박한 돼지고기 참맛, 갈비 수육만 한 게 있으랴

  •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7-18 19:01:0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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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적당한 등갈비 부위 골라
- 특별양념으로 고기 잡내 제거
-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 일품

- 한국전쟁 구호물자 창구 부산항
- 부두 노무자들 즐겼던 영양식
- 돼지국밥 못잖은 부산 대표음식

- 수육 삶은 국에 고기 곁들이고
- 밥·국수 등 말아 먹어도 별미

얼마 전 복날을 맞아 복달임할 요량으로 자주 가는 돼지국밥 노포에 들렀다. 업력이 60년이 훌쩍 지나 2대가 업을 이으며 3대가 일을 배우고 있는 곳이다. 이곳 돼지국밥은 육수에 잡내가 없고, 고소하면서도 가볍지 않아 좋다. 그러나 이곳의 시그니처 음식은 돼지국밥이 아닌 ‘갈비 수육’이다. 적당한 지방을 품은 등갈비 부위를 장만하여 특별한 비법의 양념으로 고기의 누린내는 잡고, 고소하면서도 담박한 고기 맛의 풍미는 살렸다.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이 즐비한 부산에서도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 돼지 수육처럼 상차림은 꽤 익숙하다. 갈비 수육의 상차림 또한 부산의 정형화된 돼지국밥 상차림으로 차려지기에 그렇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돼지고기 육수와 정구지 겉절이, 배추김치에 고추 마늘 양파와 막장, 새우젓 종지가 단출하면서도 깔끔하게 차려진다. 갈비 수육은 그 이름만으로도 맛의 대강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돼지갈비를 수육으로 조리해 냈다는 말인데, 그 고소하고 농밀한 풍미는 돼지갈비로 익히 경험했을 터이겠고, 갈비를 수육으로 삶았으니 과하게 기름진 맛은 절제되고 담박한 수육의 육향은 더 잘 즐길 수 있겠다. 갈비와 수육의 특장점을 최대한 살린 음식이 아닐까 싶다.
부산의 대표적인 돼지고기 음식인 ‘갈비 수육’.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돼지고기의 메카’ 부산

자주 언급하는 말이지만 ‘부산은 돼지고기 음식의 수도’라고 할 만큼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이 잘 발달해 있고, 이를 대량으로 공급, 소비하는 도시이다. 비단 부산에 와야만 제맛을 볼 수 있는 것이 돼지국밥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초량 돼지갈비, 문현동 돼지 곱창, 부평동 돼지족발, 자갈치 돼지 감자탕과 돼지껍데기, 수정시장 돼지머리 수육 그리고 초량의 대패 삼겹살, 돼지불백집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다. 어디에든 독특한 맛의 돼지 수육과 순대, 심지어 돼지국수와 돼지우동까지 접할 수 있는 곳이 부산이다.

이는 부산이 근현대사의 거친 물결 속에서 다종다양한 지역 출신의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부산 사람으로 편입시키면서 팔도의 문화, 특히 음식문화를 부산화 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식재료가 돼지이다. 돼지는 농경 국가에서 공동체 구성원을 아우르는 데 가장 중요한 식재료이자, 각 지방의 조리법과 자연환경, 생활 습속에 따라 음식의 맛과 먹는 방법, 부위별 조리법 등이 천차만별로 나눠지는 음식이다. 공동체가 함께하는 잔치나 관혼상제의 행사 음식으로 쓰였기에 그렇다. 오래전부터 좋은 날, 모두가 먹던 ‘행복한 음식’이 고향의 돼지고기였다는 것.

이렇게 팔도의 사람들이 고향의 음식문화를 부산에 가져와 부산의 환경에 맞게 만들어 먹다 보니, 조리법도 다르고 선호하는 입맛도 달랐을 것이다. 이를 수용해 현지화하다보니, 부산에는 팔도의 레시피로 만든 돼지고기 음식과 부위 별 각양각색 다양한 요리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초량돼지갈비의 역사

‘돼지고기 음식의 수도’라 불릴만큼 부산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은 돼지국밥.
예부터 돼지고기는 ‘발복(發福)의 음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돼지가 다산(多産) 다재(多財) 다복(多福)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민족 중 하나이다. 길조(吉兆)의 음식을 먹음으로써 발복하자는 의도이기도 하거니와 돼지고기의 달고 부드러운 성질이 남녀노소가 모두 즐겨 먹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돼지갈비와 수육은 돼지국밥과 함께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부산의 돼지고기 음식들이다. 그중 돼지갈비는 ‘초량돼지갈비’라는 부산의 지명을 달고 전국화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몇 년간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으로부터 구호물자를 원조받았는데, 이 물자는 모두 부산항을 통해서 들어왔다. 이 때문에 이를 부리는 부두 노무자들을 상대로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제공했던 것이 바로 초량의 돼지갈비였다. 요즘 관광객들이 꼭 먹어야 할 부산 음식 중 하나다.

돼지고기 중 ‘수육’은 인간이 돼지를 사육하면서부터 가장 조리하기 편리하고, 조리 후 다양한 음식으로 변주가 가능한 음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동네잔치 등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음식을 널리 제공할 때도, 돼지 수육은 밥상 중앙에 당당하게 자리했던 음식이었다. 큰 가마솥에다가 잘 장만한 여러 가지 부위의 돼지고기를 넣고 푹 삶아내기만 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수육이 되는데, 이를 소금 막장 등 여러 양념장에 찍어서 먹고 채소 쌈과 함께 보쌈으로도 먹는 것이다.

이어서 수육 삶은 육수에 내장과 돼지 부속물 등을 넣고 끓여내면 진하디진한 고깃국이 완성되는데, 이를 내장 수육과 순대 등을 섞어 국밥과 국수 등을 말아서 먹을 수도 있어 아주 효율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주로 부산 강서구 지역과 기장군 지역에 돼지 수육으로 잔치하는 음식문화의 흔적이 심심찮게 남아있다.

■복달임에 좋은 수육

돼지 수육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국수 한 그릇.
이렇듯 부산 사람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발복의 속설도 속설이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부위에서 다양한 맛을 내는 돼지고기의 다양성 때문이다. 부산은 펄펄 끓는 도가니와 같이 수많은 질료가 혼재하는 다양성의 도시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푸짐하고 다양한 입맛의 음식들은 부산 사람들의 성정과도 많이 닮았다. 그러하기에 부산 사람들이 돼지 음식을 선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복달임으로 먹었던 갈비 수육은 또 다른 돼지고기 음식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은근하면서도 꾸준한 고소함과 이와 혀로 발골(拔骨)이 될 정도의 부드러운 식감과 폭발적 여운의 풍미가 계속 갈비 수육에 손을 가게 했다. 소금에 찍으면 짭짤하니 담백 고소하고, 새우젓에 찍으니 진한 감칠맛에 들큰 고소하다. 여기다 돼지국밥 용 작은 마늘 한 톨 입에 넣으니 말 그대로 맛의 정점에 도달한다. 마늘 향미가 오래도록 입안을 흔쾌하게 하는 것이다.

갈비와 수육이 만나 만들어내는 돼지고기의 ‘맛의 하모니’. 맛도 챙기고 영양도 챙기는 현명한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초복은 이러구러 지나간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날의 돼지고기, 참으로 든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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