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63> 동래 고읍성지 나무 두레박

통일신라인들 우물에서 쓰던 ‘통나무 바가지’

  • 김소담 부산박물관 교육홍보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7-17 18:43:1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무더운 여름이 오면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물로 몸을 씻어내고픈 생각이 자주 난다. 21세기 현대에서 물을 얻기 위해선 당연하게도 수도꼭지를 틀거나, 정수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지만, 이런 환경이 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동래 고읍성지 나무 두레박.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옛날 사람들이 물이라는 자원을 얻는 방법은 퍽 한정적이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내리는 비를 이용하거나 하천에 흐르는 물을 떠다 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물을 얻기 쉬운 곳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으니, 멀리 나일강과 같은 세계 4대 문명의 발원지도, 공주 석장리와 같은 한반도의 구석기시대 유적도 모두 강가에 위치한다.

점차 사람들이 모여 살며 큰 마을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목축도 하게 되자 당연히도 많은 물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지하로 땅을 파서 지하수를 얻는 방법을 터득했고, 지하수를 괴어놓을 우물을 만들었다. 우물 덕분에 삶의 터전에서 안정적으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까지의 발굴조사로 미루어 보면 우물은 청동기시대부터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나무나 흙을 쌓아 만들다 통일신라시대를 즈음해선 돌을 쌓아 만드는 방법이 널리 보급되었다.

부산에서도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우물이 여럿 확인되었다. 수영구 망미동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여말선초까지 동래군의 행정 중심지였던 동래 고읍성 터가 발굴되었는데, 이곳에서 5기의 우물이 조사되었다. 모두 땅을 파고 내부에 돌을 쌓아 만든 석조 형태이다. 발굴조사 당시 우물 안에는 통일신라시대 때 동래 고읍성 사람들이 사용했을 항아리와 나무 두레박이 들어 있었다.

두레박은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 사용한 도구로 오목한 형태다. 동래 고읍성 우물에서 출토된 두레박(국립김해박물관 소장)은 통나무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유기질인 나무는 잔존율이 낮아 출토되는 사례가 적지만, 이 두레박은 우물 속에서 물기가 있는 채로 보존된 덕분에 전체적인 모양이나 제작기법을 알 수 있는 양호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통나무를 잘라 속을 파내고서 바깥면은 전체적으로 각이 지지 않도록 섬세히 다듬었다. 크기는 가로 18cm 세로 16㎝ 깊이는 9㎝ 정도로, 두레박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것으로 보인다. 몸통 측면 양쪽에는 사각형 구멍을 뚫어 나무 작대기를 통과시켰다. 이렇게 결구한 작대기는 두레박의 손잡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대기에서 관찰되는 사용 흔적으로 보아 오랫동안 사용되다가 우물 안으로 투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동래 고읍성 사람들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있기 때문일까? 부산박물관 고대·중세실에 전시 중인 이 두레박 앞에 서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고,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번 여름, 바다로 계곡으로 몸을 물속에 담그는 휴가도 근사하지만, 우물가에서 물을 뜨는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의 활기찬 수다 소리를 상상해 보는 힐링은 어떨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10. 10[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9. 9“사업비 턱없이 부족”… BS한양,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 탈퇴 의사 밝혀
  10. 10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8. 8양산시, 종합장사시설 후보지 오룡마을 선정…2030년 말 준공 목표
  9. 9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0. 10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