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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 함락됐다…광양 피란민들은 왜적처럼 꾸며 노략질”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2> 계사년(1593년) 6월27~7월12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6-25 19:20:4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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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적 침범해 불지르고 분탕질
- 알고 보니 마을서 꾸며낸 흉계
- 뱃전에 홀로 앉으니 근심 가득

- 견내량 넘어오는 적선 10여 척
- 이순신 출동 땐 허겁지겁 도망

6월 27일[7월 25일]

비가 오다 개이다 하였다. 정오에 적선 2척이 견내량에 나타났다고 하기에 전군을 거느리고 나가 보니 이미 달아나고 없어 불을도(거제시 둔덕면 방화도) 앞바다에 진을 쳤다. 아침에 순천, 광양을 불러다가 적을 무찌를 일을 토의했다. 충청수사가 흥양에 군량을 빌려 달랬더니 자기들도 모자란다면서 거절하더라며 나에게 3섬만 꾸어 달라기에 보내주었다. 듣자니 강진의 배가 적선과 마주쳐 싸우고 있다는 변고가 생겼다 한다.
19세기 진주성 지도.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놓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계사년(1593년) 6월과 7월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은 진주성 상황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국제신문 DB
6월 28일[7월 26일]

비가 오다 개이다 하였다. 어제 강진의 정탐선이 적과 싸운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진을 이끌고 출발하여 견내량에 이르니, 적도들은 우리 군사들을 바라보고 놀라 황급히 달아나는 것이었다. 역풍과 역조를 받아 들어올 수가 없어서, 그대로 거기에 머물러 밤을 지내다가 밤 두 시쯤 되어서야 다시 불을도에 돌아왔다. 이날이 바로 명종(明宗)의 제삿날이었기 때문이다. 종 봉손과 애수 등이 들어왔길래 고향(아산)의 선산 소식을 자세히 물어보았다. 이무 탈 없다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원 수사와 우수사가 함께 와서 군사일을 의논하였다.

6월 29일[7월 27일] 맑음.

서풍이 잠깐 불더니 청명하게 개었다. 순천부사, 광양현감이 와서 봤다. 어란만호(정담수), 소비포권관(이영남) 등도 와서 봤다. 종 봉손 등이 아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洪) 이(李) 두 선비와 윤선각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진주가 함락되었다. 황명보(충청병사 황진), 최경회(경상우병사), 서예원(진주목사), 김천일(창의사), 이종인(김해부사), 김준민(거제현령)이 전사하였다고 한다.」

※일기 마지막 「」부분은 훗날(7월 19일로 추정됨) 진주성이 함락된 이날 6월 29일자 일기에다 작은 글씨로 소급해 추가 삽입한 것이다(7월 19일 일기 참조).

▲계사년 7월(1593년 7월)

경남 통영시 한산도 제승당의 사당 충무사.
2개월 가까이 여수를 떠나 결망포 견내량 제포 유자도 칠천량 불을도 한산도 등지로 진지를 옮겨가며 적과 대치하면서 그 부근을 수색한다. 혹시라도 적이 견내량을 넘어오면 그때마다 즉각 추격했고 이순신이 출동하기만하면 적은 무서워 허겁지겁 도주했다. 반복되는 이런 일들로 그는 주로 배 위에서 떠 살다가 이제 한산도 두을포로 본진을 옮겨간다. 한산섬으로 전라우수군도 오고, 경상수군도 오고, 충청수군도 와 한산도는 이제 삼도수군의 본진으로 변모해 간다.

7월 1일[7월 28일] 맑음.

인종의 제삿날이다. 밤기운이 몹시 차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이 조금도 놓이지 않아 홀로 장대 아래에 앉았으니 온갖 회포가 일어난다. 선전관이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초저녁에 벌써 선전관(유형)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당도했다.

7월 2일[7월 29일] 맑음.

우수사(이억기)가 내 배로 와서 함께 선전관을 대접하고 점심 후에 헤어져 돌아갔다. 해 질 무렵에 김득룡이 와서 진주가 위태하다고 전한다. 놀라움과 우려를 가눌 길 없다. 그러나 그럴 리가 만무하다. 응당 어떤 미친 사람이 잘못 전한 말이리라. 초저녁에 원연과 원식이 와서 군영을 험담으로 중상해 말을 하니 웃음이 나온다.

7월 3일[7월 30일] 맑음.

적도들이 몇 척의 배로 견내량을 넘어오고 한편으로는 뭍으로도 나오니 통분하다. 우리 배들이 추격하러 나갔더니 그만 도망쳐 버렸다. 도로 물러나와 잤다.

7월 4일[7월 31일] 맑음.

흉악한 적 수만 명이 죽 벌려 서서 기세를 올리고 있으니 모욕을 당한 것 같아 심히 분하다. 저녁에 걸망포로 물러나 진을 치고 잤다.

7월 5일[8월 1일] 맑음.

새벽에 탐망군이 와서 보고하는데, 적선 10여 척이 견내량을 넘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배들이 한꺼번에 출항하여 견내량에 이르니, 적선은 허겁지겁 달아났다. 거제땅 적도에 말(馬)만 있고 사람은 없기에 그 말을 싣고 왔다. 늦게 변존서가 본영으로 떠났다. 또 진주가 함락되었다는 급보가 광양에서 왔는데, 두치(광양 다압면과 하동읍 사이의 섬진강변에 있으며 두치진으로 불린 곳인데, 진주에서 전라도로 가는 길목의 요충지다.)의 복병한 곳에서 성응지와 이승서가 보낸것이다. 걸망포로 돌아와 진을 치고 밤을 지냈다.

7월 6일[8월 2일] 맑음.

아침에 방답첨사(이순신)가 와서 보고, 소비포권관(이영남)도 와서 봤다. 한산도에서 새로 만든 배를 끌고 오기 위해 중위장이 여러 장수들을 데리고 나가 새 배를 예인해 왔다. 공방(工房) 곽언수가 행재소에서 들어왔는데, 그편에 도승지 심희수와 지사 윤자신과 좌상 윤두수가 편지를 보내왔고, 윤기헌도 안부를 보내왔다. 같이 보낸 기별지(관보)를 보니 탄식할 일들이 많다. 흥양이 군량을 실어 왔다.

7월 7일[8월 3일] 맑음.

순천부사, 가리포첨사, 광양현감이 와서 군사일을 의논했다. 가볍고 날랜 배 15척을 뽑아 위장으로 하여금 견내량 등지로 가서 탐색토록 해 보았으나 적의 행적은 자취도 없다고 한다. 거제에서 적에게 사로잡혔다 돌아온 한 사람에게 왜적의 소행을 꼼꼼이 물어보니, “흉적들이 우리 수군의 위세를 보고 물러가려 한다”고 하고, 또 “진주는 함락되었지만 적들이 설마 전라도로 넘어 가기야 하겠는가”고 한다. 이 말은 제멋대로 지어낸 거짓말이다. 우수사(이억기)가 내 배로 왔기에 대적할 일을 논의했다.

7월 8일[8월 4일] 맑음.

남해로 왕래하는 사람 조붕에게서 “적이 광양으로 쳐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고 광양 사람들이 미리 고을 관청과 창고를 불지르고 노략질하였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해괴함을 이길 길 없다. 순천부사(권준), 광양현감(어영담)을 곧 보내려고 하다가 뜬 소문을 믿을 수 없어 중지하고, 사도군관 김붕만을 내보내어 알아보게 하였다.

7월 9일[8월 5일] 맑음.

남해현령이 와서 “광양 순천이 이미 노략질을 당해버렸다”고 거듭 말한다. 그래서 광양현감(어영담),순천부사(권준)와 송희립 김득룡 정사립을 떠나보냈고 이설은 어제 먼저 보냈었다. 이 소식이야말로 정말 뼈아픈 일이라 말을 못하겠다. 우수사(이억기)와 경상우수사(원균)와 함께 일을 논의했다. 이날 밤 바다 위에 달은 밝고 잔물결 하나 일지 않아 물과 하늘이 한 빛을 이루었는데, 서늘한 바람이 언뜻 불어오고 홀로 뱃전에 앉아 있으려니 온갖 근심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한밤에 본영 탐후선이 들어와서 적정을 알리는데, 실은 왜적들이 아니고 영남의 피란민들이 왜놈 옷으로 가장하고 광양으로 마구 들어가 여염집을 불지르고 분탕질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또 진주가 함락되었다고 하는데 진주의 일만은 절대로 그럴 리 만무하다. 닭이 벌써 운다.

7월 10일[8월 6일] 맑음.

김붕만이 두치에서 와서 하는 말이, “광양의 일은 사실이다. 다만 왜적 100여 명이 도탄(하동 화개면 탑리에 있는 섬진강 물길)에서 물을 건너와 광양을 침범해 들어왔는데, 총은 한 발도 쏜 일이 없다”고 했다. 왜적이 들어왔다면 어찌 총을 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경상우수사와 본도 우수사가 왔고 원연도 왔다. 저녁에 오수(吳水)가 거제의 가참도(가조도)에서 와서 하는 말이, “적선은 안팎에서 모두 보이지 않는다” 하고, 또 말하기를 “사로잡혔다가 도망쳐 나온 사람에게서 확인한 것으로, 무수한 적의 무리가 창원 등지로 향해 되돌아가더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다 믿을 것은 못 된다. 초저녁에 한산도 끝의 세포로 진을 옮겼다.

7월 11일[8월 7일] 맑음.

아침에 이상록이, 명령을 어기고 먼저 떠난 여러 장수들에게, 전령을 전할 일로 나갔다가 돌아와 보고하기를 “적선 10여 척이 견내량에서 내려온다”고 하므로 닻을 올려 바다로 나가니, 적선 5, 6척이 벌써 진 앞에 이르기로 그대로 추격하였더니 견내량을 넘어 달아나 버렸다. 오후 네 시쯤 걸망포로 돌아와 물을 길어 배에 실었다. 사도첨사(김완)가 와서, 하는 말이 “두치나루를 적이 건너왔다는 것은 헛소문이요, 광양 사람들이 왜놈 옷으로 변장해 저희들끼리 난리가 난 것처럼 꾸며 난동을 부리고 노략질을 한 것”이라 하고, 또, “그들에 의해 순천과 낙안 고을은 이미 분탕되었다”고 하니 통분함을 이길 길 없다. 어두울 무렵 오수성이 광양에서 와서 보고하는데, “광양이 왜적으로부터 화를 입었다는 것은 모두 진주의 피란민과 제 고을 사람들이 꾸며낸 흉계다”고 하면서 “고을의 곳간은 털려 막막하고 여염집 마을도 모두 비어있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사람이 없고 순천이 가장 심하였고 낙안이 그다음”이라 하였다. 달 아래 우수사의 지휘선에 이르니 원균과 그 동생 원연이 먼저와 있었다. 군사 일을 의논하다가 헤어졌다.

7월 12일[8월 8일] 맑음.

식사하기도 전에 울과 송두남과 오수성이 돌아갔다. 가리포와 낙안을 청해다가 적 막는 일을 의논하고 함께 점심을 한 뒤 헤어졌다. 가리포 군량진무가 와서 전하는 말이, 사량 앞바다에 와서 자는데 왜적들이 우리 옷으로 변장하고, 우리 배를 타고 돌입하여 총을 쏘며 노략질을 하려고했다 한다. 그래서 곧바로 각각 가볍고 날랜 배 3척씩 9척을 내어 달려가 잡아 오게 하고, 또 각각 3척씩을 정하여 착량으로 보내어 착량을 막고 있다가 돌아오라고 명했다. 고목이 왔는데, 광양이 분탕 당한 경위를 말해주는 내용이었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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