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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 보면 걱정할까봐, 아침에 흰머리 여러 오라기 뽑았다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1> 계사년(1593년) 6월11~26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6-18 19:37:1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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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으로 죽은 종들의 얘기도 기록
- 신분에 관계없이 똑같이 슬퍼해

- 왜군들 진주성 치려고 양산 진격
- 조선군 겁먹고 의령 등지로 후퇴
- 장군은 그 못마땅함에 한숨 가득


- 아산에 있던 모친은 여수로 모셔

경남 통영시 한산도의 문어포 언덕에서는 남해 다도해가 잘 보인다. 이순신 장군과 휘하 수군들은 저 바다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작전을 펼쳐 조국을 지켰다.
6월11일[7월9일]

잠깐 비가 오다가 개었다. 아침에 영남우수사 원균의 어젯밤 공문 중에 “적을 칠 때가 이때다(왔다)”고 억지 핑계 댄 부분은 철회하라고 공문을 작성하여 원균에게 보냈더니 술에 취하여 정신이 없다는 핑계를 댈 뿐 고쳐 들으려 하지 않았다. 12시 약속시간에 맞춰 충청수사(정걸)의 배로 갔더니 그가 먼저 내 배에 와서 기다린다기에 다시 내 배로 와서 충청수사와 잠깐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그 길로 우수사의 배로 갔더니 마침 가리포 첨사, 진도군수, 해남현감 등이 우수사와 술자리를 차려놓고 마시고 있기에 나도 몇잔 마시고 돌아왔다. 탐후인이 와서 고목(告目, 정찰보고서)을 바치고 갔다.

6월12일[7월10일]

잠깐 비가 오다 개였다. 아침에 흰 머리카락 여남은 오라기를 뽑았다. 머리카락이 흰들 무엇이 어떠랴마는 다만 위로 늙은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종일 혼자 앉아 있는데 사량만호가 찾아와 만나고 갔다. 밤 열시쯤에 변존서와 김양간이 들어와 행궁(行宮)의 기별을 전하는데, 동궁(東宮:광해군)께서 병으로 편치 않다고 하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정승 류승룡의 편지와 지사 윤우신의 편지가 왔다. 종 갓동과 철매가 병으로 죽었다 하니 참 가엽구나! 승려 해당도 왔다. 밤에 원 수사의 군관이 와서 명나라 정탐군 5명이 은밀히 들어왔다고 전해주고 갔다.

6월13일[7월11일] 맑음.

저녁나절에 잠깐 비가 오다가 그쳤다. 명나라 사람 왕경(王敬)과 이요(李堯)가 와서 수군의 상황을 살피고 갔다. 그들에게 들으니, 제독 이여송이 진격하지 않다가 명나라 조정으로부터 문책을 당했다고 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말들마다 분격할 일들 뿐이어서 참으로 비분강개했다. 저녁에 진을 거제 땅 세포(견내량과 한산도 사이)로 옮겨 머물렀다.

6월14일[7월12일]

비가 잠깐 오다가 개었다. 아침 후에 낙안(신호)이 보러 왔다. 가리포첨사를 청해 아침밥을 같이 했다. 순천 광양도 왔는데 광양현감은 개고기를 차려 내놨다. 전운사(轉運使) 박충간의 공문과 편지가 왔다. 경상좌·우수사의 공문이 왔다. 저물녘에 비바람이 세게 치더니 얼마 뒤에 그쳤다.

* 당시 경상좌수사는 보임은 되었으나(이수일), 군사가 흩어지고 없어 실제 전투에는 참여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서 경상우수사를 그냥 경상수사 또는 영남수사로 부르곤 했다.

6월15일[7월13일]

‘보물 제326호 이순신 장군 유물 일괄’ 중 도배구대(桃盃俱臺).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이다. 출처=문화재청 국가문화 포털
비가 잠깐 오다가 개었다. 우수사(이억기), 충청수사(정걸), 순천부사(권준), 낙안군수(신호), 방답첨사(이순신) 등을 청해 철 맞이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이야기하다가 저물어서야 헤어졌다.

6월16일[7월14일]

잠시 비가 왔다. 저녁나절에 낙안군수를 통하여 진해의 고목(告目)을 얻어 보니, 함안에 있는 각 도의 대장들이 왜군이 황산동(양산)으로 나가 진을 쳤다는 소문을 듣고는 모두 진양과 의령으로 물러나서 방어한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순천 광양 낙안이 왔다. 초저녁에 영등포의 탐망군이 와서 보고하는데, 김해, 부산에 있던 적선 무려 500여척이 안골포, 웅포, 제포 등지로 들어왔다고 한다.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적도들이 세력을 모아서 옮겨 다니며 침범할 계획도 없지 않을 것이므로, 우수사(이억기)와 충청수사 정걸에게 이 사실을 공문으로 통지해 두었다. 밤 10시쯤에 대금산 탐망군이 와서 보고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송희립을 경상우수사(원균)에게 보내 의논케 하니, 내일 날이 밝으면 군사를 거느리고 오겠다고 했다. 아직 적의 계책을 헤아리긴 어렵다.

※ 왜적은 당시 제2차 진주성 공격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6월 15일 함안 점령, 18일 의령 점령 후 22일부터 진주성을 공격한다. 이순신은 우리 육군이 초기부터 방어선을 물려 후퇴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 한다. 또 수시로 적의 진주 공격 소식을 들으며 걱정한다.

6월17일[7월15일]

비가 오다 개이다 하였다. 이른 아침에 경상우수사 원균, 전라우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정걸 등이 와서 전투 계책을 의논했는데, 함안에 있던 여러 장수들이 진주로 후퇴해 방어한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식사를 한 뒤에 경수 이억기의 배로 옮겨 가서 종일 토론했다. 조붕이 창원에서 와서 진주로 진격하는 적세가 너무 대단하다고 했다.

6월18일[7월16일]

혹 비도 오고 혹 개기도 했다. 아침에 탐후선이 들어왔는데 한가로이 있다가 닷새 만에야 돌아왔으니 아주 잘못된 일이라 곤장을 때려 보냈다. 오후에 경상우수사(원균)의 배로 가서 같이 앉아 군사일을 의논하면서 한잔한잔 하다가 몹시 취해 돌아왔다. 부안의 용인이 와서 자기 모친이 갇혔다가 풀려 나왔다고 했다.

6월 19일[7월 17일]

혹 비도 오고 혹 개이기도 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며 그치지 않기에 진을 오양역(거제 사등면 오양리) 앞으로 옮겼으나, 바람에 배를 고정할 수가 없어서 다시 고성 역포(통영시 용남면)로 옮겼다. 봉과 변유헌 두 조카를 본영으로 보내어 어머니의 안부를 알아 오게 하였다. 왜물(倭物)과 명나라 장수에게 줄 물건과 기름 먹인 물건 등속을 함께 실어서 본영으로 보냈다. 각도에 공문을 발송하였다.

※ 이순신은 1593년 5월 말이나 6월 초에 어머니를 아산서 여수 곰내마을로 모셔온 것 같다. 어제는 탐후선이 늦게 들어오며 어머니 소식을 놓친 데 대해 문책했고, 그래서 오늘 두 조카를 직접 보내어 어머니 안부를 알아오도록 한 것이다.

6월 20일[7월 18일]

흐리며 바람이 크게 불었다. 조상의 제삿날이어서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저물어 방답 순천 광양이 보러 왔다. 조붕이 그의 조카 조응도와 함께 와서 봤다. 배 만들 재목을 실어 내느라 그대로 역포에 머물렀다. 밤에는 바람이 잤다.

6월 21일[7월 19일] 맑음.

아침에 진을 한산도 망하응포(통영 한산면 하포리)로 옮겼다. 점심 때 원연(원균의 동생)이 왔다. 우수사를 청해 함께 앉아 술을 몇 잔 마시고 헤어졌다. 아들 회가 들어와 문안할 때 어머니께서 편안하심을 들었다. 다행이다.다행이다.

6월 22일[7월 20일] 맑음.

새 전선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목수(조선공) 214명이 일을 하는데 본영에서 72명, 방답 35명, 사도 25명, 녹도 15명, 발포 12명, 여도 15명, 순천 10명, 낙안 5명, 흥양과 보성에서 10명을 보냈다. 방답은 처음에 15명만 보냈기에 담당 군관과 아전을 처벌키 위해 조사했는데 그 진술들이 아주 거짓되었다. 제2호 지휘선(우후 이몽구의 배)의 갑판수 손걸을 본영으로 돌려보냈는데 못된 짓만 하면서 바다에 떠돌아 다닌다기에 잡아다 그 죄를 다스리고 겸하여 우후의 군관 유경남도 처벌했다. 오후에 가리포첨사가 왔다. 적량만호 고여우와 감목관 이효가도 왔다. 저녁때 소비포권관 이영남이 다녀갔다. 초저녁에 영등포 탐망군이 와서 보고하기를, 별 다른 소식은 없지만 적선 2척이 온천(칠천량)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봤다고 한다.

***이순신의 상과 벌은 엄격하고도 분명했다. 반드시 사전에 조사를 확실히 했고 적절한 범위에서 양형을 했다. 당시 수군에서 주로 쓰는 처벌방법은 곤장이었고 처형했다고 할 경우에는 사형을 집행했다 함을 의미한다.***

6월 23일[7월 21일] 맑음.

날이 밝자 목수들을 점호하였는데 한 명의 결근자도 없었다. 새 배에 쓸 밑판을 다 만들었다.

6월 24일[7월 22일]

식후 큰비가 오고 강풍이 불더니 저녁까지 그치지 않았다. 저녁에 영등포 탐망군이 와서 보고하기를 “적선 500여 척이 23일 한밤중에 소진포(거제군 장목면 송진포)로 들어갔는데 그 선봉대는 칠천량에 이르렀다”고 한다. 밤에 대금산의 탐망군이 보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6월 25일[7월 23일]

큰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우수사와 함께 적을 칠 일을 의논하는데, 가리포도 오고 경상우수사도 와서 함께 상의했다. 들으니, 적이 진주를 포위해 놓고도 어느 적도들도 진주성으로 진격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연일 비가 내려서 적도들이 물에 막혀 진격하지 못한 것을 보면, 하늘이 호남지방을 돕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다. 낙안의 군량 130섬 9말은 나눠주고 순천의 군량 200섬은 가져와서 방아를 찧는다고 한다.

6월 26일[7월 24일]

비가 많이 오고 남풍이 거세게 불었다. 복병선이 변고를 보고하되, 적의 크고 작은 배 수십 척이 오양역의 바다 앞에까지 이르렀다 하므로 호각을 불어 닻을 올리고 모두 적도(통영시 화도)로 가서 진을 쳤다. 순천 군량 150섬 9말을 받아들여 의능의 배에 실었다. 저녁에 김붕만이 진양의 적정을 살피고 와서 보고하기를, “적도들이 진주성 동문 밖에서 사방 백리에 이르도록 진을 합쳤는데, 연일 비가 많이 와서 물에 막히자 독기를 부리며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큰물이 장차 적진을 휩쓸게 되면 적은 밖으로부터 구원병과 식량을 운송할 보급로가 끊기게 된다. 이때 우리가 대군을 합쳐 쳐들어간다면 한꺼번에 섬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적은 이미 양식이 떨어진 듯하고 우리 군사는 편안히 앉아서 고달픈 적을 맞게 되었으니 그 형세가 백전백승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이 이렇게 도와주고 있으니 바다로 적이 비록 오륙백 척이 몰려오더라도 우리 군사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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