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듬지 내어주고 밑동까지 바치고도
뿌리째 뽑혀나가 기둥으로 선다는 건
다 삭아 무너지도록
아낌없는 아버지
나무는 제 자리에서 변함없이 서 있는 존재이다. 우듬지에서 밑동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잎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피우며 열매를 맺는 행위를 되풀이한다. 세월이 다해 죽어서도 다른 동식물에게 양분을 제공하거나 뿌리 통째로 뽑혀나가 기둥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나무의 일생과 아버지의 생애를 동일시한다. 아버지의 무한한 책임의식과 아낌없는 희생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기를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는 격언이 있다. 갖은 고통과 상처는 숨기고 헛기침만 하는 아버지의 외로운 모습이 애절하게 와 닿는다.
각각의 나무가 모여 큰 숲을 이루듯 이 시대 허허로운 아버지들이 하나되어 어깨동무를 한다면, 혼탁하게 시들어가는 온 세상이 싱그러운 연초록으로 되살아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