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잔잔한 강물 같은 문체로 ‘공감의 시대’ 말하다

본지 신춘문예 출신 강이라 작가, 두 번째 소설집 ‘웰컴 문래’ 출간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5-22 19:32:00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학원가·연애·폴리아모리 소재로
- 사람 간의 간극 메우는 소통 강조

문학작품을 읽으면 공감 능력이 강해진다는 건 이제 ‘정설’이 됐다. 공감 능력을 워낙 강조하는 시대라 그런지 인터넷만 살펴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작가가 노심초사 숨겨둔 상징이나 짐짓 슬몃 묻어둔 실마리를 캐내는 공감 여행은 오늘날 예술의 중요한 요소다.

두 번째 소설집 ‘웰컴 문래’를 최근 펴낸 강이라 작가. 국제신문 DB
울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강이라가 두 번째 소설집 ‘웰컴 문래’(도서출판 득수·표지)를 냈다. 강 작가는 제24회 신라문학상 수상,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2018년 첫 소설집 ‘볼리비아 우표’를 냈고 이어 공동 작품집 ‘나, 거기 살아’ ‘당신의 가장 중심’ ‘작은 것들’에 속속 작품을 실으며 꾸준히 활발하게 창작한다.

그의 소설에는 상징성 강한 요소나 표현이 ‘미니멀하게’(아주 적게) 등장했다가 슬쩍 없어지곤 한다. 이런 걸 찾아내거나 즐겨 만나면 소설 읽는 섬세한 재미를 느낀다. 그런 걸 안 놓치고 똑똑 따다 보면 독자는 투명하고 차분한 문장·낱말의 세계를 만난다. 힘주고 애써서 무얼 굽히거나 펴려 하지 않는데 그 잔잔한 강물 같음이 강이라다움을 이룬다.

이번 소설집에서 그는 치열하고 아프고 위험한 이 세상에서 작은 공감의 기미를 놓치지 않는다면 목숨도 살리고 영혼도 구할 수 있다고 차분히 말한다.

수록 작품 ‘우리의 공갈 젖꼭지 나무’는 멋진 역설을 그려 보인다. 학원 국어강사 다정의 집은 가난하다. 수강생인 중학생 한솔의 집은 부유하다. 쫓기고 찌들려 담배 피는 버릇을 갖게 된 다정이 무력감·공허감에 학원 교실에서 떠밀리듯 담배를 피워 물다 위기에 처하자 한솔이 자기를 희생해 가며 구한다. 다정은 한솔 엄마를 만난다. “정다정 선생님 믿고 맡기는 거예요. 애 성적, 좀 잘 부탁드려요.” 한솔 엄마가 이렇게 말하자 다정은 생각한다. “애를 좀 부탁한다고…한솔이를 잘 부탁한다고 했으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다정의 집은 가난한데, 식구는 모두 정말 다정한 사람들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솔과 다정은 짧은 여행에 나선다. 한솔이 털어놓는다. “샘은 애들 이름을 부를 때 항상 우리라는 말을 붙여요. 우리 한솔이 왔니…우리 한솔이가 풀어볼래…우리 한솔이 혼날래.” 덧붙인다. “샘, 저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아요.” 명장면은 속상한 다정이 아파트 주민의 암묵적 흡연구역에 앉아 담배 필 때, 청소 일을 하는 아버지와 마주친 때다. 아버지는 지긋이 말한다. “그냥 버려…괜찮아…괜찮대도. 버려. 아버지가 치워줄게.…고단하겠지. 우리 다정이도.”

‘수국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는 핏줄이 아니지만 소중한 가족이 된 외할머니-엄마-젊은 여성 서늘봄의 당차고 당당하고 생기 넘치는 내면이 수국처럼 피어나는 단편소설이다. 서늘봄의 연하 남자친구 현우는 우물쭈물 생각 많은 성격인데, 그가 서늘봄과 외할머니에게서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배워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핸우 군은 막걸리 좋아하나? 나는 좋아하네(외할머니).” “참 부럽네. 나도 연애하고 싶어(외할머니).” “결혼도 하고?(서늘봄) 뭐 하러, 결혼해서 과부밖에 더 됐어? 오지게 연애만 할 거야(외할머니).”

‘스노볼’ ‘물고기 그라피티’에서는 부유하지만 공감력이 떨어져 정작 자녀가 무얼 간절히 바라는지 도무지 모르고 ‘진심’이라는 명목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가 도드라진다. 표제작 ‘웰컴, 문래’는 폴리아모리(배타적이지 않은 동시다발적인 사랑)를 들고 왔다. 작가는 이를 그저 소재로 쓰지 않고 ‘함께함’에 관한 사유로 확장한다. 예컨대 “좋다…너희들과 함께 있으니까.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이렇게 야밤에 걸을 수도 있고” 같은 문장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6. 6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7. 7“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8. 8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6. 6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7. 7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8. 8“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8. 8‘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