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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한 원균…어부 목 베어 왜적을 친 것처럼 꾸미려 해”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7> 계사년(1593년) 2월 19~3월 14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5-21 19:12:3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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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균, 포위된 지휘선 보고도
- 구하지 않고 못 본 체 발뺌
- “이 답답함 어찌 다 말하랴”

- 명나라軍 서울행 소식엔
-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 진중에서 생일 맞이한 날
- 현감·우수사가 술·안주 준비

2월19일[3월21일] 맑음.

서풍이 크게 불어 배를 띄울 수가 없으므로 떠나지 못했다. 남해현령에게 붓과 먹을 보냈더니 그가 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고여우(적량만호)와 이효가(감목관)도 와서 봤다. 그대로 사화랑에 진을 치고 있었다.

2월20일[3월22일] 맑음.

통영 충렬사에 전시된 이순신 장군 관련 유물. 명나라 장수 진린의 보고에 따라 명의 조정에서 내린 하사품이라고 설명돼 있다.
새벽에 출항할 때 동풍이 약간 불었다. 적과 교전할 때에는 바람이 갑자기 크게 불어 배들이 서로 부딪치고 깨어지게 되었는데 어떻게 방지할 길이 없었다. 곧 호각을 불게 하고 초요기(지휘기)를 올려 전투를 중지시키니 여러 배들이 다행히도 크게 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흥양의 1척, 방답배 1척, 순천의 1척, 본영의 1척이 서로 들이받아 깨지고 말았다. 날이 저물기 전에 소진포로 돌아와 물을 긷고 밤을 지냈다. 해 질 무렵 사슴떼가 동에서 서로 치달리는데 순천부사(권준)가 몇 마리를 잡아 보냈다.

2월21일[3월23일]

흐리고 바람이 크게 불었다. 이영남,이여념이 와서 봤다. 우수사 원균과 순천부사,광양현감도 와서 봤다. 저녁에 비가 오더니 자정이 되어서야 그쳤다.

2월22일[3월24일]

새벽에 구름이 짙게 끼고 동풍이 크게 불었지만 적을 무찌르는 일이 급하므로 출항하여 사화랑에 이르렀고, 거기서 바람 멎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바람이 조금 자는 듯하므로 재촉하여 웅천에 이르러 삼혜와 의능 두 승장과 의병 성응지를 제포(진해시 웅천2동)로 보내어 곧 상륙을 하는 것 같이 하고, 또 우도의 여러 장수들도 변변치 못한 배들을 골라 동쪽으로 보내어 곧 상륙하는 것같이 했더니 왜적들이 당황하여 갈팡질팡하는 것이었다. 이 틈을 타서 모든 배를 몰아 일시에 무찌르니, 적들은 세력이 분산되고 약해져서 거의 섬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발포의 2호선과 가리포의 2호선이 명령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제멋대로 돌입하다가 그만 얕은 곳에 얹혀 적에게 습격을 당하게 된 것은 참으로 통분하여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얼마 뒤에 진도의 지휘선이 적에게 포위되어 하마터면 구하지 못할 뻔하게 된 것을 우후가 곧장 달려가 구해냈다. 경상좌위장과 우부장은 이를 보고도 끝내 못 본 체하고 구하지 않았으니, 그 괘씸함을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참으로 통분 또 통분했다. 곧바로 경상우수사에게 따졌지만 당연했던 것처럼 하니 탄식할 일이다. 오늘의 이 답답함을 어찌 다 말하랴. 모두 경상우수사(원균)의 소행 탓이로다. 돛을 달고 소진포로 돌아와 잤다. 아산에서 뇌와 분의 편지가 웅천 진중으로 왔고, 어머님 편지도 왔다.

2월23일[3월25일]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아침에 우수사가 보러 왔고 이른 아침에는 소비포, 영등포, 와량 등이 보러 왔으며 식후에는 원균수사가 왔고 순천부사, 광양현감, 가덕첨사, 방답첨사도 왔다. 특히 경상우수사 원균의 음흉함은 이를 길이 없다(▶아마도 원균은 어제의 일이 자기 쪽 탓이 아니고 전라수군의 탓이라며 대들었을 것이다). 최천보가 의주 쪽에서 와서 명나라 군사들의 소식을 자세히 전하고 조도어사의 편지와 공문도 전한 뒤 그날 밤으로 돌아갔다.

2월24일[3월26일] 맑음.

새벽에 아산과 온양에 보낼 편지와 집에 보낼 편지를 써서 보냈다. 아침에 배를 띄워 영등포 앞바다에 이르니 비가 몹시 퍼부어 바로 댈 수가 없어서 배를 돌려 칠천량으로 돌아왔다. 비가 그치매 우수사, 순천부사, 가리포, 진도(군수 성언길)와 함께 적을 무찌르기 위한 진중회의를 했다. 초저녁에 배 만드는 기구를 들여보낼 것을 지시하는 문서와 흥양에 갈 공문을 써 보냈다. 양곡 90되로 자염(말갈기)을 사도록 보냈다.

2월25일[3월27일] 맑음.

바람이 거세 그대로 칠천량에 머물렀다.

2월26일[3월28일]

바람이 많이 불어 종일 머물고 있었다.

2월27일[3월29일]

맑으나 바람이 계속 크게 불었다. 우수사 이억기와 함께 적 칠 이야기를 했다.

2월28일[3월30일]

맑은 데다 바람조차 없다.

새벽에 출항하여 가덕으로 왔으나 겁에 질린 웅천의 적들은 기가 죽어 움츠리고만 있어 끌어내어 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배들은 곧장 김해강(서낙동강) 아래쪽 독사리목(부산시 강서구 녹산동)으로 향하는데 우부장이 변고를 알리므로 여러 배들이 돛을 달고 급히 달려가 작은 섬을 에워쌌다. 알고 본즉, 경상수사 원균의 군관의 배와 가덕첨사의 사후선(척후선)등 2척이 섬에서 들락날락하며 태도가 수상하므로, 잡아 와서 경상수사 원균에게 보냈더니 수사(원균)가 크게 성을 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본심은 수급(首級)을 탐하며 군관을 보내어 고기 잡는 사람들의 목을 베어 가지려는 데 있었다. 초저녁에 막내아들 염이 왔다. 사화랑에서 잤다.

2월29일[3월31일] 흐림.

바람이 또 몹시 불까 염려되어 배를 칠천량으로 옮겼다. 우수사 이억기가 와서 봤다. 경상우수사(원균)가 오고 순천부사와 광양현감도 와서 봤다.

2월30일[4월1일]

종일 비가 왔다. 장대(지휘소)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계사년 3월(1593년 3월)

▶2월에 이어 계속해 바다 위에서 살며 웅천을 공격하다가 8일에는 한산도로 가서 적 칠 일을 의논하고 궁리한다.

3월1일[4월2일]

잠깐 맑다가 저녁에 다시 비가 왔다. 방답첨사(이순신)는 왔는데 순천부사(권준)는 병으로 오지 못한다고 한다.

3월2일[4월3일]

온종일 비가 와 배의 장대(뜸)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자니, 온갖 회포가 가슴에 치밀어 올랐다. 이응화를 불러다가 한참 이야기한 뒤 순천부사의 배로 가서 순천부사의 병세를 알아보게 했다. 이영남, 이여념이 와서 그편에 원균의 비리(앞의 2월 28일 자 일기 참조)를 들으니, 실로 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영남이 일본도를 두고 갔다. 그로부터 들은 즉, 강진의 두 사람이 포로가 되었다가 살아 돌아왔는데 고성 현령(원균의 부하임)에게 붙잡혀 가서 문초를 받고 왔다고 한다.

3월3일[4월4일]

아침에 비가 왔다. 삼짇날 명절인데도 흉악한 적들이 물러가지 않으니 이렇게 군사를 거느리고 바다에 떠 있어야만 하는구나. 또 명나라 군사들이 과연 서울을 탈환한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르니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따라 종일 비가 내렸다.

3월4일[4월5일]

오랜만에 비가 개었다. 우수사(이억기)가 와서 종일 이야기했다. 원수사도 왔다. 순천부사의 병이 중해졌다고 한다. 또 소식 들으니,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개성에까지 왔다가 북로(함경도 쪽)로 간 왜적들(가등청정)이 설한령을 넘었다는 말을 듣고는 전진을 포기하고 평양으로 되돌아 가버렸다고 한다. 통분하고 답답함을 이길 길이 없다.

3월5일[4월6일]

맑았지만 바람이 몹시 사납다. 순천부사(권준)가 병으로 돌아간다기에 친히 배웅하여 보냈다. 탐후선이 왔다. 내일로 적을 치러 가자고 약속하였다.

3월6일[4월7일] 맑음.

새벽에 출항하여 웅천에 이르자 적도들은 허겁지겁 뭍으로 도망쳐 산 중턱에 진을 쳤다. 군관들이 적진을 향해 철환과 편전을 비 오듯 쏘니 죽는 자가 무척 많았다. 사로잡혀 갔던 사천 여인 한 명을 빼앗아 왔다. 칠천량에서 잤다.

※ 이순신은 적을 죽이는 것 못지않게 적에 납치된 우리 백성을 데려오는 것을 소중히 여겼다.

3월7일[4월8일] 맑음.

우수사(이억기)와 의논하여 날새기 전에 출항하여 걸망포에 이르니 날이 이미 새었다.

3월8일[4월9일] 맑음.

한산도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고 나니 광양현감(어영담), 낙안군수(신호), 방답첨사(이순신)가 왔다. 방답첨사와 광양현감은 술과 안주를 준비해 왔고, 우수사(이억기)도 왔다. 어란만호 (정담수)도 쇠고기로 만든 음식 몇 가지를 보내왔다. 저녁에는 비가 왔다.

※ 이날은 이순신의 생일이고, 진중에서 맞는 그 생일의 모습이다.

3월9일[4월10일]

궂은 비가 종일 왔다. 원식(元埴)이 와서 봤다.

3월10일[4월11일] 맑음.

아침에 배를 띄워 사량으로 갔다. 낙안 사람이 행재소로부터 와서 전하는 말이, 명나라 군사들이 진작 개성까지 왔는데 연일 비가 와 길이 질어 행군하기가 어려우므로 날이 개이길 기다려 서울로 들어가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첨사 이홍명이 와서 봤다.

※명나라 군사가 어서 빨리 서울을 탈환해 주길, 그래서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음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러나 명나라 군사는 남의 나라를 위해 쉽게 목숨을 바치고자 하지 않는다.

3월11일[4월12일] 맑음.

아침 원 수사와 이 수사가 함께 와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 나누었다. 원 수사는 몹시 취하여 동헌으로 돌아갔다. 본영(여수)의 탐후선이 왔는데 돼지 세 마리를 잡아 왔다.

3월12일[4월13일] 맑음.

아침에 각 고을에 공문을 처결해 보냈다. 본영 병방(兵房) 이응춘도 처결한 공문을 정리해 돌아갔다. 아들 염과 나대용, 덕민, 김인문도 본영으로 돌아갔다. 식후에 우수사(이억기)의 사처방(임시숙소)에서 바둑을 두는데 광양현감이 술을 가지고 왔다. 밤 12시께 비가 내렸다.

3월13일[4월14일]

비가 몹시 오다가 아침 늦게야 맑아졌다. 우수사 이억기와 첨사 이홍명이 바둑을 두었다.

3월14일[4월15일] 맑음.

여러 배들이 출동해 배 만들 재목을 선소에 실어다 놓고 왔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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