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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선 도주로 차단하라” 어명 받들어 웅포서 10여 척 섬멸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6> 계사년(1593) 2월 1~18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5-14 19:17:3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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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 받고 “수군 80명 도망갔다”
- 거짓 보고한 관리 2명 목 베어

- 지금의 진해지역 정박했던 왜선
- 유인에도 이순신 겁내 요지부동

- 술 취해 전투 준비하러온 장수들
- “어쩌다 이지경… 기막힌 꼴 통분”

▶계사년 봄에도 전쟁은 계속된다. 참전한 명나라 군사는 벽제관 전투에서 패배하자 싸움을 피하고 강화회담 쪽으로 말머리를 돌린다. 이순신은 견내량을 고수함으로써 조선 바다를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 아래 7월에 한산도로 진을 옮겼고 8월에 겸삼도수군 통제사라는 새 직함을 맡아 3년 8개월간의 한산도 생활을 시작한다.

계사년 1월(1593년 1월)

#1월 1일부터 1월30일까지는 일기가 빠지고 없음-필자

계사년 2월(1593년 2월)

국보 제76호로 지정된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 및 서간첩·임진장초의 일부 모습. 출처=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
▶조정의 명령을 받고 이달 6일에 웅천의 웅포로 나가 2월 내내 웅포의 적을 친다. 임진년의 4대 전투와는 달리 전세를 좌우하는 큰 전투는 아니었고 이후에도 없다. 그것은 적이 이순신을 겁내 더 이상 그와 싸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1일[3월3일]

종일 비가 왔다. 발포만호(황정록), 여도권관(김인영), 순천부사(권준)가 모여들었다. 발포의 진무 최이가 두 번이나 군법을 어기었으므로 군율로써 처형(사형)했다.

2월2일[3월4일]

늦게야 개었다. 녹도가장, 사도첨사(김완), 흥양현감(배흥립) 등의 배가 들어 왔으며, 낙안군수(신호)도 왔다.

2월3일[3월5일] 맑음.

여러 장수들이 회합하기로 약속하고 거의 다 모였는데, 보성군수(김득광)가 미처 오지 못했다. 동쪽 윗방에 나와 앉아서 순천부사, 낙안군수, 광양현감과 한참 동안 의논했다. 이날 경상도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돌아온 김호걸과 나장 김수남이 명부에 올라있는 수군 80여 명에게서 뇌물을 많이 받고는 도망갔다고 거짓 보고하며 잡아오지 않았다. 몰래 군관 이봉수와 정사립 등을 보내 70여 명을 찾아 잡아다가 각 배에 나눠 배치하는 동시에, 김호걸과 김수남은 그날로 목을 베었다. 오후 여덟 시쯤부터는 비바람이 크게 몰아쳐 간신히 여러 배들을 구호해냈다.

2월4일[3월6일]

늦게야 개이다. 성 동쪽이 아홉 발이나 허물어졌다. 객사를 거쳐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오후 6시경부터 비가 몹시 쏟아지더니 밤새도록 그치지 않고, 바람 또한 사납게 불어 각 배들을 간신히 구호하였다.

2월5일[3월7일]

경칩날이라 둑제(군대행렬 앞에 세우는 둑기에 지내는 제사)를 지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다가 늦게야 갰다.

아침을 먹은 뒤 대청으로 나가 공무를 봤다. 보성군수(김득광)가 밤을 새워 육지로 해서 달려왔으므로, 뜰 아래 붙잡아다 놓고 기일 어긴 죄를 문초하였다. 순찰사와 도사 등이 명나라 군사를 지원하는 사무를 맡겨 강진 해남 등지의 고을로 다녀왔었기 때문에 늦었다고 공술하였다. 이 역시 공무라 그 대장(代將)과 도훈도 및 담당 아전들만 대신 처벌했다. 이날 저녁에 서울서 온 벗 이언형을 송별하기 위한 술자리를 베풀었다.

2월6일[3월8일]

아침에 흐리다가 서서히 맑아졌다. 밤 2시경 첫 나팔(角)을 불고, 날이 새기 전 두 번째 나팔을 불고 나서 세 번째 나팔을 불자 배를 풀고 돛을 달아 나아갔다. 정오에는 잠시 역풍이 불었다. 저물어져서야 사량(통영시 사량면 양지리)에 도착해 거기서 잤다.

*출전(웅포해전)할 때의 일반적 모습이다. 그는 일기의 서두에 꼭 날씨를 자세히 적었다. 맑고 흐리고 비오고 바람 부는 것이 어느 시간에 무슨 비, 무슨 바람이 어느 정도인지를 자세히 적는데, 그것은 배를 띄어 싸워야 하는 수군에 있어서는 미리 헤아려야 할 필수 요인이다. 이날도 세번 나팔을 불며 일기 관찰을 한 후에 출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월7일[3월9일] 맑음.

날이 새자 사량을 출발하여 곧장 견내량에 이르니 경상우수사 원균이 먼저 와 있기에 함께 적 칠 일을 의논했다. 기숙흠도 와서 보고, 이영남 이여념도 왔다.

2월8일[3월10일] 맑음.

아침에 영남우수사가 내 배로 와서 전라우수사가 시간을 어기고 있음을 몹시 욕하며 탓하고는 당장에 먼저 떠나겠다고 한다. 나는 애써 말려 기다리게 하고 오늘 해 안으로 당도할 것이라 하였더니, 과연 정오에 돛을 달고 들어오므로 온 진중이 바라보고는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맞아들이고 본 즉 거느리고 온 배가 40척이 안 되었다. 이날 오후 4시쯤에 출항하여 초저녁에 온천도(칠천도)에 도착했다. 본영에 편지를 보냈다.

2월9일[3월11일]

종일 많은 비가 오므로 첫 나팔을 불고 날씨를 관찰하였더니 큰비가 올 것 같아 출발하지 않았다. 과연 종일 큰비가 오므로 그대로 머물러 떠나지 않았다.

2월10일[3월12일]

아침에는 흐리다가 점차 맑아졌다. 오전 6시경에 배를 띄워 곧장 웅천현 웅포(진해구 남문동)에 이르니 적선이 줄지어 정박하고 있었다. 두 번이나 유인했으나 진작부터 우리 수군을 겁내어 나올 듯하다가도 돌아가 버리므로 끝내 잡아 없애지 못했다. 참으로 분하다. 밤 10시쯤에 영등포 뒤 소진포(장목면 송진포)로 들어가 배를 매고 밤을 지냈다.

2월11일[3월13일] 흐림.

아침에 순천 탐후선이 되돌아가는 편에 본영에 편지를 보냈다. 군사를 쉬게 하고, 그대로 머물렀다.

2월12일[3월14일]

아침엔 흐리다가 서서히 맑아졌다. 삼도의 군사(전라좌·우수군과 경상수군)가 새벽에 일제히 출항하여 곧장 웅천현 웅포에 이르니 적들은 어제와 같이 나아갔다 물러갔다 하며 아무리 꾀어 보아도 끝내 바다로 나오지 않았다. 어제오늘 두 번이나 뒤쫓았으나 두 번 다 잡아 섬멸하지 못하니 너무도 분하다. 이날 저녁에 도사(都事, 명나라 주둔관)가 우후에게 통지를 보냈다. 명나라 장수에게 줄 군수물자를 배정한 내용이라 한다. 저녁에 칠천도에 오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밤새 그치지 않았다.

* 이날 전라순찰사 권율 등이 행주성 전투에서 승첩을 거둔다.

2월13일[3월15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더니 오후 8시쯤에야 그쳤다. 적 토벌에 관해 의논할 일로 순천부사(권준), 광양현감(어영담), 방답첨사(이순신)를 불러다 이야기했다. 정담수(어란포 만호)가 와서 만나봤다.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匠人) 대방과 옥지 등은 본영으로 돌아갔다.

2월14일[3월16일] 맑음.

증조부의 제삿날이다. 이른 아침에 본영 탐후선이 왔다. 아침을 먹은 뒤에 삼도 군사들을 모아 적 칠 일을 약속할 적에 영남우수사는 병으로 오지 못했고, 전라 좌·우도의 장수들만이 모여 약속했다. 다만 우후가 술에 취하여 함부로 지껄이며 떠드니 그 기막힌 꼴을 어찌 말로 다 하겠으며, 어린포만호 정담수, 남도포만호 강응표도 역시 같은 꼬락서니였다. 이같이 큰 적을 무찌르자고 약속하는 자리에 술에 만취되어 이 지경까지 이르다니 그들의 사람됨에 통분함을 이길 길이 없다. 가덕첨사 전응린이 보러 왔다.

2월15일[3월17일]

아침에 맑더니 저녁에는 비가 왔다.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도 잤다. 과녁을 내걸고 활을 쏘았다. 순천부사 광양현감이 왔고 사량만호 이여념, 소비포권관 이영남, 영등포만호 우치적이 또 왔다. 이날 순찰사(이광)의 공문이 왔는데, “명나라에서 수군을 보내는 것을 알리니 미리 알아서 잘 대처하라”는 것이었다. 또 별도의 순찰사 영리의 비밀고목에는 “명군이 2월 1일 서울에 들어가 왜적을 모두 섬멸하려 한다”고 하였다. 어제 약속에 못 온 원균이 저녁 무렵에 보러 왔다.

* 지난해 5월29일 사천해전에서 어깨에 총상을 입은 뒤 처음으로 일기에서 활을 쏘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2월16일[3월18일]

맑은데 늦은 아침부터는 큰바람이 불었다. 들으니 영의정(정철)이 사신으로 북경을 간다고 하였다. 노비단자(路費單子)를 정원명에게로 부치면서 그것을 가져다가 사신 가는 일행에게 전하라고 일러 보냈다. 정오경에 우수사(이억기)가 와 점심을 함께 먹고 갔다. 순천부사 방답첨사도 와서 봤다. 밤 10시쯤에 신환(愼環)과 김대복이 교서 두 통과 부찰사의 공문을 가져왔다. 보니, 명나라 군사들이 평양에 이어 바로 개성(松都)까지 진격했으나 이 달 6일에는 벽제관에서 서울에 있는 적들에게 크게 당했다는 것이었다.

2월17일[3월19일]

흐리기만 하고 비는 오지 않았지만 종일 동풍이 불었다. 새벽에 재계했다.(세종의 제삿날임) 이영남 허정은 정담수 강응표 등이 와서 봤다. 오후에 우수사(이억기)에게 가 봤다. 새로 온 진도군수 성언길도 봤다. 우수사와 함께 영남우수사(원균)의 배에 갔다가 선전관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를 바삐 저어 진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선전표신(왕명을 전하는 나무로 만든 패)을 만나 급히 배 위로 맞아들여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보니, “급히 적들이 돌아갈 길목으로 나가서 물길을 차단하고 도망치는 적을 섬멸토록 하라”는 것이었다. 즉시, 받았다는 답서를 써주고 나니 밤은 벌써 새벽 2시였다.

2월18일[3월20일] 맑음.

이른 아침에 출항하여 웅천에 이르니 적의 형세는 전날과 다름없었다. 사도첨사(김완)를 복병장으로 임명하여 여도만호, 녹도가장, 좌·우별도장, 좌·우돌격장, 광양2호선,흥양 대장(代將,당시 흥양현감 배흥립은 전라순찰사 권율의 휘하로 차출되고 대신 다른 장수가 대장을 맡음), 방답2호선 등을 거느리고 송도(창원 진해구 연도동 송도)에 매복하게 하고 모든 배들로 하여금 적을 꾀어내게 하니 과연 적선 10여 척이 따라 나왔다. 경상도 복병선 5척이 경솔히 나아가 쫓아갈 때, 다른 복병선들이 돌진해 들어가 일제히 적선들을 에워싸고 여러 무기들을 쏘아대니 왜적이 부지기수로 죽었고, 머리 1급도 베었다. 적의 기세가 크게 꺾이어져 다시는 나와서 항거하지 못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원포(院浦)로 가서 물을 긷고 어둠을 타고 영등포 바다 가운데에 이르렀다가 되돌아 사화랑 (진해시 웅천2동)에서 진을 치고 밤을 지냈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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