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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선 관리 안해 곤장 쳤다, 공무가 이러니 앞날도 알만하다”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 임진년(1592년) 1月

  • 의역자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4-09 18:49:03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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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관리 안한 군관과 색리에
- “제 몸만 살찌러 든다” 쓴소리
- ‘활을 쏘았다’는 문장 자주 등장
- 단순 행위 외 마음 닦는단 의미
- ‘이야기했다’는 사담 아닌 공무

‘난중일기’를 번역한 책이 50권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서로 다르게 번역된 부분이 많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많다. 그래서 이순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의역(원문의 단어나 구절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살리어 번역함을 말한다)해 보려 한다.
국보 제76호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2014년 국보 동산 앱사진). 출처=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홍기문 이은상 최두환 임기봉 노승석 선생의 번역을 중점적으로 대비하며 살펴 보았다. 특히 전통적 번역에 임기봉 선생의 독특한 반론을 눈여겨 보았고 노승석 선생의 고전에 대한 해박한 식견에 감탄하며 의역을 했다. 한문의 문면적 해석에 더하여 이순신의 전생애에 걸친 역사를 염두에 두려 했고, 일기로서의 특성도 고려하려 했다.

필자는 한문에 능통한 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순신 시대의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나, 일기에 나타난 이순신의 진면목을 전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아 만용을 부렸다. 읽을 때 참고해야 할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① 날짜는 음력으로 표기되나 양력을 병기했다. ② 일기 중에는 오늘날 흔히 안 쓰는 문장과 단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문맥상 짐작되는 부분은 그대로 두었고 해설이 필요한 부분은 괄호 속에 설명하거나 아니면 처음 등장하는 해당 일기의 말미에 해설을 붙였다. ③ 해마다, 달마다 간략한 통사를 덧붙였다.

이순신 정신을 널리 전하는 일에 특별히 공감하여 국제신문에서 지면을 할애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에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다.


▶임진일기(1592)

이순신은 임진년 정월 초하루부터 일기를 썼다. 부임한 지 열 달이 지나서다. 전쟁은 넉 달 뒤에야 시작되었는데, 새해가 되면서 특별한 예감이 그를 움직였으리라. 왜였을까?

▶임진년 1월(1592년 1월)

날씨를 살펴보고 어머니를 걱정하면서 부터 정월 진중생활의 첫날 일기가 시작된다.

1월 1일 [2월 13일] 맑음.

설날 아침에 아우 여필(禹臣)과 조카 봉, 아들 회가※1 왔길래 덕담을 나누었다. 다만 어머니를 떠나 남쪽에서 두 번이나 설을 쇠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길이 없다. 전라병사※2의 군관 이경신이 와서 병사에게 보낼 편지와 설 선물*과 장전과 편전 등 여러가지 진상할 세물※3을 전해 받아갔다.

※1. 이순신의 가계

이순신은 본처에게서 아들 셋과 한분 딸, 소실에게서 두 아들(薰훈, 藎신)과 두 딸 둠. ※2.당시의 전라병사는 전라관찰사 이광이 겸직하고 있은듯하다. ※3. 8도의 방백 병사 수사 목사도 설이 되면 임금에게 새해를 경하하는 글과 예물을 올렸다.

1월 2일[2월 14일] 맑음.

나라의 제삿날(명종 인순왕후 심씨의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친지 김인보와 덕담나누었다.

※공무를 보지 않았다 : 당시 조선의 관장들은 통상적으로는 동헌(집무실)에 출근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그 사실을 기재하는 등 일정 절차를 거친 뒤에 공무를 보았는데, 이날은 그런 출근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의미다.

1월 3일[2월 15일] 맑음.

동헌에 나가 별방군을 점검하고, 관할 각 관, 포※에 공문을 써 보냈다.

※전라좌수영 관할 관, 포는 5관 5포를 말하는데, 5관은 순천 보성 광양 흥양 낙안 이고, 5포는 방답 여도 사도 녹도 발포임.

1월 4일[2월 16일] 맑음.

동헌에 좌기(정규의 위의를 갖춰 앉음)하여 공무를 봤다.

1월 5일[2월 17일] 맑음.

늦도록 그대로 동헌에 눌러 앉아 공무를 봤다.

1월 6일[2월 18일]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1월 7일[2월 19일]

아침에는 맑더니 늦게부터 종일 눈비가 내렸다.

조카 봉이 아산으로 갔다. 남원유생이 전문(箋文, 여기서는 임금께 올리는 신년하례의 글)을 받들어 가려고 들어왔다.

1월 8일[2월 20일] 맑음.

객사※에 나갔다가 동헌에서 공무를 봤다.

※객사 : 임금에게 매월 망궐례 올리고, 높은 관리들이 출장와 머무는 건물로서 (여수의 진남관이 이에 해당) 동헌보다 크고 격이 높다.

1월 9일[2월 21일] 맑음.

아침밥을 일찍 먹은 뒤에 동헌으로 나가 전문을 봉하여 올려 보냈다.

1월 10일[2월 22일]

종일 비옴. 방답(여수 돌산읍)에 새 첨사(입부 이순신:李純信)가 부임하여 들어왔다.

1월 11일[2월 23일]

가랑비가 종일 왔다.

늦게야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이봉수가 선생원(여수 율촌면 신풍리) 돌 뜨는 곳에 가 보고 와서 보고하기를, 벌써 큰 돌 17 덩이에 쇠사슬 꿸 구멍을 뚫었더라고 했다※1. 서문 밖 해자가 네 발쯤 무너졌다. 심사립과 이야기했다.※2

※1. 쇠사슬로 돌을 꿰어 엮어 본영 바다앞에 설치하는, 본영 요새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2. 이야기했다의 뜻 : 앞으로도 이 말은 자주 나오는데, 단순한 사적이야기가 아니라 전략 방비 등 공무에 관해 의논했다는 의미다.

1월 12일[2월 24일]

궂은 비가 개이지 아니했다.

식후에 객사와 동헌으로 나갔다. 본영 및 각 포구의 진무(관리)들에게 활쏘기 시합을 열어 우등을 뽑았다.

1월 13일[2월 25일]

아침엔 흐렸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1월 14일[2월 26일]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고 난 뒤에 활을 쏘았다.※

※활을 쏘았다 : 이 말은 이후에도 무수히 나오는데, 이는 단순히 활을 쏘거나 연습하는 행위라는 뜻 외에 이순신에게는 궁도(弓道)를 닦아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가 있다.

1월 15일[2월 27일]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새벽에 망궐례(지방관리들이 1일과 15일 임금께 절하는 예식)를 올렸다.

1월 16일[2월 28일] 맑음.

통영시 당동 착량묘의 이순신 장군 영정.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각 고을의 벼슬아치와 색리(아전) 등이 인사하러 왔다. 방답의 병선(아마도 거북선인 듯)을 맡은 군관들과 색리들이 그들 병선을 제대로 공정(工程)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곤장을 쳤다. 우후(수사의 행정참모, 정4품)가 대리를 보고 있었는데 그 조차도 역시 점검하지를 아니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니 해괴하기 짝이 없다. 공무를 어줍잖게 여기고 제 몸만 살찌러 들며 맡은 공무는 돌보지 않으니 앞날의 일도 알만 하다※. 성밑에 사는 토병 박몽세는 석수랍시고 선생원 돌뜨는 곳에 가서 이웃집 개에까지 피해를 끼쳤기로 곤장 80대를 쳤다.

※이순신의 공직자 관(觀)이 확연히 드러난다.

1월 17일[2월 29일]

맑았으나, 춥기가 한겨울 같다.

아침에 순찰사와 남원반자(판관)에게 문안편지를 보냈다. 저녁에 쇠사슬을 꿸 구멍낸 돌을 실어오기 위해 김효성이 제4호 전선을 거느리고 선생원으로 떠났다.

1월 18일[3월 1일] 맑음.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여도(고흥군 점암면 여호리)의 제1호선이 돌아갔다. 우등계문(활쏘기 시합에서 우등한 자를 보고함. 1월 12일 일기 참조)과 대가단자(본인 대신 품계를 올려 줄 사람의 명단)를 순찰사영으로 봉하여 보냈다.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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