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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날아든 ‘도도새’, 우리에게 희망의 날개 펴라 하네요

도도새 작가 김선우 개인전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3-21 19:29:3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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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9일까지 가나부산 전시
- 퇴화한 도도새 통해 현대인 자극
- 입체적인 조형물로 색다른 시도
- MZ 컬렉터 진면목 확인할 기회

탐험에 나선 ‘도도새’가 부산에 여장을 풀었다. 대형 캔버스 속 별빛 가득한 바다는 마치 우주 같아서, 눈을 감은 채 누운 도도새는 우주에 떠 있는 듯 고요하고 자유롭다. ‘도도새’라는 키워드만으로도 미술 애호가들은 작가가 누구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스타 작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김선우 작가다. MZ 컬렉터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김선우가 부산에서 개인전을 선보인다. 다음 달 9일까지 김선우 개인전 ‘별을 붙잡는 일_오전 다섯 시부터 오후 다섯 시’가 가나부산(해운대구)에서 열린다.
김선우 작가가 자신의 작품 ‘네버마인드(NEVERMIND)’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록밴드 너바나의 2집 정규앨범 ‘NEVERMIND’의 커버가 떠오른다. 최승희 기자
‘도도새 작가’ 또는 누군가는 ‘도작가’라고도 부르는 김선우는 별명처럼 도도새를 주제로 메시지를 전한다.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 서식한 도도새는 평화로운 환경에 안주하며 스스로 날기를 포기하다 결국 멸종됐다. 이 섬에 인간이 들어오고 환경은 빠르게 변했지만 느긋한 도도새는 적응에 실패한 것이다. ‘도도’는 바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 작가는 스스로 날개를 퇴화시킨 도도새의 비극에서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김선우 작가의 작품 ‘Diorama_The Traveler’. 가나부산 제공
“2015년 ‘일현 트래블 그랜트’ 프로그램으로 모리셔스 섬에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어요. 빽빽하게 우거진 정글은 복잡한 현대사회 같으면서, 동시에 보물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사람들에게 꿈과 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던져보고 싶었어요. 예술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고, 검은색으로라도 희망을 주는 게 예술이니까요.”

전시장은 그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정글처럼 식물로 꾸미고, 평면회화 속 도도새를 캔버스 바깥으로 끄집어내 오브제로 전시했다. 12개 디오라마 시리즈는 배경만 존재하는 캔버스 위 아래에 도도새 조형물을 배치해 ‘입체로 존재하는 캔버스’를 선보인다. “조형물 제작은 처음인데 굉장히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디오라마 시리즈는 오브제라기보다 저에겐 변형된 캔버스에요. 제 작업의 상상력과 가능성 확장에 대한 탐구죠. 아, 여기 오브제들은 마음대로 옮길 수 있어요. 소장자에게도 창작자로서 느끼는 기쁨을 나눠드리고 싶었거든요.”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아스트롤라베’다. 먼 과거 천문학자들의 천체관측장비인데 ‘별을 붙잡는 것’이라는 뜻이다. 전시 제목 ‘별을 붙잡는 일_오전 다섯 시부터 오후 다섯 시’의 앞부분이 이해된다. ‘오전 다섯 시부터 오후 다섯 시’는 그의 작업 시간이다. 작가는 ‘셀 수 없는 별을 헤아리는 연중무휴의 시간, 새벽 다섯 시부터 오후 다섯 시’라고 서문에서 표현했다. ‘예술 공무원’이라 불릴 정도로 그는 루틴에 철저하다.

“사실 저는 미술 재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잘할 수 있는 건 꾸준히 루틴을 지키고 나와 싸우는 것 뿐이더라고요.” 그는 작업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림은 제 삶의 목적이자 이유인데 성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작업이라는 건 항상 좌절의 연속이에요. 내가 나에게 상처 주고 내가 치유하는 과정인데, 거기서 회복 탄력성을 얻으려면 루틴밖에 없어요. 루틴을 지키는 순간 작은 승리를 거머쥐고 하루를 시작하는 거니까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이 소설가로서 반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독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거든요. 그걸 솜씨 있게 다루려면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루틴한 작업과 달리기가 바로 그것이죠. 부산에 머무는 동안에도 아침마다 해운대 해변을 달렸어요.”

작가는 책에서 살아갈 용기를, 여행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독서야말로 세상을 알 수 있는 가장 신사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저에게 화두가 된 책들을 골라 전시장에 쌓아놨죠. 여행은 매년 떠나는 것 같아요. ‘터전을 불태우라’는 노래 제목이 있잖아요. 그래야 새집을 지을 수 있으니까요. 제겐 그게 여행이에요. 긴장감에서 오는 어떤 변화가 있어요. 긴장감을 희석하는 과정에서 내 행동과 사고체계가 바뀌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하죠.”

짧은 기간에 큰 주목을 받으면서 느낀 부담감도 털어놨다. 2021년 9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그의 작품 ‘모리셔스 섬의 일요일 오후’가 2년 전보다 20배 뛴 가격인 1억1500만 원에 낙찰되며 이슈의 중심에 섰던 그다. “제가 짧은 기간 작업해 온 사람도 아닌데 경매라는 이유 때문에 주목받았잖아요. 속상하기도 했어요. 부담도 됐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이 좋은 자극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꾸준히 주목받고 좋은 작가로 기억되려면 더 좋은 작업을 해야겠다고요.”

전시는 횃불을 들고 정글을 탐험하던 도도새가 무언가 발견하는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도도새가 찾은 건 김선우의 아스트롤라베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찾으러 나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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