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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무분별한 욕망의 종착점, 플라스틱 숲의 경고

설치미술작가 김성헌 전시회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3-07 19:27:3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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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들
- 17일까지 수영 아리안갤러리

전시장에 인공 숲이 만들어졌다. 하나 같이 넓게 뻗은 가지도, 무성한 잎도 없이 비쩍 말랐다. 천장에 닿을 듯 웃자란 나무들은 고사리처럼 끝이 말려있거나 비정형의 덩어리들이 꿈틀대는 것처럼 생겼는데, 그 사이로 걷다 보면 두려움마저 엄습한다. 괴상하게 생긴 형태만큼 소재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김성헌 초대전 ‘어떤 대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전시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 아리안 갤러리 제공
플라스틱 숲의 경고. 설치미술 작가 김성헌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공 숲’ ‘쓰레기 숲’을 조성하고 자본의 무분별한 욕망을 얘기하고자 한다. 부산 수영구 아리안갤러리가 오는 17일까지 선보이는 초대전 ‘어떤 대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Need something alternative to switch)’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플라스틱 소재 폐기물 수거에서 시작한다. 세척하고 색깔별로 분류한 플라스틱을 자잘한 알갱이로 분쇄한 뒤 열처리 과정을 통해 재생 원료를 만들어낸다. 형태는 긴 관 모양의 열처리기를 사용한다. 구불구불한 막대 형태를 잡아내는데 비정형적인 표면은 제법 나무껍질처럼 보인다. 환경파괴에 대한 선언적 경고에 머물지 않고 폐기물 재생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자본의 욕망을 표상하는 소재로 쓰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숲은 쓰레기 숲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가 만든 인공 숲은 자본의 무분별한 욕망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침묵으로 증언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괴상한 형태의 플라스틱 다리는 길이가 서로 다르거나 균형이 맞지 않아 위태롭기만 하다. 작가는 경제적 논리로 플라스틱 재생 기술과 실천이 더딘 현실을 비판하고, 개개인의 실천이 더 빠른 개선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대안적 방안으로 이를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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