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론가 심완선의 친절 안내서
- 공상과학문학 입문자도 쉽게
- 국내외 170여 작품 소개·분석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 영상통화가 가능해 진 건 2007년이다. 당시 첫 영상통화를 시도할 때, 기시감이 들었다. 이건 어릴 적 읽은 만화책에서 본 장면이었다. 제목이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단 하나 뚜렷하게 남은 기억이었다. 주인공은 손목에 작은 화면이 있는 기계를 차고 멀리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했다. (이장 집 전화 한 대를 온 동네 사람들이 빌려 쓰던 시골 마을에 살던 아이에게 그 기계가 얼마나 신기했겠는가. 그러니 세월이 흐른 후에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밖에!)
첫 영상통화를 하며 생각했다. “그 공상과학 만화책처럼 됐잖아!” 그 만화가는 21세기에서 20세기로 시간여행을 왔던 걸까. 과학 지식의 소유자였을까. “이런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을까” 꿈꾸었던 걸까. 주인공이 손목에 찬 기계는 첫 SF와의 만남이었던 셈이다. SF가 뭔지도 몰랐지만.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과학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뜻한다. SF는 그런 요소를 담은 기타 매체들의 장르까지 모두 포괄한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다고 현대에 발생한 장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 뿌리는 고대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신화는 그야말로 상상력의 세계 아닌가. SF는 판타지 호러 슈퍼히어로물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텔레비전 등 다른 매체에서도 활발한 창작의 원천이다. 현재 전 세계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장르 중 하나다.
그런데 SF를 영화로는 즐기면서 소설은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 때문이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마음껏 즐겨도 된다. SF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즐길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취향에 딱 맞다.
SF 평론가 심완선의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초인과 장애’ ‘우주여행’ ‘은하제국과 전쟁’ ‘평행세계’ 등 12가지 키워드로 SF 문학 세계를 안내한다. SF 초심자부터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니아까지를 위한 책이다. SF의 역사 정의 이론이 아니라 독자가 작품을 통해 몸과 마음으로 느낄 ‘흥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국내 작가들 작품도 비중 있게 다뤄 한국 SF의 현주소도 보여준다.
170여 편에 달하는 국내외 작품을 들여다보는 심완선의 시선을 따라가다 책 말미 ‘찾아보기’서 작품 목록을 보았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잠수함이 발명되기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조지 오웰의 ‘1984’, CCTV 등장 이전에 나온 소설이다. SF는 세상과 인간을 깊이 통찰했던 작가들의 작품 곳곳에 배어있었다.
SF는 과학 기술 혁신이 인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들여다본다. 사회적·철학적인 비판의 은유도 담고 있다. ‘스타워즈’, ‘닥터후’ 시리즈와 함께 세계 3대 SF 시리즈로 꼽히는 ‘스타트렉’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1968년 텔레비전으로 ‘스타트렉’를 보던 미국 시청자들은 커크 선장과 통신장교 이오타 우후라 중위의 키스신을 보았다. 이것이 텔레비전 방송 역사상 최초의 백인과 흑인의 키스 장면이다. 저자는 흑인을 차별했던 당시 미국 사회의 정서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지만, 현실이 아닌 SF ‘스타트렉’이어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현실과 비현실, 가능과 불가능,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서 역동하는 현재진행형 장르 SF 세계를 읽는 동안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SF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