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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문화시점] 2% 아쉬웠던 ‘반딧불이 사업’

무허가 건물 모른 채 행정 절차, 옛 구포야간학교 창작공간 무산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02-12 19:32:20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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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구포시장 인근에 옛 구포야간학교 건물이 있다. 1967년 ‘구포재건중학교’로 개교해 40년 넘게 배움의 기회가 부족한 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준 ‘반딧불이’ 같은 존재였다. 최근 이 건물을 둘러싸고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헛심’을 쓰는 일이 발생했다.
옛 구포야간학교. 인터넷 부산역사문화대전
부산문화재단은 빈집이나 유휴공간을 발굴해 예술인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반딧불이’(빈집 활용) 사업을 운영한다. 개인·기업·기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무상 또는 소정의 사용료를 받고 예술가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26일~ 9월 23일 재단은 ‘2022년도 반딧불이(빈집활용)사업 창작공간 2차 모집’ 공고를 냈다. 부산 북구가 ‘옛 구포야간학교’ 건물을 반딧불이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제안서를 냈고, 재단은 사용 예정지에 이 건물 이름을 올렸다. 부산시 문화예술과는 해당 건물이 활용될 수 있도록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4조 제1항 4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5항 2의2호 규정에 따라 사용료 면제 신청서를 부산시의회에 같은 해 9월 13일 제출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이 안건을 가결했다. 시가 제출한 무상 허가 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3년이었다.

하지만 시는 이달 열릴 예정인 2023년 1차 공유재산심의회에 해당 건물의 용도폐지 안건을 제출한다고 최근 밝혔다. 옛 구포야간학교를 반딧불이 창작공간으로 쓰려던 계획을 취소한다는 의미다. 알고 보니, 옛 구포야간학교는 ‘무허가’ 건물 상태였다.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2조 1항을 보면, 1989년 3월 29일 이전 발생한 무허가건축물(위법 시공 건축물 포함)을 ‘기존(특정) 무허가건축물’로 규정한다. 1967년 지어진 옛 구포야간학교는 ‘기존 무허가 건축물’이 된다. 비록 ‘무허가’이지만 건축 당시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으며, 재산권 등도 인정된다. 무허가 건물을 합법화하려면, 건폐율이나 용적률 등 현행 법률 기준을 따른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시 문화예술과는 “해당 건물이 ‘무허가’인 데다 민간 단체가 무단 점유 중이라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해 반딧불이 공간으로 쓰지 않기로 했다. 추후 다른 장소를 찾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문화공간으로 쓸 수 없는 부적합한 건물을 놓고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행정력과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현행 건축 조례와 어긋난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랜 기간 이 건물은 봉사기관으로 소명을 다했다. 하지만 여러 공공기관이 해당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쓰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으면서도 이 같은 문제들을 거르지 못해 아쉽다. 옛 구포야간학교가 지역민에게 따뜻한 공간으로 또 한번 다가설 기회가 사라졌고, 불필요한 서류와 기록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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