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시대 결핍·소외…그 속에 잉태된 폭력을 외면마시라

오영이 소설집 ‘펭귄의 이웃들’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1-31 20:09:42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아동학대 등 사회문제 다룬 6편
- 불편한 현실 응시로 경종 울려

이 당혹스러운 소설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소설가 오영이의 새 소설집 ‘펭귄의 이웃들’(산지니 펴냄·사진)을 읽는 동안 일종의 ‘얼얼함’과 함께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이 소설집을 독자에게 소개할지 줄곧 궁리해야 했다. 여기 실린 단편소설 6편은 쉴 새 없이 가정폭력, 학교폭력, 소외와 결핍과 부재의 문제를 제기한다.

소설집 ‘펭귄의 이웃들’을 펴낸 오영이 작가. 산지니 제공
오영이 작가는 결핍·부재·소외·욕망에 뒤따르는 폭력을 눈 돌리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소설 속에 재현한다. 그렇다 보니 어떤 장면은 아프다. 어떤 대목은 무섭다. 어떤 묘사는 소름 끼치고 어떤 문장 앞에서는 주저앉고 싶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 즈음 작품 속에 나오는 사례 대부분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일어났던, 지금도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고를 바탕으로 창작됐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끔찍한 허구는 실은 대부분 현실이다.

수록 작품은 ‘아무도 모른다’ ‘펭귄의 이웃들’ ‘촉법소년’ ‘조건만남’ ‘스톡홀름 신드롬’ ‘잊히고 있는 집’ 6편이다. ‘아무도 모른다’부터 보자. 이 단편은 몇 년 전 어떤 문학매체에 처음 발표됐다. 그때 ‘너무 센 작품’의 인상을 남겼다. 젊고 아름답고 좋은 대학 다니는 치킨집 알바 여성이 있다. 그 여성은 자신의 젊음·아름다움·지성이 아무리 높고 선명한들, 고단하고 가난한 식당 알바라는 처지를 바꾸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안다. 영악하다.

그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사업체로 성장하던 그 치킨집 소유주를 유혹해 아내와 이혼하게 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 남편과 전처 사이에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있다. 주인공은 당연히 전처가 그 딸을 데려갈 줄 알았지만, 두고 간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교양 있고 아름답고 젊은 아내라는 가면을 쓴 채 유치원생 딸을 끔찍하게 학대한다. 그 학대의 칼끝은 과연 누구에게 향할까. 주인공이 최고급 아파트 발코니에 홀로 서서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는 마지막 장면은 쓸쓸하고 끔찍하다.

‘펭귄의 이웃들’은 한 걸음 더 나간다. 결핍이 가져오는 슬픈 결말의 끝판 왕을 보여준다. 엄마가 안 일어난다. 너무 오래 잔다. 소년은 며칠 째 꼼짝 않는 엄마가 깨기를 기다리며 반지하 집을 나와 편의점으로 간다. 소년은 모든 게 없다. 결핍만 가졌다. 사랑, 보살핌, 아빠, 가족, 돈, 다정한 이웃. 편의점 알바 형도 아이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게임만 한다. 추운 어느 밤 아이가 꿈꾼 건 오직 하나, 펭귄이 추위를 견디며 서로 보살피는 ‘허들링’이다. 아이는 발이 시리다.

‘촉법소년’은 한 걸음 더 간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주인공 소년은 구박받는다. 돈도 엄마도 사랑도 없다. 아빠는 있다. 아빠는 소년을 떼놓고 새로운 가정을 이뤘다. 외롭고 쓸쓸하며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아는 소년은 문득 아빠가 사는 집 근처로 찾아간다. 거기서 그 집 어린 딸을 만난다. 그 딸은 소년을 ‘오빠’라 부르며 따른다. 소년은 그 다정함이 좋았으면서도, 아무런 감정 동요도 없이 아이를 납치한다.

극한 또는 궁극까지 가면 실체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잘 만든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인간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작가 오영이가 그리는 극한의 결핍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실체와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시 양산문화재단 11월 출범 제동
  2. 2양산시 웅상선 광역철도,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일부 드러나
  3. 3양산시, '문화^관광 낙동강 시대' 개막 선언
  4. 4[영상] 즉석밥 용기,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실 재활용 안 된다
  5. 5北 "담배 피지마세요" 김정은 마이웨이 흡연 행보
  6. 6인도 열차 사고로 수천명 사상자 발생, 아직 한국인 없어
  7. 7이재명 대표 "해운대 바다에 세슘 있다하면 누가 오겠냐"
  8. 8인도 열차 충돌 사고로 사망자 최소 207명...부상 900명
  9. 9음주운전 7차례나 적발돼놓고 또 저지른 60대 징역
  10. 10백신 접종으로 무너진 청춘, 지켜낸 22일간의 투병일지…"고통 속 희망의 기록"
  1. 1北 "담배 피지마세요" 김정은 마이웨이 흡연 행보
  2. 2이재명 대표 "해운대 바다에 세슘 있다하면 누가 오겠냐"
  3. 3"민주당, 오염수 괴담선동 말고 산은 이전 입장 밝혀야"
  4. 4北 우주발사체 탑재된 만리경1호 내일 인양할까
  5. 5한미일 北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6. 6민주당, 산은 이전에 또 태클…이재명 부산서 입장 밝힐까
  7. 7선관위 '아빠 근무지' 채용 4명 추가 확인...경남 인천 충북 충남
  8. 8野 부산서 일본 오염수 반대투쟁 사활…총선 뜨거운 감자로
  9. 9"北 해커 빼돌린 우리 기술로 천리마 발사 시도"...첫 대가성 제재
  10. 10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황보승희 의원 경찰 조사
  1. 1부산대-인니 해수부 해양쓰레기처리선박 공동 활용 방안 추진(종합)
  2. 2전국 휘발윳값 2개월 만에 1600원 하회…부산은 1589원
  3. 3'고물가 고착화'…부산 생강 가격, 지난달 85%나 폭등
  4. 4보일러 성능 과장 광고한 귀뚜라미…공정위 '경고' 처분
  5. 5정부, 2일부터 KTX 최대 50% 할인…숙박시설 3만 원↓
  6. 6전국 아파트값 회복세인데... 물량 많은 부산은 '아직'
  7. 7원자력硏 "후쿠시마 오염수, 희석 전엔 식수로 절대 부적합"
  8. 8[단독]부산신항 웅동배후단지 침하 BPA 분담률 60%로 최종 합의
  9. 9파크하얏트 부산, 최대 매출 찍었다
  10. 10댕댕이 운동회부터 특화 가전까지 “펫팸족 어서옵쇼”
  1. 1양산시 양산문화재단 11월 출범 제동
  2. 2양산시 웅상선 광역철도,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일부 드러나
  3. 3양산시, '문화^관광 낙동강 시대' 개막 선언
  4. 4[영상] 즉석밥 용기,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실 재활용 안 된다
  5. 5음주운전 7차례나 적발돼놓고 또 저지른 60대 징역
  6. 6백신 접종으로 무너진 청춘, 지켜낸 22일간의 투병일지…"고통 속 희망의 기록"
  7. 7도산 위기 부산 마을버스, 어찌하면 좋나
  8. 8경찰, 양산시 체육회장 선거 고소사건 보완수사 착수
  9. 9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25∼30도
  10. 10부산서 어선끼리 충돌…선박 1척 침몰·1명 구조
  1. 1"나이지리아 나와" 한국 8강전 5일 새벽 격돌
  2. 2‘봄데’ 오명 지운 거인…올 여름엔 ‘톱데’간다
  3. 3‘사직 아이돌’ 데뷔 첫해부터 올스타 후보 올라
  4. 4박경훈 부산 아이파크 어드바이저 선임
  5. 5강상현 금빛 발차기…중량급 18년 만에 쾌거
  6. 6세비야 역시 ‘유로파의 제왕’
  7. 710경기서 ‘0’ 롯데에 홈런이 사라졌다
  8. 8“경기 전날도, 지고도 밤새 술마셔” WBC 대표팀 술판 의혹
  9. 9264억 걸린 특급대회…세계랭킹 톱5 총출동
  10. 10세계 1위 고진영, 초대 챔프 노린다
우리은행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18세기 서구도 ‘한국해’ 인정…당시 영국 지구모형에 선명한 증거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복천동고분군 세 갈래 창(三枝槍)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고달픈 청춘과 나눈 시적 교감 外
예술가 아닌 개인 고갱은 어떨까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나무를 말하다 /하정철
빈집 달팽이 /박옥위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드림’의 아이유
‘길복순’의 전도연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쏟아지는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대작…올 여름 누가 웃을까
넷플릭스 25억 달러 투자계획…K-콘텐츠 이젠 실리 따질 때다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민중의 짓밟힌 꿈…오늘날과 닮은꼴
‘별종 가족’의 아름다운 해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6월 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5월 31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서울전자음악단 ‘서로 다른’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6월 1일(음력 4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3년 5월 31일(음력 4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매사 억제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노자의 이야기
묘고대 위에서 지은 고려 시대 혜심 선사 시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