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일 RM의 첫 정규앨범 ‘indigo’가 발표됐다. RM의 본명은 김남준. 수식이 더 필요 없는 BTS의 리더. UN에서 멋들어지게 연설하던 모습도 우선 떠오르고, 언젠가 인스타그램에서 세이수미의 노래를 추천했다는 소식을 듣고 취향이 꽤 괜찮다는 생각도 했다. tvN에서 방영 중인 인문학 예능 ‘알쓸인잡’ MC로 출연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각 분야 전문가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함께 눈을 반짝이며 수다 떠는 모습도 인상 깊었기에 더 유명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알려졌지만, 그래도 더 궁금해지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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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M 정규앨범 수록곡 'Still Life'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 공식홈페이지 영상 캡처 |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Yun’부터 말 그대로 컬처쇼크를 받는다. 고(故) 윤형근 화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네오소울의 대모 에리카 바두, K-pop을 대표하는 BTS의 멤버 RM까지. 만남조차 쉽게 상상이 안 가는 세 사람의 목소리가 노래 한 곡에 어우러지는 기묘한 대통합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어지는 펑키한 힙합 ‘Still Life’에선 실크소닉의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함께한다. RM 정도의 명성과 영향력이라면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들로 더욱 호화롭게 앨범을 가득 채워 세계적인 인맥을 과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듯 예상치 못한 협업이 이어진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휘파람으로 채운 포크 송 ‘건망증’에서는 BTS와는 정말 상관없어 보이는 싱어송라이터 김사월과 함께 랩 한마디 없이 나지막이 노래했고, 타이틀 곡 ‘들꽃놀이’에선 근황이 궁금했던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이 함께한다. BTS가 화려한 불꽃이라면 청년 김남준 또는 RM은 들꽃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곡이다. 허나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조유진의 목소리는 마치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폭죽처럼 환하고 강렬하게 폭발한다. 대한민국이 이런 걸출한 록 보컬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 세계 팬들에게 소개하는 것 같아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박지윤과 에픽하이의 타블로 등 근황이 궁금했던, 어쩌면 RM이 되기 전 소년 김남준이 동경했을 뮤지션도 줄줄이 소환된다. 나는 마냥 반가웠지만 해외 팬들에겐 생소한 발견으로 가득한 보물 상자 같은 앨범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