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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길 위에 펄떡이는 삶들

임회숙 첫 소설집 ‘산복도로의 꿈’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1-09 19:29:5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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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신사 일상 유쾌하게 담아낸
- ‘그들만의 리그’ 포함 8편 수록
- 작가 삶 깃들어 실감나는 묘사
임회숙 소설가가 직접 찍은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가 바람을 탄다.
소설가 임회숙이 최근 펴낸 첫 소설집 제목은 ‘산복도로의 꿈’(강 펴냄·사진)이다.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선 임회숙 작가는 그간 ‘길 위에서 부산을 보다’(2012) ‘감천문화마을 산책’(2016)이라는 저서를 냈다. ‘길 위에서…’는 부산의 길에서 스토리를 캐낸 책이며 ‘감천문화마을…’은 작가 자신의 삶이 깃든 산복도로 마을을 무대로 쓴 논픽션이다. 얼마 전엔 작가 박경리의 ‘토지’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새롭게 읽는 토지’(2022)를 저술했다.

이 길고 다채로운 과정을 거친 뒤에야, 어떤 다짐을 보여주듯 펴낸 생애 첫 소설집 제목을 그는 앞뒤 양옆 볼 것 없이 그냥 ‘산복도로의 꿈’이라고 붙였다. 온 힘을 쏟아 던진 돌직구의 느낌이 있다. “나는 걷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해서 세상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의 삶도 가치 있고 의미 있음을 말하고 싶은 거였다.…영주동 산복도로나 아미동 고개, 감천문화마을에 사람이 살고 있어 기뻤다. 그들이 사는 곳에서 함께 살 수 있어 감사하다.”(‘작가의 말’ 중)

‘산복도로의 꿈’은 작가의 삶이 깃든 산복도로를 담뿍 담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8편은 대부분 산복도로가 배경이니 ‘겉으론’ 비슷한 느낌은 있지만 작품마다 지닌 속 표정과 에너지, 개성은 아주 다채롭다. 일단, 이 소설집 속 말투·표현법의 일부 사례는 참 인상 깊다. 산복도로에 실제 살았던 임 작가의 감각에 새겨진 짧고 강한 표현이 실감 난다.

“야 말 하나도 안 틀리네. 지우소.” 집이가?-집이다-지금 가께-?-지금 간다고 새끼야.“ “그냥, 그랬다고. 뭘 또 그리 진지하게 듣노. 쪽팔리게.“(수록작 ’흔들리다‘에 실린 대화) 거칠게 들리는 이 대화는 사실 작품 속에서 꽤 다감한 감정을 담은 말이다. 이런 대화가 수록 작품 곳곳에서 툭툭 튀어온다. 그곳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구사하기 힘든 매우 ‘리얼’한 묘사다.

수록 작품 8편의 속내는 다채롭다. ‘닥스훈트 소시지 빵’을 보자. 산복도로에 사는 사람과 산복도로에 잠깐 일하러 온 예술가를 임 작가는 대비한다. 작가는 외지에서 온 ‘예술가’를 부정하지 않고, 이 가난한 마을에 사는 ‘안나’를 무작정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둘의 대화에서 두 사람 차이는 날카롭게 드러난다. 산복도로마을 거주자 안나는 이렇게 느낀다. “비 오는 아침이면 가슴이 답답했다”(70쪽) “ 반면, 예술가는 이렇게 느낀다. “비 오는 날은 이 동네가 더 멋진 것 같아요.”(77쪽)

예술가는 말한다. “가치란 알아주는 이가 있을 때 의미를 가지는 것이니까요.”(79쪽) 예술가가 한 벽화 작업 탓에 엄마와 함께 사는 집에서 내쫓기게 된 안나는 이렇게 느낀다. “가치란 내가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남이 올려주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심장이 떨렸다. 언덕에 위태롭게 매달린 자들의 가치는 누가 올려주는 걸까.”(80쪽) 가난한 안나에게 친절했고, 착한 사람이 분명한 예술가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거였다. “동네가 참 예뻐요.” 날카로운 대비를 통해 산복도로 마을의 숨결을 잡아내고 표현한다.

재미있기로는 미자 언니가 활약하며, 목욕탕 세신사의 일상을 세밀히 그린 ‘그들만의 리그’, 운수슈퍼와 애경슈퍼의 한판 대결을 담은 ‘긍휼히 여기소서’, 세태소설 ‘오늘은’ 등을 강력히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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