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말 서울옥션 등 경매낙찰액
-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1% 급감
- 전문가 “시장 양극화 심해질 것”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이 사상 첫 거래액 ‘1조’를 돌파했다. 풍부한 유동성과 MZ세대의 폭발적 관심 덕분에 부산에서 열린 아트페어도 사상 최고 매출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생 아트페어도 많이 등장해 미술 애호가를 즐겁게 했다. 그러나 봉우리가 있으면 골짜기도 있는 법. 올해는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로 조정기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중소형 아트페어·갤러리일수록 충격파가 클 것으로 보여 미술계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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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2022’에서 관객들이 전시장에 선보인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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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섭게 팔렸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조377억 원으로 전년(7563억 원)보다 37.2% 증가했다. 미술시장 1조 원 돌파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세계적으로 흘러넘친 유동성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미술시장에 유입되면서 경매 신고가가 속출하고 걸리는 그림마다 무섭게 팔려나갔다. 아트테크 열풍도 한몫했다. 신규 컬렉터가 크게 늘면서 부산에서도 아트페어나 갤러리 앞에서 문 열기를 기다리는 ‘오픈런’이 등장했다.
‘1조 미술시장’의 핵심 동력은 아트페어였다. 아트부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에선 첫날부터 ‘솔드아웃’ 부스가 나올 정도로 갤러리마다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전국적으로는 아트페어 매출액이 2021년 1889억 원에서 지난해 3020억 원으로 59.8%나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리즈 서울’ 매출액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화랑 거래액도 2021년 3142억 원에서 지난해 5022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올해 미술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라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조정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경매시장. 지난해 경매사를 통한 판매액은 2335억 원으로 전년(3384억 원)보다 30.9% 감소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옥션·케이옥션의 메이저 경매 낙찰총액은 약 2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줄었다. 주요 작가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유찰되거나 하한가선에서 낙찰되는 등 하락세로 접어든 시장의 전형적 면모라는 설명이다.
■ 조정은 불가피
지역 미술계에선 시장 하향세는 불가피하지만, 최근 외형 못지않게 내적 성장도 이뤄냈기에 크게 위축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부산 한 갤러리 큐레이터는 “국내 미술시장이 확실히 꺾이긴 했다. 폭발적 성장에 따른 피로감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양새다”면서도 “인기 작가 작품은 올해도 잘 팔릴 거고 벌써 문의도 많다. 기존 컬렉터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미술 쪽 투자를 계속할 것 같다”고 했다. 아트부산 손영희 이사장도 “아직 큰 동요는 체감하지 못한다. 한국 미술시장이 주목받자 해외 갤러리 100곳이 문을 두드리는 등 300곳 이상 갤러리가 부스를 신청했다. 좋은 갤러리를 다수 들이는 한편 많은 미술 애호가를 아트페어 전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특별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경기 침체의 충격파는 중소형 미술시장일수록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들이 내놓은 미술품을 받아내던 신규 컬렉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다른 갤러리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구아트페어가 기대 이하 성적표를 써냈다. 미술시장 호황에 신규 진입한 초보 컬렉터의 이탈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며 “최근 미국에서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 Beach)도 전년보다 한산했다고 들었다. 우리도 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당장 3월에 열릴 BAMA에도 관망세가 두드러졌다. 윤영숙 부산화랑협회장은 “올해도 70개 넘는 갤러리가 탈락했을 정도로 신청이 많았지만 전년보다 다소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지난해만 해도 대형 부스 경쟁이 치열했는데 올해는 소형 부스를 많이 신청했다.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BAMA는 아트페어 분위기를 미리 띄우기 위해 다음 달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프리뷰를 가질 예정이다. 아트페어 고객층을 아시아권으로 넓히고자 해외 아트페어와 교류도 늘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