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문화라이프부 책팀이 ‘올해의 인상 깊은 책 12선’을 꼽아보았다. 2022년 한 해 동안 책면을 맡은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와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이 올해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 국제신문에 보도한 책 가운데 추려 각자 6권씩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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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육대학교 정문 앞에 얼마 전 문을 연 동네책방 ‘감’(대표 서희원)에서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이 책방은 편하게 앉아 책을 읽는 공간도 갖췄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전국 여러 출판사가 국제신문에 보내 보도를 의뢰한 책만을 대상으로 했고, 선정 과정에서 좀 더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적용하지 못한 한계는 있었다. 그렇다 해도 1년 내내 꾸준히 출판 흐름을 살피고, 지면에 소개할 책을 신중하게 선정했으며, 선정한 책은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진지하게 읽는 과정을 오래 반복하고 쌓아 올린 1년 간의 과정을 거쳐 각자에게 ‘인상 깊었던 책’ 12선을 뽑았음을 밝힌다.
책을 짓고 펴내고 널리 펼쳐 많은 사람이 읽게 해주는 모든 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근본 불교 관점서 풀어낸 반야심경
반야심경 정해- 관정스님 /알아차림 /6만5000원
올해 읽은, 가장 강력한 책이다. 옳다 그르다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에 관한 판단은 일단 뒤로 하고, 이 책은 ‘강력한’ 느낌을 강하게 줬다. 15년에 걸쳐, 부지런하고 독실한 농부가 농사짓듯 이 책을 지은 관정 스님은 양산 통도사의 금수암에 주로 머문다. ‘반야심경 정해’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현재 통용되는 반야심경 해석을 거의 모두 통렬하게 비판한다. 관정 스님은 근본 불교, 초기 불교 관점에서 반야심경 뜻을 올바르게 풀어내고자 엄정하고 철저하게 논지를 편다. 중국에 뿌리를 둔 유식불교나 대승불교 관점을 상세히 비판하며 반야심경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한다.
# 25년간 일구어 온 동네책방의 기적
서점은 내가 할게- 강정아 이화숙 지음 /빨간집 /1만5000원
‘책과아이들’은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대 정문 앞에 있는 어린이·청소년 서점이다. 부산뿐 아니라 한국 전체를 놓고 보아도, 예술·문화·인문 활동 많이 펼치는 좋은 동네책방의 본보기이고 맏언니·맏형 같은 존재다. 책과아이들 같은 존재는 실핏줄·실개천·복주머니 같은 구실을 우리 사회에서 한다. 강정아 김영수 부부가 25년 동안 일구어온 기적 같은 동네책방의 세월을 ‘서점은 내가 할게’에 담았다. 부산의 문화 일꾼 ‘쑥반장’ 이화숙 씨가 기록했다. 이 책은 부산을 중심으로 써 내려간 풀뿌리 지역문화 운동의 기록이자, 동네책방의 생존기·성장기이다. 소중하다.
# 고정관념·권위주의 부숴버리는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곰출판 /1만7000원
2021년 12월 나온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지면에는 소개하지 못했다. 그땐 이 책을 지나쳤다. 몇 달 뒤 박주홍 부산복지개발원 책임연구위원 권유로 이 책을 잡았는데, 푹 빠져 지금도 못 헤어 나온다. 과학 영역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고정관념, 기성에 안주하려는 권위주의, 큰 질문을 잊고 자잘한 데 얽매이는 꼰대질을 이 책은 부숴버린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생명에 대한 따스한 태도와 관점을 함께 갖췄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것만은 짚고 넘어가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다.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에는 이 책을 소개한 바 있다.
# 아랍·중앙亞 아우르는 역사 이야기
오랑캐의 역사- 김기협 지음 /돌베개 /2만5000원
이동순의 ‘한국 근대가수 열전’, 류상영의 ‘박정희와 김대중’, 호사카 마사야스의 ‘도조 히데키와 제2차 세계대전’을 앞에 두고 김기협이 쓴 ‘오랑캐의 역사’와 견주고 궁리하기를 반복하다 결국 ‘오랑캐의 역사’를 택했다. ‘오랑캐의 역사’는 단순히 남만북적(南蠻北狄) 오랑캐 역사를 쓴 책이 아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 틀에 갇히지도 않는다. 아랍 세계나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세상과 역사를 폭넓게 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역사 자체를 새로운 관점에서 파악하고,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며, 대범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저자의 분투가 생생히 살아있는 역저이다.
# 대문호 이병주의 삶과 문학을 담다
이병주 평전- 안경환 지음 /한길사 /4만 원
지난 5월 이 책을 읽고, 기사에 이렇게 썼다. “드디어 우리는 대문호 이병주(1921~1992)의 삶과 문학을 온전히 담은 982쪽짜리 정본 평전을 갖게 됐다.” 탄탄하고 방대한 내용, 치밀한 근거와 자료, 나림 이병주를 사랑하는 마음, 학자로서 엄정하게 거리를 두려는 의지. 이 모든 요소를 담은 ‘이병주 평전’은 평전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모범 또한 보여준다. ‘이병주 평전’에 스민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집념과 사랑 앞에서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든다. 게다가 이 놀라운 책은 재미있다. 작가 이병주가 왜 대문호인지, 왜 거인인지 알려주는 최고의 책.
# 곤충학자가 들려주는 생명의 사연
곤충의 살아남기- 정부희 지음 /보리 /5만5000원
올해 만난, 가장 아름다운 책이다.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감탄하고 감탄하며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의 겉모습도 참 예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속살과 숨결에 있다. 곤충학자 정부희 박사가 정성스럽게 찍은 귀한 사진, 다감하게 들려주는 옛이야기 같은 곤충과 생명의 사연이 책 속에서 어우러진다. 당시 이 책을 읽고 “지구가 왜 아름다운 곳인지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알게 된 느낌”이라고 기사에 썼다. 당연히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없다. 신부날개매미충 사슴풍뎅이 대유동방아벌레 노랑테가시잎벌레 왕바구미 대벌레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김빛갈고리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