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함께 살아온 32명의 예술가
예술가의 서재- 니나 프루덴버거 지음 /노유연 옮김 /한길사 /3만3000원
전자책이 등장할 때 종이책의 위기도 대두했다. 그러나 그리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8개국 15개 도시에 사는 예술가 32명의 서재를 소개한 이 책은 좋은 책이 발휘하는 힘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32명 예술가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편집자 건축가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작업을 위한 자료와 영감을 모두 책에서 구한다는 것.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하고, 종이책을 선호한다. 긴 세월 동안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한 권 한 권 모아 그들의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서재를 만들었다. 근사한 서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책의 힘’을 보여주는 책이다.
# 비대면 시대의 이면…외면과 소외
대면 비대면 외면-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5000원
‘마스크를 쓴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마스쿠스’는 더는 신조어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게 실감 난다. ‘대면’이 위험하니 ‘비대면’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하기 위해 혼자 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는 동안 아무래도 잃어버린 게 많은 듯하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대면의 반대말이 비대면이 아니라 외면이라고 통찰한다. 비대면이 급격히 확장되고 다채로워지는 동안 우리 사회에는 ‘외면’과 ‘소외’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외면’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가 맺는 사회 관계의 기틀을 다각도로 점검해 볼 때이다.
# ‘미친 적응력’ 가진 지구의 식물들
극한 식물의 세계- 김진옥·소지현 지음 /일러스트 전태형 /다른 /2만원
자연생태를 다루는 책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읽으니까. 외국 유명한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긴 시간에 걸쳐 깊이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지는 점을 부러웠했다. 그런 마음이 있던 자리에 ‘극한 식물의 세계’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새로운 마음이 들어섰다. 식물학자 김진옥 소지현 두 저자는 지구 46억 년 역사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 ‘미친 적응력’을 발휘한 극한 식물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식물은 어떤 면에서 동물보다 더 활동적이다. 전태형의 일러스트는 해당 식물의 특성을 간단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 식물 실물 사진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 참혹한 전쟁이 소녀에게 미친 영향
지켜야 하는 아이- 줄리 리 지음 /배경란 옮김 /김호랑 그림 /아울북 /1만5800원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날이 있었을까. 전쟁의 이유는 많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행동을 위해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이유가 총동원될 것이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 전쟁 속에 ‘인류의 미래’인 아이들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다. 부자 나라이든 가난한 나라이든 아이들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한국계 미국 작가 줄리 리가 어머니의 전쟁 경험에 역사적 사실을 덧붙여 쓴 성장소설이다. 동생을 업고 피란길에 올라 처절한 전쟁터를 헤쳐 나가는 주인공 소녀를 통해 전쟁이 한 인간에게 끼치는 참혹함이 얼마나 큰지 깨닫는다.
# 국가 간 입양, 통렬한 진실 때리기
그 여자는 화가 난다-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난다 /1만6000원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은 관심 대상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 나라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도 모르는 사람을 두고 ‘이민 몇 세대’라거나,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는 걸 강조한다. 한국인의 ‘우월한 유전자’를 내세우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쟁고아, 먹고 살기 어려워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을 해외 입양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덴마크의 시인 마야 리 랑그바드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덴마크로 입양됐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입양의 허상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책이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
# ‘눈아이’ 지키려는 엄마의 고군분투
눈, 물- 안녕달 지음 /창비 /2만2000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언제든 사회적 약자 처지에 처해질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지켜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안녕달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성인을 위한 그래픽 노블이다. ‘눈아이’를 낳은 여자는 손만 닿아도 녹아내리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눈아이가 상징하는 다양한 의미는 독자마다 찾아낼 수 있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아이들, 재개발에 내몰려 쫓겨나는 사람들,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눈아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세상에서 지워져도 괜찮은 존재는 없다. 누구나 소중한 것을 지킬 원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