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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시립미술관, 대형전시 밀어붙이다 파행

日무라카미 다카시 부산展…고질적 ‘누수’ 문제 불거져 3개월째 연기, 개최 불투명

“무산·축소땐 큰 돈 날릴 판, 향후 전시유치에도 악영향”…박 시장 나서 “중재하겠다”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12-11 20: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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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는 화려한 색감과 거대한 규모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아시아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욕망의 불꽃’이다. 2층에는 그의 조형작품 ‘아의 화신’과 ‘움의 화신’이 서 있다. 이는 미술 애호가 사이에서 일찍부터 기대를 모은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 전시를 시립미술관이 준비하면서 미리 설치한 일부 작품이다.
그러나 시립미술관 측은 지난 9월 20일 홈페이지에 “태풍 영향으로 전시장 조성 공사가 지연돼 불가피하게 전시 일정을 변경한다”고만 고지한 채 3개월 가까이 어떠한 안내도 하지 않고 있다. 시립미술관이 올해 가장 공들여온 전시가 오리무중이 된 상황.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거대 도시 부산의 미진한 전시 환경에 관한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그 과정에서 시립미술관이 적절하고 매끄럽게 대처했는지 여부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11일 시립미술관에 따르면,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는 여전히 ‘미정’이다. 애초 이 전시는 지난 9월 말 개막이 예정돼 ‘부산서도 세계적 작가의 대형 전시를 볼 수 있다’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를 20일 남짓 남긴 지금까지 개막 일정은커녕 전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시립미술관 한 해 전시예산의 절반가량인 9억5000만 원을 편성한 전시가 시간·예산만 낭비한 채 무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전시가 어긋난 결정적 원인은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 때문이다. 1998년 지은 시립미술관은 노후화로 누수 피해와 방수 공사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미술관 곳곳에 비가 새면서 작가 측이 작품 훼손 우려를 표명했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다카시 측이 국제적 기준의 항습 조건을 다시 요구해왔는데, 시립미술관은 지어질 때부터 제대로 된 항습시설을 갖추지 못해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처지”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 전시가 무산되면 시립미술관은 보험료, 설치비뿐 아니라 전시를 연기하면서 들인 보관비 등 각종 비용을 날리고 남은 예산은 부산시에 반납하게 된다. 부산시가 공개한 수의계약 현황을 보면 보험료가 8000만 원, 재포장과 보관료가 5200만 원이며, 작품 운송 및 설치 용역 계약금액은 5억1000만 원이 넘는다. 전시가 진행된다 해도 폐막은 내년 2월 말로 못박혀 있어 전시기간은 반토막 난다. 한 미술계 인사는 “작가 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대형 전시를 강행하다 시민이 피해를 볼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준 시장까지 나섰다. 지난 8일 박 시장은 대책회의를 열고 무라카미 다카시 측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작가 측도 운송비 등 투입한 돈을 날릴 처지여서 진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립미술관은 내년 하반기 대규모 개·보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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