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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00> 성웅 이순신의 장인 방진

우리 곁의 숨은 영웅들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2-12-05 19:00:0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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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무려 연재 100회를 맞았다. 나름 100회를 기념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풀고 싶어 4232개 소재를 고민하다 넷플릭스에서 ‘한산-용의 출현’의 감독판 ‘한산-리덕스’를 발견하고 시청했다. 미국에는 마블과 DC에 소속된 수많은 가상의 수퍼 히어로가 있다면 우리에겐 실존했던 수퍼 히어로 이순신 장군이 있다. 열심히 문과 공부를 하던 21살 청년 이순신에게 무과로 진로 변경을 제안하고 32살에 무과에 합격하기까지 11년간을 후원해준 이가 이순신의 장인, 바로 온양 방 씨, 나의 집안 어르신 방진 선생이다.
'한산-리덕스' 한 장면.
방진 선생의 빛나는 혜안이 없었다면 조선은 이순신과 거북선 없이 임진왜란을 맞았을 것이고, 선비 이순신은 외세의 침략에 그저 속상한 마음에 시를 쓰거나 난을 쳤을지 모른다. 11년간 무과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아마 장인과 사위는 수 차례 ‘이게 맞나?’ 서로 같은 의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취재를 핑계로 크고 작은 공연을 자주 찾아다니다 보면 방진 선생처럼 숨은 영웅들을 자주 만난다. 영화 ‘친구’의 대사처럼 자신은 비록 음지에 있으면서도 양지를 더욱 밝고 따듯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들 말이다. 공연을 준비하고 성사시킨 수많은 이름 모를 이들이 있다. 공연을 기획하고, 홍보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여기저기 붙이고, 티켓팅 하고, 음향 만지고, 조명 비추고, 아티스트들이 불편함 없이 무대 위에서 놀 수 있게 해주는 모든 이들이 숨은 영웅이다.

계획은 늘 차질이 생기는 경향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대역죄인의 심경이 된다.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무대가 끝나면 박수와 환호는 오롯이 무대 위 아티스트들을 향한다. 그럴 때마다 숨은 영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공연을 준비한다. 무대 안팎의 숨은 노고를 발견하고 짧게라도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게 공연을 몇 곱절로 즐기는 비법이다. 그 이전에 우선, 스스로 관객이 돼 자리를 빛낼 준비를 하면 좋겠다. 아무리 멋진 공연이라도 그 공간 그 시간에 내가 없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공연을 만드는 이들은 수년 동안 모진 시련을 견디며 힘겹게 버텨왔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문화강국 대한민국 의병으로 출전하는 마음으로, 한 명 낙오자 없이 연말연초 공연장을 찾아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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