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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1> 대한제국을 둘러싼 외교 비록, 박기종의 ‘도총’

대한제국, 도성서 일본軍 몰아내려 용산 주둔 유도

  • 유현 부산박물관 학예연구관
  •  |   입력 : 2022-12-05 19:40:0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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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부산시민공원은 일본군 주둔을 거쳐 하야리아 미군기지가 있었던 장소이다. 서울에서 현재 추진 중인 용산국가공원 부지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일본·미국 군대가 머물렀다. 좀 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도대체 용산이 어떤 곳이기에 이렇듯 외국 군대가 꾸준히 머물게 되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 수수께끼는 부산의 근대 선각자 박기종이 쓴 외교 비록 ‘도총’ 내용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

박기종이 대한제국 외교현안을 기록한 ‘도총’ 제1권(都總 第一卷). 부산박물관 제공
박기종은 부산 동구 좌천동 출신으로 1876년 개항기를 전후해 일본과의 통역·외교 사무에 종사했으며 그 뒤로도 부산항경찰관(1886) 부산항사검관(1893) 부산항경무관(1894) 등 외교·무역·개항장 사무 등을 맡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외부참서관에 임명(1898)됐는데 오늘날 외교부 실무국장 자리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박기종은 외부참서관으로 임명된 뒤 한양으로 가 1898년 6월부터 1900년 9월까지 27개월간 기록을 ‘상경일기’라는 개인 일기와 그 자세한 내용을 보완한 ‘도총’에 기록해 놓았다.

박기종의 ‘도총’은 2권으로 구성돼 당시 대한제국 외교 현안뿐 아니라 대한철도회사를 세워 자력으로 철도를 건설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일본으로 망명한 박영효의 귀국, 일본화폐 유통의 폐단 등에 대한 관료들의 물밑 대응과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 및 열강의 치열한 외교 정세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외부참서관 박기종의 업무는 외교 현안에 대해 대한제국 정부와 일본 공사 사이 의견을 조율하는 ‘주선자’ 역할이었다. 그는 일본 수비병을 조선에서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임을 알고 있었으나, 일본이 순순히 자기 생각을 받아들여 퇴각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이들을 도성 내에서 철수시켜 용산 만리창에 주둔하게 하고 2, 3년이 지나 조선 내에서 영원히 철수시키는 방안을 구상했다.

박기종의 용산 이전 계획은 대한제국 예산 부족과 독립협회 해산 등 내부 정치 문제 등으로 당장 실현되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러일전쟁(1904)을 치르기 위한 대규모 병력 주둔지를 필요로 하면서 일본군 용산 이전은 이뤄진다. 일본은 박기종과 협상 당시 군사기지로 예정했던 용산의 군기지 조성 공사를 마무리해 1906년부터 본격적으로 군대를 주둔했다.

이후 일본이 우리 국권을 침탈하고, 해방 후 미군이 용산기지에 자리 잡으면서 용산은 120여 년간 외국군대의 주둔지가 되었다. 박기종의 ‘도총’을 통해 용산기지 외국군 주둔 배경이라는 역사의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다. ‘도총’ 등 박기종 관련 일괄 유물은 후손을 통해 부산박물관에 기증되어 부산관 1층 기증전시실에 전시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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