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에 겪은 젠더(gender·性) 폭력이라 하더라도, 피해자는 세월에 아랑곳없이 황폐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은 지금도 일상에서 계속 일어난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에는 필진 10명이 참여했다. 이들 필진은 젠더 폭력에서 살아남은 10명의 생존자들이다. 이들 필진은 폭력 이후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앞날을 내다보며 글을 썼다.
이 책을 엮은 일다 출판사는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필진 10명이 생존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지닌 채 글쓰기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지난 삶을 직접 재구성해 풀어내는 점이다, 그 폭력 이후에도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된 피해와 저항과 생존의 이야기들, 즉 자신의 삶이다.” 책은 친족 아동 성폭력, 가정 폭력, 교제 폭력, 직장 내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 등 현대사회에서 종잡기 힘들 만큼 다양하게 일어나는 젠더 폭력 현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성폭력을 당하고서도 덮어버리고 살아간 경우,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투쟁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서는 “반항하지 않아서 당한 거야” “네가 더 조심했어야지”처럼 피해자에게 상처를 또 주는 주변 반응도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