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5일까지 동명대 갤러리서
- 달항아리·도자기 벽화·다기 외
- 마티스 오마주 10여 점도 선봬

질주하는 말 (馬)의 팽팽한 근육이 역동적이다. 말은 벽화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말이 달리는 곳은 광야를 떠올리게 한다. 거칠고 원시적인 흙빛은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흙에 불의 형상을 담아내는 ‘토흔(Tohheun·土痕)’ 작가 이종능(사진)의 작품 ‘자유로운 영혼Ⅱ’이다.

이종능 작가의 ‘자화상’. 작가 제공

이종능 작가는 “부산이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나가길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말이 달리는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저명한 중진 도예가 이종능의 독창적 흙의 세계 전시가 부산에서 펼쳐진다. 국제신문과 동명대는 오는 25일 부산 남구 동명대 갤러리(건축디자인관 2층)에서 ‘2030 부산 월드 엑스포 유치 기원 ‘불의 남자’ 이종능 도예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달항아리, 도자기 벽화, 다기 등 토흔 작품과 진사 도자기 약 80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세계적 거장 ‘앙리 마티스展’에서 전시한 오마주 작품 10여 점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종능 작가.

이종능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토흔’에 있다. 1200도 불 속에서 흙은 원래의 색을 잃고 유약의 색에 의존한다. 토흔은 산에서 갓 얻어낸 흙의 색과 질감을 유지하는 도예 기법으로, 40년 넘게 그를 1200도 가마 앞으로 불러내는 평생의 화두다.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흙은 곧 사랑입니다. 그리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 작가의 흙에 대한 철학이다.

1979년 지리산을 여행할 때 비 내린 산에서 물기를 흠뻑 머금은 무지개 빛 흙을 본 순간 그는 가슴이 뛰었다. 대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그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힘들더라도 즐거운 꿈을 꿀 수 있는 것, 내가 원한다면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인 ‘도공’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금도 제가 도공이라는 사실에 저는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종능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Ⅱ’. 작가 제공

이종능 작가가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그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대표 작가로 선정돼 도예 초대전을 열었고, 다큐멘터리 ‘동쪽의로의 출발’(2002) ‘도자기’(2006) 등에서 한국 도자기의 우수함과 깊은 아름다움을 알렸다. 2007년엔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을 갖는 등 국내를 넘어 미국 일본 두바이 러시아 등에서 전시를 열고 한국 도예의 정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작가는 한국 도자기에 내재한 한국인만의 독특한 미의식을 ‘비대칭의 소박미’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도자기는 부족함이 만들어낸 균형과 조화의 절제미, 단순한 소박미 그리고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아름다운 선만 살려내려는 꾸밈 없는 자세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친근한 아름다움이 있지요.”

그가 토흔과 달항아리 작품으로 표현한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다음 달 5일까지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