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은 감 떼 등살에 코 닿을 듯 늘어져서
땅 위에 내려놓고 허리 한번 펴고 싶다
조만간
된서리 맞고
돌아서야 깊은 홍시
오동통 살 오른 볼 저토록 붉어지려면
햇살 한 섬 바람 서 말 별빛 닷 되 눈물 한 동이
해마다
열리는 그리움
사람은 가고 없다
낮게 내린 도타운 가을볕에 감이 붉게 익어간다. 시인은 고향 집 마당에서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그리움을 소환한다. ‘떼 등살’이란 시어로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달린 감을 표현했지만, 감나무의 삶의 무게를 읊은 심경이 아프게 다가온다. 모진 비바람과 된서리 맞고 나야 단맛 깊은 홍시가 되는 것처럼 고난을 겪고 난 후 여물어지는 세상 순리를 노래한다.
해마다 열려서 풍상에 곱게 익는 붉은 감은 바로 그리움이다. 홍시처럼 살가운 그 사람들은 없어도 해마다 익어가는 그리움 한 입 베어 물고 싶다. 이 작품은 여성의 섬세함을 엿보게 하며 전원의 특성과 함께 향수를 자아내고 있다. 그리운 곳은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은 가고 없다’는 절묘한 마무리는 여운을 남긴다. 고향의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만한 풍경화 한 점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