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승업 일가와 무명 작가들 외
- 김홍도 작품 등 130여 점 선봬
조선시대 부산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미술문화를 꽃피웠다. 정선의 실경산수화, 김홍도나 신윤복이 구사했던 풍속화, 문인화가들이 그린 산수화 등 당시 중앙 화단에서 유행한 화풍이 부산에서도 그려졌을 정도. 변박 변지순 변지한 이시눌 등 조선 후기 그림을 전하는 화가만 20명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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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및 미국 개인소장 ‘농가월령도 12폭 병풍’. 부산박물관 제공 |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 두 가지. 당시 변방인 부산에서 미술이 발달한 이유와 유독 ‘변 씨’ 화가가 많은 이유다. 이러한 궁금증에 답을 주는 전시가 부산박물관에서 열린다. 조선시대 부산 화가의 회화 활동을 조명하는 국제교류전 ‘조선시대 부산의 화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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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호넨지(法然寺) 소장 ‘변박 필 유마도’. 부산박물관 제공 |
전시에는 부산에서 활동했던 화가와 김홍도 이의양 등 부산 화가에게 영향을 미쳤던 중앙 화가의 그림 등 국내외 여러 기관과 소장가가 보관하던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쾰른동아시아박물관 소장 ‘이시눌 필 서원아집도’, 일본 호넨지 소장 ‘변박 필 유마도’, 일본 지쇼인 소장 ‘조선서화병풍’, 후쿠오카시박물관 소장 ‘최북 필 묵매도’, 그리고 교토대박물관 소장 ‘조영석 필 송하안식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되는 작품들이다.
전시는 ▷제1부 변방에서 꽃피운 화명(畵名) ▷제2부 부산 화가들, 동래부의 회사(繪事)를 맡다 ▷제3부 한일 회화 교류의 중심지, 부산 ▷제4부 대일 그림 수출의 중심지 부산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조선 후기 부산 화가들은 동래부(東萊府)나 지역 엘리트의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리거나 일본을 대상으로 한 교역용 성격의 그림들을 제작했는데, 변방인 부산에서 중앙 화단의 유행을 발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본과 인접한 변경도시 부산은 한일 외교의 중심지였다.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일본과 문화, 경제적 교류를 위해 조선통신사 등 중앙의 화공들이 부산을 거치면서 지역 화가와 활발하게 교류했다. 아울러 정선 김홍도 김윤겸 등과 같이 부산의 해운대 몰운대 영가대 등 명승을 찾은 화가들이 많았는데 이때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 부산을 찾았던 중앙 화가의 작품은 3부 한일회화 교류의 중심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때 왕성하게 활동한 변박 변지순 변지한 등 변 씨 화가들은 모두 ‘밀양 변 씨’다. 박지원의 ‘허생전’에 나오는 숙종 때 조선 최고 부자 변승업의 일가다. 일본어 역관인 그와 중국어 역관인 그의 형제들은 중개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역관 집안인 변승업의 조카가 일본과 맞닿은 부산에 정착했고, 사대부가 없었던 부산에서 이들이 문화 주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중앙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유행을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수준이 높았던데다 이문에 밝았던 이들은 일본에 작품을 팔기도 했다.
이들의 주요 작품은 1부 변방에서 꽃피운 화명에서, 중앙 도화서 화원 및 부산 화가가 주축이 되어 펼쳤던 대일 수출용 그림 제작에 관한 내용은 4부 대일 그림 수출의 중심지 부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옥천(玉泉), 해옹(海翁) 등 자(字)나 호(號)만 알려진 무명의 부산 화가가 그린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부산박물관은 전시를 더욱 알차게 관람할 수 있도록 ‘큐레이터와의 역사나들이’ 행사를 문화가 있는 날인 오는 21일 오후 3시30분, 11월 25일 오후 4시에 약 30분간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교류전 ‘조선시대 부산의 화가들’은 오는 12월 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