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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커뮤니티 비프에서 만난 젊은 뮤직비디오 감독 노상윤

올해 커뮤니티 비프의 첫 매진 작품, 구름 관중 몰려

숱한 아이돌과 아티스트 감동시킨 '천재형' 영상 감독

부산의 중진 춤 예술인 하연화 씨와 함께 본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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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1. 커뮤니티 비프(Community BIFF)란 무엇일까?

답.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또 하나의 영화제! BIFF 속 같은 듯 또 다른 BIFF! 이렇게 생각하시면 된다. 10월 6일 시작해 13일까지 이어진다. ‘커비’는 남포동을 비롯해 부산 원도심에서 열린다. 올해는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주로 영화 상영과 행사가 있고, 인근 신창동 BNK 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 극장, 동광동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가세했다.

지난 10월 6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커뮤니티 비프의 ‘film by rohsangyoon’ 상영이 끝난 뒤 노상윤 감독이 관객과 대화(GV)하고 있다.
커비는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로 보면 된다.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되어 다른 이와 나누고 싶은 영화를 선정해 틀고,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초청해 이야기 나누며, 재미있는 행사도 함께 펼친다.

자매품으로 ‘동네방네 비프’(BIFF Everywhere)가 있다. 부산 전역 16개 구·군에 영화상영장을 만들었다. 부산시민공원(부산진구) 송도해수욕장 오션파크(서구) 일광해수욕장(기장군) 동래읍성광장(동래구) 다대포해변공원(사하구) 밀락더카멧(수영구) 북항 친수공간·차이나타운(동구) 엑스스포츠광장(영도구) 용호별빛공원(남구) 유라리광장(중구) 범어사(금정구) 사상인디스테이션(사상구) 온천천시민공원(연제구) 백양근린공원(북구) 강서체육공원(강서구) 해운대 이벤트광장(해운대구) 남포동 비프광장. 10월 6~13일. 무료.

동네방네 비프가 열리는 장소만 읊어봐도 BIFF가 한결 친근해진다. 커비와 동네방네 비프는 맥점(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세력을 펴거나 자리를 넓게 잡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하나의 지점-표준국어대사전)을 제대로 짚은 기획이다. 부산은 펄떡펄떡 뛰고 시끌시끌하고 누구나 함께 함께하는 그 무언가를 대체로 좋아한다. 온나, 온나! 요 앉아라! 같이 영화 보자! 아이고! 영화 틀기 전에 공연도 하네! 우와! 배우랑 감독이 직접 와서 인사도 하네! 이런 거. BIFF가 비로소 시민을 더 꼭 끌어안아 버린 것이다.

퀴즈 2. 올해 커비(커비는 2018년 시작했다)의 첫 매진 작품은 무엇일까요?

답. 지난 10월 6일 오후 2시 30분 롯데시네마 대영 1관에서 상영한 ‘필름 바이 노상윤’(film by rohsangyoon·감독 노상윤)

퀴즈 3. 노상윤은 누군가.

지난 10월 6일 부산 중구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열린 커뮤니티 비프 상영회에서 노상윤(오른쪽) 감독이 진행자 오세연 감독과 함게 관객과의 대화(GV)를 끝낸 뒤 객석을 향해 함께 인사하고 있다.
노상윤은 누구인가

답. 올해 52세가 된 나는 여기서 그만 무릎이 푹 꺾이는 기분이었다. 노상윤이 누구지?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 영화가 올해 커비 매진 1호라고? 커비 홈페이지 가서 찾아봤다. “엔시티부터 더보이즈, 아이브까지! 독보적인 영상미와 콘셉트로 아이돌 팬들에게 사랑받는 뮤직비디오 감독 노상윤. 그간 그가 연출한 뮤직비디오 중 몇 작품을 대표적으로 선보인다.” 아이브는 알겠는데… 음… 젊은 천재 영상감독. 뮤직비디오의 귀재라 … 커비를 총괄하는 조원희 영화감독이 이 작품 들고 오려고 무지 애를 썼다던데….

부산의 중요한 춤 예술가 하연화 씨에게 급히 전화했다. 그는 무대와 길바닥을 가리지 앉고 춤추고 안무하고 공연하면서도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품이춤과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고무를 이수했고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 과정에 있는 탁월한 춤꾼이자 춤 작가다. 노상윤 감독이 한국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와 영상에 높은 작품성을 담아 큰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데, 노 감독이 촬영한 많은 아이돌이 곧 K-pop(케이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해 세계를 휩쓸 것은 분명한 일 아닌가.

춤과 안무와 공연과 기획으로 평생 단련한 하연화 씨와 함께 이 작품을 보고 의견을 듣고 싶었다. 게다가 상영 뒤 노상윤 감독이 직접 무대에 나와 관객과 대화도 나눈다고 하지 않는가.

구름 관중이 몰리다

상영시간이 다가왔다. 입장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앳되고 차분한 인상의 여성 두 분이 내게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저, 혹시 노상윤 아버님 아니세요?” 내가 찾아본 자료에는 노상윤 감독이 1994년생으로 나와 있었다. 뜻밖의 질문에 놀라 얼른 답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뒤이어 “저는 오늘 이 현장을 취재하러 온 기자입니다”라고 보충설명을 하는 순간 그분들은 상냥한 미소를 남기고 이미 뒤돌아서 있었다. 노 감독 인기가 얼마나 높으면 ‘아버님’에게도 관심을 보일까 하고 생각했다.

‘구름 관중’이란 이런 걸까? 상영장은 관객으로 꽉 찼다. 모두가 젊은이였다. 무엇이, 배우가 아닌 ‘감독’에게, 이 많은 젊은이가 이토록 집중하게 만든 걸까?

일본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장편소설에서 이런 대목을 읽은 기억이 있다(소설의 제목과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는데, ‘만연 원년의 풋볼’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계의 시대에는 태어나면서부터 기계를 마치 제 몸처럼 다루는 젊은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건 노상윤 감독을 놓고 하는 말 같았다. 노상윤 감독의 뮤직비디오와 영상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특징은 카메라를 마치 자기 감각기관의 일부처럼, 그러니까 제 몸처럼 다룬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꼬집으면 자기 팔을 잡으면서 “아야!”라며 아파할 사람 같았다.

카메라와 음향과 파사체(사람)의 숨결을 다루는 역량·감각은 숨 막힐 듯했고 ‘이질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노 감독은 카메라가 자기 감각기관인 사람 같았다. 그래서 천재인가? 그렇게 상영시간 32분이 눈 녹듯 지나갔다. 관객과 나누는 대화(GV) 시간이 시작됐다.

‘성덕’ 오세연 감독 GV 진행
GV가 끝난 뒤 노상윤 감독이 몰려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GV 진행은 지난해 BIFF를 휩쓴(진짜다!) 다큐멘터리 ‘성덕’을 만든 오세연 감독이 맡았다. 내 생각엔 최고 수준의 진행 솜씨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질문을 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전부 젊은이들인 ‘구름 관중’이 끝도 없이 손을 들었을 뿐 아니라 사전에 이미 SNS 등을 통해 관객의 물음을 받아둔 터였다. 내게 올 질문 기회도 없었겠지만, 이 젊은이들에게 단 한 번의 기회라도 양보하고 싶었다.

20대의 천재형 뮤직비디오 감독이라…. 혹시 벼락출세한 벼락 천재 아닐까? 탁월하면서도 철은 좀 없거나 살짝 오만한 기운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천만에! 아니었다!

노상윤 = 나는 내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이 영역은 순수예술은 아니거든요. 많은 아티스트와 협업해야 하고 업계의 현실과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작업해야 하죠.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열망에 관한(그 열망을 표현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고요.

“이 악물고 버텼다”

노상윤 = 비결 말씀인가요? (약간 망설임) 사실 나는 이 현장에서 이 악물고 버텼습니다. 지금 시대에 별로 좋지 않은 표현이긴 한데요, 열정페이?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씬에 내가 들어왔을 때 현실은 그러했고, (이 업계에서는) 초반에는 자기 증명을 해내야 하는 것 같아요. 열정페이를 버텨라, 이런 말은 절대 아니고요. 어쨌든 저는 이 악물고 버텼어요. 그런 가운데서도 내 목소리는 내야 했고. 그래서 사실 제가 좀 많이 아파요. 이 업계, 힘듭니다.(웃음)

노상윤 = 정세랑 작가의 책을 꼭 읽고 나서 잠들곤 했어요. 지금도 정세랑 작가의 책을 곁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이렇게 알려주는 거예요. 정세랑 작가가 (SNS에서) 너(노상윤)를 팔로우하고 있어! 그 말 듣고 정말 좋았죠. 영화는 ‘아무도 모른다’를 정말 좋아합니다.(일본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005년 작품을 말하는 듯했다)

피사체 그 자체가 가장 소중

노상윤 =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요? 피사체입니다. 내가 찍는 대상의 눈빛, 마음, 컨디션까지 모두. (이 답변은 더욱 좋았다. 그는 ‘감독으로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피사체’라고 말했다.)

노상윤 = 촬영본이 망하면 (그 작품은) 살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후보정에서 어떻게 해볼게요, 하고 타협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나는 타임테이블을 잘 지킵니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최선의 촬영본을 담아내기 위해) 끝까지 갑니다.

오세연 감독이 물었다. “혹시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지요?”

결핍과 소수와 풍요

노상윤 = 각자에게 다들 결핍이 있지 않나요? 누구나 소수일 때가 있지요. 저도 그렇고요. (이 말을 듣고, 우리 사회에서 결핍을 심하게 느끼거나 소수가 될 때 또는 결핍을 가진 소수가 될 때 삶은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과정이 나만의 시선을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됐어요. 그것이 자신의 시선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다양성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하지 않은 시대인 것 같아요. 나는 나대로, 남을 존중하면서, 결핍이나 차이도 잘 캐어해주면서, 풍요롭게 살아요. 우리.“

부산의 중진 춤 예술인 하연화 씨. 사진가 박병민 제공
GV는 끝났다. 하연화 씨는 파란만장한 춤 인생을 살았다. 온갖 무대에 올랐고 작품을 짜고 안무를 하며 공연을 기획했다. 아마 그 핵심에 ‘표현’이 있을 것이다. 그의 춤 인생은 표현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가는 여정이다. “눈. 눈빛. 노상윤 감독의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들(피사체)의 눈빛이 참 놀라웠어요. 나는 그 눈빛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눈으로 자기의 세상을 보면서 산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살아있음의 표상이겠죠. 눈빛들이 모두 살아있더군요. 오늘 본 영상의 눈빛들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하연화 씨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우리 같은 춤꾼들이 보아도, 요즘 K-pop 아티스트, 한국의 아이돌은 춤을 정말 잘 춥니다. 얼마나 열심히 혹독하게 노력했는지 느낄 수 있어요. 그것이 세계에서 보편성을 띠면서 공감과 감동을 끌어내는 밑바탕이겠죠. 그런 이들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주는 노상윤 감독은 멋진 예술가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우리 춤 예술계, 공연예술계 또한 표현수단을 확장하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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