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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이 곧 근대이자 국민 삶의 총체” 나림 문학에 쏟아진 찬사

2022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그 특별했던 어느 가을날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0-03 19:11:5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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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후원 늘며 문학제 내실화
- 백시종 작가 “작품만 본 이병주”
- 하태영 교수 “법 관한 사유 깊어”
- 폭·깊이 뛰어난 그의 문학 조명

- ‘근대’ 알고자 했던 김윤식 선생
- 나림소설서 깨달은 일화소개 등
- 심포지엄서 ‘진전된 논의’ 나와

국제문학 심포지엄 마지막 순서로 단상에 오른 이는 사회학자이자 작가 송호근 서울대 명예교수였다. 그는 ‘작가 이병주·문학평론가 김윤식 회고’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분명히 인정하는 것은 있다. 폭과 깊이에 관해서는 나림 이병주를 넘어설 분이 안 계신다. 특히 작가분들 중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여기서 ‘폭과 깊이’란 문학·철학·사회과학을 아우르고 담아내는 역량을 뜻했다.
지난 1일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개최된 2022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행사가 모두 끝난 뒤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저서 200여 권을 낸 최고의 문학평론가) 김윤식(1936~2018) 선생은 왜 만년에 나림 이병주에게 매료됐을까?” 이는 김윤식 선생이 병상에 있을 때 법학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나눈 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안 명예교수가 쓴 ‘이병주 평전’ 등에 실린 그 대화는 이러했다. “한국문학사에 명멸했던 무수한 별들 중에 단 하나만을 고르라면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안경환) “한 사람만 꼽아야 한다면, 이병주를 택할 수밖에 없지! 그의 작품을 모두 모으면 곧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총체가 되거든.”(김윤식)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이병주국제문학상 수상자인 송 명예교수가 설명했다. “김윤식 선생이 평생 추적했던, 알고자 했던 건 ‘근대’였습니다. 제가 대학 신입생일 때 김윤식 선생이 첫 수업에 들어와 줄곧 침묵하다 칠판에 ‘근대란 무엇인가’ 딱 한 문장 써놓고는 나가버린 적도 있지요. 김윤식 선생은 나림 이병주 작가의 문학에서 육화(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뚜렷이 나타나게 함)된 근대 또는 근대의 육화를 본 것 같아요. 해결되지 않은 이념적 논의가 나림 작품에 가득하죠. ‘근대는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김윤식 선생은 답을 내린 듯해요.”

어렵고, 설명이 꽤 필요한 언급이지만 학술 심포지엄이란 원래 그런 자리 아닌가. 2022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행사의 하나인 이 심포지엄에서는 ‘진전된 논의’가 꽤 나왔다. 이는 이 문학제가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모름지기 문학제엔 이런 맛도 있어야 한다.

■ 발전 발판 마련한 큰 변화

올해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의 국제문학 심포지엄 모습.
Gns 경남스틸과 함께하는 2022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지난 1일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실로 오랜만에 온전하게 열렸다는 점 말고도, 올해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는 더욱 알찬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큰 변화가 있었다. 하동군과 경남도의 변함없는 후원으로, 이병주기념사업회와 KBS진주방송이 문학제를 주최한 가운데 국제신문이 올해부터 공동 주최 기관으로 참여했다. 이와 함께 BNK 금융그룹과 Gns 경남스틸이 올해부터 후원에 동참하면서 문학제 운영 기반이 한결 탄탄해졌다.

배재한 국제신문 사장과 이기수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문학제 ‘이병주기념사업회-국제신문 MOU 협약식’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협약서에 서명했다. 배재한 사장은 개회식 환영사에서 “나림 이병주 선생은 1958~1961년 국제신문 주필·편집국장으로 활약하며 국제신문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분이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1980년 강제 폐간된 국제신문이 그 아픔을 딛고 1989년 복간할 때도 큰 도움을 주셨다. 1947년 창간하여 올해 75주년을 맞은 국제신문의 오늘을 있게 한 분”이라며 더욱 활발한 기념사업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기수 공동대표(전 고려대 총장)는 “나림 선생 타계 30주기가 된 올해 이와 같이 뜻깊은 변화가 생겨 하동 횡천이 고향인 저는 기쁘기 그지없다”고 했다. 정영철 하동군 부군수, 이하옥 하동군의회 의장, 김구연 경남도의원 등도 참석해 경남도와 하동군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나림의 장남 이권기 경성대 명예교수는 유족 대표 인사말에서 “국제신문이 공동 주최로 더욱 적극적인 후원 활동에 나선 것을 선친께서 아신다면 참으로 기뻐하실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부울경을 아우르는 유수의 기업들인 BNK 금융그룹과 Gns 경남스틸이 문화예술 후원에 흔쾌히 나서면서 올해부터 이병주국제문학상의 대상 상금은 2000만 원(기존 1000만 원), 연구상과 경남문인상은 각각 500만 원(기존 각각 300만 원)으로 증액되는 등 발전 계기를 마련했다.

■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게 예술”

2022년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은 백시종 소설가, 연구상은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남문인상은 이기영 시인이 받았다.

백시종 작가의 대상 수상작은 장편소설 ‘황무지에서’이다. 대상·연구상의 심사위원단(임헌영 김인환 김언종 김종회 김주성)은 “작가 백시종은 김동리의 인간 구원과 김유정의 해학, 채만식의 서사성을 겸비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돋보인다. ‘황무지에서’ 또한 그만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백시종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바로 이런 면모가 이병주의 ‘근대성’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 회상이었다.

“나는 단편 ‘망망대해’로 1975년 제1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공동 수상했는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이병주 선생이셨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다른 작가 작품을 수상작으로 못박은 상황에서도 이병주 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나의 작품을 끝까지 추천해 공동 수상작이 되게 했다는 사연을 훨씬 뒤 알았다. 그 몇 년 뒤 뵙게 됐을 때 이 이야기를 꺼내니 아예 기억을 못하셨다. 자기 후배들 기르느라 의도적으로 상도 주고 관리도 하던 풍토였는데, 나림은 그런 데 일체 관심 없었다. 작품과 집필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태영 교수는 저명한 형법학자이다. 그는 법 사상 관점에서 대문호 이병주의 작품 10편을 조명한 책 ‘밤이 깔렸다’를 올해 4월 펴냈다. 심사위원단은 “‘밤이 깔렸다’는 법과 인문학의 만남을 꾀한 독특한 시도이자 형법학자가 본 나림 이병주 소설의 재발견이라 불릴 만한 성과물”이라고 평했다. 하태영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림은 법을 악력(握力)으로 장악하고 그 먹물로 글을 쓰신 분이다. 형사법, 형사절차, 법의 체계와 그 정신과 철학, 사형제도, 교도소 현실에 관한 사유까지 모두 깊다. 잊혀선 안 되는 작가다.” 그는 나림이 즐겨 인용한 철학자 노발리스의 문장을 소개했다.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 끝없는 나림

경남문인상 심사위원단(김종회 이달균 최영욱)은 이기영 시인의 시집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내일처럼 묻지’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불안한 자아의 닫힌 창을 열고 새로운 인격 형성을 향해 가고자 하는 의지를 시인 특유의 도회적 이미지로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이기영 시인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시 창작 공부만 8년째 하던 어느 가을 날 이병주문학관에 와서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를 본 기억이 뚜렷하다. 그때부터 11년이 흐른 오늘 이 상을 받는 것이 정말로 영광스럽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이 진행한 국제문학 심포지엄에서도 흥미롭고 뜻깊은 논의가 잇따랐다. 고승철 소설가, 임정연(안양대) 정주아(강원대) 교수가 주제발표했고 김용희(평택대) 신덕룡(광주대) 이혜진(세명대) 교수가 토론했다. 황미광 시인 김언종 김한상 전수용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림 이병주의 세계가 파도 파도 끝도 없는 산맥임을 증명했다.

▶후원: BNK금융그룹, Gns경남스틸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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