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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세상, 인간의 따뜻함으로 詩가 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 바람의 향기(하디 모하게흐/이란)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9-29 19:39:2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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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하게흐 감독·주연 네 번째 영화
- 장애를 지닌 남자와 사람들 이야기
세상이 삭막하고, 인간이 너무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 접하는 뉴스의 많은 부분이 그렇다. 인간의 선의가 아직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운 세태 속에서 ‘바람의 향기’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전기가 끊기면서 전력 담당자가 이곳을 찾는다.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며 이 마을 저 마을 다닌다.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적 전통을 이어받은 바람의 향기는 느리고 조용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등장인물들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거나, 장애물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심지어 하반신 장애를 지닌 남자는 가던 길을 돌아와 바늘귀에 실을 꿰지 못해 애먹는 노인을 돕는다. 누군가를 돕는 장면만으로 영화는 잊을 수 없는 풍경들을 만들어낸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준 꽃다발이, 마침내 전달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시가 되는 순간이다.

‘아야즈의 통곡’으로 2015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네 번째 영화로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았다. 숱한 영화가 세상의 비참함에 주목하는 동안 그 비참함을 이겨내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귀한 작품이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1979년 이란 데다쉬트 출생으로, 1990년 연극 분야에서 배우 및 연출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방송 분야의 배우 디자이너 조연출 등으로도 활동했고, 2010년에 텔레비전용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바르두’(2013)로 장편 데뷔했고, 두 번째 장편 영화 ‘아야즈의 통곡’(2015)은 2015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었으며 뉴 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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