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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56> 국민가수 나훈아

노래로 국민 웃고 울린 부산사나이 … ‘천상의 목소리’로 지친 삶 보듬어

  • 이동순 가요평론가
  •  |   입력 : 2022-09-18 19:38:5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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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량 태생, 마도로스의 아들
- ‘고향역’ ‘물레방아 도는데’ 등
- 2700곡 넘는 노래에 혼 녹여
- 관객과 호흡하는 최고 노래꾼

- 대중 사로잡은 구수한 사투리
- 독특한 창법·무대 매너로 유명
- 그 업적 기릴 정책 모색할 때

한 인물이 태어나려면 우주 기운의 집중이 필요하다. 그 집중의 시간은 번쩍이는 섬광과도 같은데 아주 짧은 시간에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공의 총체성이 마치 도장처럼 찍히고 움직이며 스며든다. 거기엔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의 원리도 함께 작용된다. 한번 찍힌 투영은 운명의 경로로 깊이 각인이 되고 이후 그 생명은 그것을 그대로 궤도 삼아 거기에 모든 것을 의탁하고 하나의 열차처럼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특유의 제스처로 노래하는 나훈아.
대중예술가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맡겨진 운명은 다리가 없는 강에 자신의 몸으로 교량역할을 해주는 월천공덕(越川功德)의 구실을 다해주니 그 자체로 훌륭한 삶이다.

농경시대에서 산업화시대로 건너가는 용틀임과 대혼란의 시대에서 한 대중가수의 노래는 사람들이 고통과 시련을 이겨가는 일에 큰 도움을 주었다. 부산 초량 출생의 나훈아(본명 최홍기·1951~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향역’ ‘물레방아 도는데’ ‘너와 나의 고향’ ‘머나먼 고향’ ‘가지마오’ ‘님 그리워’ ‘꿈속의 고향’ ‘사랑은 눈물의 씨앗’ 등등. 줄기차게 쏟아져 나오는 나훈아의 노래를 듣고 부르며 험한 세상의 파도를 이 악물고 이겨내며 오늘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것만 하더라도 대중가수 나훈아의 역할과 공덕은 넉넉하다.

‘골든히트 제1집’.
얼마나 크나큰 위로와 격려를 주었는가. 가장 힘들고 심신이 고단할 때 나훈아의 노래가 옆에서 벗이 되어 주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나훈아의 출생지가 부산이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이력이다. 그의 아버지가 외항선을 타고 다니는 마도로스였고,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량초등, 대동중학교를 다녔다. 부산의 공기를 마시며 성장했고 부산 토박이의 말씨를 그대로 습득했다. 수시로 큰 배가 드나드는 부산항 앞바다를 바라보며 먼 항로에서 돌아오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또 배웅했다. 부산의 많은 친구와 부산 뒷골목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통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입지를 쌓았다. 이렇듯 부산은 그의 터전이요, 환경이었으며 성장의 모태였다. 가수 나훈아의 존재성을 키워준 바탕은 바로 부산이었다. 오죽하면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와 같은 노래를 만들고 불렀을까.

‘사라라 라라라라라 라라 (3회 반복) / 세월이 가면 갈수록 기억은 희미하여도 / 막연히 그리워지는 사람들 / 보고파지는 사람들 /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 어릴 적 고향 사람들 / 늘어진 고무줄 팬티 하나 입고 / 기찻길 가로질러 가던 부두 / 팬티마저 아예 훌렁 벗은 채로 / 파도타기 하던 내 고향 / 사라라 라라라라라 라라 (3회 반복)/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2절)

‘사라라 라라라라라’의 대목에서는 나훈아 성장기에 부산 실루엣이 실감으로 살아나오는 듯하다.

1966년에 데뷔한 이래로 나훈아가 지금까지 발표한 곡은 무려 2700곡이 넘는다고 한다. 그 가운데 자신이 작사했거나 작곡까지 맡은 노래도 분량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일찍부터 싱어송 라이터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무대공연 중 자신이 작사나 작곡 어느 하나를 맡은 노래를 부를 때는 한 쪽 팔을 들었다. 작사 작곡 모두를 맡은 노래일 때는 두 팔을 번쩍 든다고 했다.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를 부를 때는 두 팔을 번쩍 들었으리라.

부산과 시민으로서는 이보다 더한 기쁨과 영광의 헌사(獻辭)가 어디 있을 것인가. 그만큼 가수 나훈아는 일찍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떠났지만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고향 부산을 언제 어디서나 잊은 적이 없다. 어쩌면 그의 대중예술의 모든 원천적 에너지는 부산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가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어떤 공연에서도 끈끈한 부산 토박이 말과 화법을 꾸밈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그게 관객들을 더욱 극적인 흥분으로 빠져들게 한다. 말끝마다 히죽이 바보처럼 순박하게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그의 웃음은 관객을 열광 속에 빠뜨린다. 나훈아는 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훤히 마음 속을 꿰뚫고 있다. 얼마나 약빠르고 눈치가 백단인 광대인지 관객의 기대심리를 먼저 앞질러 알고 있다. 그러기에 무대 위에서 대중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압도한다. 말하자면 대중과 더불어 혼연일체가 되고 대중을 온통 들었다 놓았다 하며 갖고 노는 것이다. 보통 수준이 아니다. 어느 재벌의 생일잔치 초대나 북한 공연을 단칼에 거부하고 가지 않은 것도 그의 명성과 가치를 증대시키는 일에 크게 일조하였다.

얼마 전 작곡가 백영호 선생 기념관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부산시가 나훈아의 존재감을 활용하는 일에 너무 소홀하다는 일치된 의견이 나왔었다. 부산이 배출한 대형가수 나훈아의 노래비가 아직 부산에 단 한 군데도 세워져 있지 않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뒤늦었지만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지역이 낳은 최고의 가수 나훈아를 기리고 현양하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가수 나훈아를 자주 고향으로 불러와서 성장기 옛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기는 커다란 무대공연을 자주 열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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