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지역성 담은 그림책 시리즈
- 이순신 장군 만나는 모험기 다뤄
- 게임적 요소 가미로 재미 더해

이쯤 되면 이 똘똘하고 의로운 어린이들의 활약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오만데 삼총사를 두고 하는 얘기다. 나대기·강보리·이어진, 초등학생 세 명이 뭉친 오만데 삼총사가 다시 출동했다. ‘오만데 삼총사의 대모험 2 - 이순신 장군과 임진년 영웅을 만나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김동미 일러스트레이터가 ‘오만데 삼총사의 대모험 2 - 이순신 장군과 임진년 영웅을 만나다’에 그린 그림. 순국 직전의 동래부사 송상현의 비장한 모습(왼쪽)과 부산포해전에서 왜적을 쳐부수는 이순신 함대의 장쾌한 전투 장면을 담았다. 함향 제공

‘오만데 삼총사의 대모험 1’ 시리즈 첫 책인 ‘황옥공주의 구슬을 찾아라!’가 나온 건 2010년 7월이다. 그때 어린이 독자를 위한 이 그림책 콘텐츠의 제작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배유안·김나월·이자경·곽수아·박미라,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저마다 개성 있게 작품세계를 쌓아가는 동화작가들이 협업을 통해 지은 동화가 ‘황옥공주의 구슬을 찾아라!’였기 때문이다. 이들 작가가 사는 도시 부산의 해운대 황옥공주상 이기대 신선대 오륙도 등지를 무대로 삼아 지역 특징을 살린 콘텐츠란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이번에 나온 제2권 ‘이순신 장군과 임진년 영웅을 만나다’는 제1권에 참여했던 박미라 동화작가가 글을 맡았다. 그림은 제1권에서 개성 있으면서도 독자와 잘 교감하는 화풍을 보여준 김동미 일러스트레이터가 다시 맡았다.

오만데(온데, 여러 군데를 뜻하는 경상도 말)를 누빈다고 ‘오만데 삼총사’란 이름을 얻은 세 어린이 어진·보라·대기는 항구도시 부산에 산다. 말씀하실 때마다 “와아!” “진짜!” “대박!”을 외쳐 학생들을 즐겁게 하는 선생님이 수행평가 주제를 발표한다. “이번 수행평가는 ‘우리 지역 주제 발표’예요. 와아!” 쉽지 않은 과제임을 직감한 아이들이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 오만데 삼총사에게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용두산공원을 조사하라는 과제가 주어진다. 셋은 빙그레 웃는다. ‘대모험 시즌 2’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용두산공원 입구에서 신비한 노점상 할아버지한테서 ‘윤도’(전통 나침반)를 산다. 이 동화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1592년 임진왜란 때로 시간여행(타임슬립)을 떠나는 흥미진진한 판타지 요소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임진왜란 때 왜적이 처음 쳐들어온 430년 전의 부산에서 백성과 나라를 위해 의롭게 왜적에 맞선 영웅을 찾아가 차례로 만난다. 부산진성의 정발 장군, 다대포성의 윤흥신 장군, 동래성의 송상현 부사다. 그것은 용두산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오만데 삼총사에게 낸 과제였다.

삼총사가 임무를 잘 해내자 이순신 장군 동상은 약속대로 1592년 음력 9월 1일(양력 10월 5일) 펼쳐진 부산포해전 현장으로 데리고 간다. 이 작품은 이야기를 단순하게 끌고 가지 않는다. 전통 나침반인 윤도가 여기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오만데 삼총사는 가는 곳마다 윤도에 새겨진, 의로움(올바름·義)을 나타내는 눈금을 100까지 채워야 한다. 작가는 게임 요소를 동화 속으로 들고 왔다. 이렇게 타임슬립과 모험 그리고 게임이 만나니 이야기에는 힘이 붙는다.

이뿐 아니다. 작가는 작품 속 부산포해전 장면을 제대로 그리고자 최고의 이순신 전문가로 꼽히는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에게 의견을 구하고 역사를 열심히 공부했다.

이순신 장군은 엄청나게 많은 왜군과 왜선이 모여 있어 우리 수군이 가기엔 매우 위험했던 부산포로 용감하게 쳐들어와 놀라운 대승을 거두고 왜적을 공포에 떨게 한다. 그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5일이 부산 시민의 날인 것도 이 동화책은 상세히 설명한다.

임진왜란의 여러 영웅을 되살려냈을 뿐 아니라 부산에서 탄생한 이순신 장군과 부산포대첩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이 책은 반갑다. 오는 22일 오후 6시 30분 부산역 앞 ‘창비부산’ 창작홀에서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