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 두려움 맞서게 해 준 작품
- 처음에는 감당할 자신없어 주저
- 연기 수단 삼아서 안 된다 여겨
- 실제 자폐인 모방하는 것 삼가
- 초등학교 때 장애 친구 교류
- 대학 시절 특수교육 수업 경험
- 진심 담은 우영우 연기에 도움
- 시즌2 한다면 더 큰 결심 필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도전의 두려움에 맞설 수 있게 해 준 작품이다. 영우가 낯설고 불편한 것을 뛰어넘어 해보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저에게 마법의 주문 같았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영우를 떠올릴 것 같다.” 지난 7개월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함께 하며 지냈고, 이제 우영우를 떠나보내는 박은빈의 말이다. 지난 두 달간 16부작 드라마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진 시청자들 또한 힘든 순간 우영우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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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를 연기한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
지난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다. 인지도가 낮은 신생 채널에서 방송된 탓에 첫 회는 0.9%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이 나며 10% 중반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마지막 회는 무려 17.5%라는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넷플릭스에서는 3주 연속 비영어권 TV 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는 인기와 함께 각종 이슈를 만들어내며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로 등극했다. 그리고 많은 시청자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정 이입할 수 있게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방송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배우로서는 살짝 무섭기도 했다”며 “우영우라는 인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또 응원하고 싶은 존재가 됨으로써 과연 우영우가 어떻게 세상을 마주하고 어떤 과정으로 나아가는지를 목격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다”고 드라마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그렇다면 ‘박은빈 외에 우영우를 연기할 배우를 떠올릴 수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은빈은 우영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쳤을까? 그리고 그녀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어떤 의미일까?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우 to the 영 to the 우’로 들어가 봤다.
■박은빈이 우영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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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지닌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생 채널에서 방송됐지만 17.5%의 시청률로 종영하며 많은 시청자의 인생 드라마가 됐다.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제공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은 “우영우 역할을 할 배우 많지 않다. 처음 박은빈 배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했을 때도 (박은빈이)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영우 역에 박은빈은 적역이었다. 하지만 유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우영우 역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았다. 박은빈은 “대본을 보면서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우로서 그 자리와 연기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제가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캐릭터라고 느꼈었고, 그랬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드라마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대본과 우영우가 박은빈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유 감독과 문지원 작가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는 위선적으로 이 역할을 대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꼭 해야 되는 일이라면 제가 나서서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 노력해보겠다고 결심했다”며 “출연 결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특히 목소리 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 낯선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씩씩하게 부딪치며 나아가는 우영우를 연기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배우라면 우영우를 연기하기 위해 자폐 장애인에 대한 영상이나 자료를 보며 연구했겠지만 박은빈은 다른 길을 택했다. 그녀는 “실제 자폐인 분들을 만나거나 영상 레퍼런스를 통해서 모방하는 길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실제 자폐인을 연기를 위한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배우로서의 도의적 책임 때문이었다. 박은빈은 “그 부분을 가장 조심했던 것 같다.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자폐인들의 대표가 될 수도 없고, 대변하는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세계관 속에서 실제 우영우라는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자폐인이 아닌)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우영우를 중심으로 아버지와 친구 동그라미, 한바다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로스쿨 동기이자 로펌 동기 최수연 변호사, 권민우 변호사, 송무팀 직원 이준호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 중 이상적인 상관인 정명석이나 우영우와 러브라인을 이루는 이준호 등은 실생활에서 볼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은빈은 “제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사람이 존재하는 데 있어서 불가능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어보았다. 왜냐하면 현실 세계의 사례를 들어서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 아닌가. 이 드라마 역시 이 캐릭터들을 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그것은 창작자의 자유라고 하겠다”며 “영우가 준호와의 사랑을 누군가는 비현실적인 희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영우가 보여준 사랑이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포용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우영우에 담은 진정성
박은빈은 우영우를 연기하면서 과거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발달장애인을 가슴에 담았다. 먼저 대학시절 고등학교와 연계해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한 체험활동을 했을 때 만나 친구였다. 박은빈은 “당시에 자폐 학생이었던 그 친구는 그림을 무척 좋아했었다. 그런데 제가 소통을 시도했을 때 전혀 반응을 해주지 않아서 당황스러웠었다. 사전에 교육받은 게 소통 방식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양 과목으로 특수교육과 장애인이라는 수업을 들었다”고 떠올렸다. 또 초등학교 시절 특수학급의 발달장애인 친구도 있었다. 그녀는 “미술이나 체육 같은 수업을 같이 받기도 했는데, 제가 학급회장이어서 그 친구 어머님께 연락을 드렸었다. 어머님이 덩치 큰 친구와 애틋하게 다니던 모습이 항상 제 마음에 남아 있었다”고 회상했다. 두 친구와의 인연은 잠시였지만 박은빈은 ‘혹시 이들이 우영우를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 마음은 진정성 있게 우영우를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우영우를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배우에게 중요한 액션과 리액션이었다.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대사를 하거나 리액션 방식이 달라야 했던 것이다. 박은빈은 “영우는 공감 능력이 없거나 사회에 무신경한 것이 아니라 반응양식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다. 상대 배우 눈을 마주치지 않고 연기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조금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였기 때문에 법정 용어를 비롯한 대사량이 무척 많아 애를 먹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과연 우영우 톤으로 많은 대사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 같다. 그런데 1, 2회에 해내니까 대사량이 점점 많아지더라”며 웃었다.
김밥을 세로로 먹는 설정과 우영우 인사법도 화제를 모았다. 먼저 김밥에 대해서는 “원래 젓가락질을 잘한다. 그런데 소근육 발달이 더뎌 있다는 설정이어서 평소 젓가락질과 다르게 하다 보니까 김밥을 떨어뜨리지 않고 먹기가 세로가 더 편했다”고 말했다. 우영우 인사법은 “원래 대본에는 ‘동그라미 라미, 우영우 영우’라고 쓰여있었는데, 그것을 동그라미 역의 주현영 씨가 더 발전시킨 것”이라는 후일담을 전했다.
한편 많은 이들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즌2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박은빈을 빼고 시즌2를 생각할 수 없을 터. 그녀는 “시즌2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 제가 이 작품 출연을 마음먹을 때까지 여러 고민이 있었듯 기대에 부응할 만한 후속작을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결심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우영우가 마지막에 느낀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나서 더 좋은 변호사의 길을 걸을 것 같은데, 그 상상이 굉장히 행복하다”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