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9년 작품 ‘영가대’ 시작으로
- 산업화·민주화 시대 작품까지
- 연대별 4개 주제 50여 점 선봬
부산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딛고 성장한 도시다. 일제시대 수탈 전진기지이자 한국전쟁 피란도시였고, 산업화 시기 ‘월남특수’를 가져다 준 베트남전쟁 파병부대 환송지이기도 했다. 1970년대엔 유신철폐를 외치며 시민과 학생이 거리로 뛰어들었던 민주화운동의 성지다. 작가들은 이러한 사회상을 화폭과 렌즈에 담아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도시 부산의 출현과 성장의 역사 속에서 ‘부산미술’을 새롭게 꿰어보는 소장품전 ‘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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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신출의 ‘영가대’(왼쪽)와 한상돈의 ‘방직여공’.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는 인간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변화시켜나간다는 점과 미술작품 역시 순수미술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인간의 생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부산의 역사와 미술 또한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전시장에 선보이고자 한다. 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부산미술 작품 중 제작연도가 가장 이른 우신출의 1929년 작품 ‘영가대’부터 가장 최근작인 이창운의 2018년 작 ‘편도여행’에 이르기까지 90여 년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50여 점을 ‘근대 도시 자본주의 국가 역사’라는 주제어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연대별 4개의 소주제로 나눠 구성했다. 우신출의 ‘영가대’, 양달석의 ‘판자촌’, 최종태의 ‘침묵의 대화’, 이혜주의 ‘무제’를 중심에 두고, 크게 ▷식민도시 부산 ▷귀환과 피란의 부산항 ▷전쟁특수와 산업화 ▷부마민주항쟁과 노동자투쟁으로 주제를 세분했다. 학예사는 “각각의 사건은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발전과 모순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나타나고, 어떤 단계에서는 특정한 문제의식이 폭발적으로 분출돼 새로운 역사로 나타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으로 들어서기 전 로비엔 이번 전시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잘 담긴 다섯 작품을 먼저 만나게 된다. 세계열강의 패권 다툼 내부에 놓인 한국 근대화 물결의 속성을 나타낸 조형섭의 ‘근대화슈퍼’, 미국과 미국에 의해 강제된 한국사를 되돌아보는 전준호의 ‘우리는 믿는 신 아래’ 등 근대화라는 상품과 이식된 욕망, 국가 지배의 긍정성과 부정성, 역사의 각 단계가 이룬 발전과 모순의 정반합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전시장에는 작품과 함께 관련 자료와 연표를 중앙에 배치해 부산미술의 역사적 맥락을 읽기 쉽도록 만들었다. 특히 각 소주제별로 사학자 경제학자 노동운동 전문가 인터뷰 영상 3편도 함께 상영돼 전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유도한다. 전시는 오는 10월 1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