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

패션 사진가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오중석 작가가 꽃과 하늘 등을 소재로 한 독창적 순수 작업 세계를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다.

오중석의 ‘ Flower#99’.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는 오는 23일까지 오중석 사진전 ‘Continuity of Time: 시간의 연속성’을 개최한다.

광고 영화 음반업계의 러브콜을 받는 작가가 상업사진의 틈틈이 찍은 꽃과 다양한 풍경, 그만의 독창성을 지닌 순수사진 작업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부산에서 처음 개최되는 그의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 시리즈인 ‘꽃’을 비롯해 1950~1960년대 필름을 자신만의 사진으로 재탄생시킨 시리즈 등 신작을 포함한 3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꽃은 피었다가 지는 과정의 시간이 길지 않고 만개한 순간은 더욱 짧다. 꽃을 표현하는 작업은 인내로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협업으로 진행되는 광고촬영이 물 흐르듯 막힘 없이 진행되는 일상이라면, 오롯이 홀로 집중하는 순수작업은 번뇌와 좌절의 반복을 경험하면서 더욱 애정하며 붙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 작가는 오랜 시간 꽃을 찍어온 만큼 전시에선 종류와 형태 색감 표현방식 등에서 다양한 꽃을 선보인다. 꽃 자체를 담담하게 드러내거나 마이크로 렌즈로 극사실적 묘사를 하기도 하며, 빛이 투영된 꽃을 담거나 컬러를 흑백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작품 ‘Flower#99’는 임의로 잉크를 두텁게 올린 인화지를 반대로 세워 촬영한 작품으로, 마치 꽃잎이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 느낌을 선사한다. 잉크가 완전히 건조되기까지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작가는 흥미롭게 느꼈다.

전혀 다른 방식의 시간에 대한 작업 시리즈도 전시된다. 1950~1960년대 오래된 필름을 직접 수집해 자신만의 톤을 입히고, 다양한 트리밍을 시도해 재가공한 연작이다. 단순히 옛 것을 되살리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비친 과거의 풍경을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화면으로 재구성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반세기동안 관리되지 못한 필름을 살려내고자 고해상도의 화면에서 먼지를 지워내고 톤을 만들어 가는 작업은 고된 수행의 과정이자 타인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