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살맞은 캐릭터 삽화도 매력

변두리 야트막한 산 아래 낡은 기와집에 탐정 사무소가 차려졌다. 이름은 ‘기량 탐정 사무소’. 주인공 기량은 평범한 남자 아이 모습이지만 사실 100살 먹은 호랑이다. 어느 날, 아무도 오지 않는 이곳에 첫 번째 의뢰인이 찾아왔다. 하얀 소복에 산발한 물귀신 선생님은 물을 뚝뚝 흘리며 부탁했다.

기량탐정사무소 본문. 주니어김영사 제공

“학생인 드라큘라 백작의 송곳니가 부러졌어요. 24시간 안에 붙여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교실에서 송곳니가 사라진거죠. 기량이 학교에 와서 찾아줄 수 있나요?”

호랑이 가문 후손인 기량 탐정은 무시무시학교에서 송곳니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동화작가 선시야의 등골이 오싹해지는 추리동화 ‘기량 탐정 사무소1- 드라큘라의 사라진 송곳니’(사진)가 출간됐다. 동화 속 기량은 함부로 범인을 단정하지 않고, 세심한 관찰로 모두가 놓친 현장 속 작은 요소를 발견하며 추리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그러다 자칭 꽃미남, 천재인 기량이 작은 칭찬에도 좋아서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은 어린이 탐정 캐릭터로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밤 12시에 등교하는 무시무시학교엔 드라큘라 구미호 마녀 야광귀 미라 등 온갖 귀신이 학생으로 등장한다. 이름만 들으면 무시무시한 귀신이지만 수업이 끝나면 뛰놀고, 가끔은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에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기량 탐정도 처음엔 학교가 낯설고 오싹한 기분을 느끼지만, 금세 정이 들어버려요.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나와 다른 누군가를 구분 짓지 말고 한번 다가가 보길 바라요.”

추리동화 ‘기량 탐정 사무소’의 또 다른 매력은 그림이다. 다양한 귀신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는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와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다채롭게 판면을 활용한 만화컷과 말풍선은 실제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는 듯 추리 동화를 읽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선시야 작가는 2018년 ‘수리와 문제집 속 친구들’로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2016년 ‘용기 충전소’로 동서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엔 ‘스티커 탐정 컹크 1. 황금 메달과 덜컹 버스’로 서울 문화 재단 책 지원 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