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혹했던 역사 현 시각서 비춰
-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 넋 달래
- 오키나와 전후문학 특징 선명

오시로 사다토시(73)는 ‘오키나와 작가’다. 그의 소설집 ‘저승의 목소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오키나와를 덮친 비극을 탁월하게 형상화했다. 한국 독자는 역사가 빚어낸 슬픔을 담은 문학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제주 4·3, 6·25 한국전쟁, 군부독재, 5·18 광주 같은 역사의 격랑을 견뎌내며 여기까지 온 나라가 한국이다 보니, 역사 속 아픔과 슬픔은 낯익은 소재다. ‘저승의 목소리’는 그런 ‘한국 독자’로서도 읽는 내내 정신이 얼얼하고, 연신 ‘이럴 수가 있나…이럴 수 있나’ 하는 탄식을 흘리게 하는 절실하고 슬픈 이야기를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 전투를 기록한 사진. 위키피디아

오시로 사다토시는 ‘오키나와 전후문학’ 특징을 이렇게 밝힌다. “첫 번째는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항상 윤리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는 것, 두 번째는 오키나와 전쟁의 비극을 계승해나가기 위해서 죽은 사람들의 말을 주워 왔다는 것, 마지막으로 공통어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 문학 표현에 토지의 말, 이른바 지방어인 ‘시마고토바(오키나와 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과 도전을 계속해 왔다는 것 등이 있다.”(작가의 말) 이 책에 실은 소설 3편은 그런 오키나와 전후문학의 특징을 선명히 보여준다.

‘저승의 목소리’는 억울하게 죽어 이승을 떠도는 영혼이란 ‘마부이’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 광풍에 어이없고 잔인하게 희생된 숱한 오키나와 사람 넋을 달랜다. ‘게라마는 보이지만’은 참혹했던 집단자살을 오늘의 관점에서 비춘다. 오키나와 주민이 진군해오는 미군에 대한 두려움과 일본 군부가 강요한 ‘항복하느니 자결하라’는 방침 탓에 아빠가 엄마와 자녀를 수류탄과 낫과 돌로 죽이고 자신도 죽는 집단자살로 내몰렸다. ‘1945년 비통한 오키나와’는 죽은 사람들의 입을 빌려 전쟁 참상을 드러낸다.

이 소설집은 소리 높여 외치지 않고 조용조용 얘기한다. 그런데 읽고 나면 전쟁의 잔인함과 허망함, 전쟁을 부추긴 세력에 대한 분노, 비극 속에 죽어간 이들에 대한 연민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정신이 얼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