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내전으로 한국에 온 예멘인 난민신청자를 놓고 청와대 국민청원 웹페이지에 글이 올라왔다. 일부를 보면 이렇다. “유럽과 다른 선진국은 난민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할 역사적 선례가 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이 난민을 받아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병수의 ‘하강의 소실점’. 공간 힘 제공

부산 수영구 공간 힘이 난민법 관련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전시로 풀어냈다. ‘존경하는 ( ) 여러분’을 오는 17일까지 선보인다.

전시는 2018년 예멘인 난민신청자와 2021년 아프간 특별기여자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상반된 반응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정부 수송 작전을 통해 국민 환영 속 입국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390명. 앞서 예멘인 난민신청자 484명 가운데 단 두 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것과 사뭇 다른 결과다.

‘존경하는 ( ) 여러분’은 과연 한국은 난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강주영 큐레이터는 “2018년 한국의 무기 수출 순위는 세계 6위, 수입은 세계 7위였다. 주요 방산 수출 분야는 항공·유도, 화력, 탄약, 기동 등이다”며 “누군가가 생존을 위해 이 먼 곳까지 오는 동안, 어떤 이들은 무기를 팔면서 돈을 번다. 한국은 다른 국가의 분쟁에 가담하면서 난민은 수용하지 않는다”며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참여작가 이병수 박민하 정여름METASITU의 작업은 한국과 UAE, 이스라엘에 관한 아카이브와 함께 제시된다. 미사일 발사대에서 벙커이자 상품이 된 미사일 사일로를 다룬 이병수의 ‘하강의 소실점’,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서 발견한 군사적 속성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탐구하는 ‘이중거울논고’와 ‘전략적 오퍼레이션-하이퍼리얼리스틱’ 등 난민 수용 문제를 다각도로 조망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