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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7> 당당하고 품격있는 백자 항아리

52.6㎝ 큰 키와 힘들어간 어깨… 꾸미지 않은 순백의 곡선미 압권

  • 임수진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2-07-03 19:08:1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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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부산박물관에 보물이 하나 늘었다. 기증 46번 ’백자 항아리(白磁 大壺 ·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1978년 부산박물관 개관 당시 최초로 기증받은 유물 가운데 한점이다.
당당하고 품격있는 자태로 부산박물관의 기증실을 한층 빛내주고 있다. 부산박물관 백자 항아리는 왕실도자기 가마인 관요에서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이다. 이 도자기는 당시 관요 백자의 제작 기술이 완숙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백자 항아리는 외형상 입호(立壺)와 원호(圓壺)로 나뉜다. 입호는 비교적 키가 크고 몸체의 무게중심이 어깨 부분에 있다. 반면, 흔히 달항아리라 불리는 원호는 무게중심이 몸체 중앙에 있다. 부산박물관 소장 백자 항아리는 높이가 52.6㎝에 달하는 대형의 입호로서 일체의 장식이나 문양이 생략되었다. 이 도자기는 좌우가 약간 비대칭을 이룬다. 대형 항아리 제작 시 큰 사발 2개를 위아래로 맞붙여 접합하므로 가마에서 구울 때 그릇의 수축률이 달라진다. 약간 일그러지고 좌우가 비대칭인 모습으로 완성되지만 이런 형태가 자연스럽다.

백자 항아리의 큰 키와 어깨는 보는 이를 압도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단아한 기품을 느끼게 한다. 문양 없이 그대로 드러난 태토의 색감은 여백이 주는 미감을 고조시킨다. 청화백자와 철사백자에 비하면 화려한 기교는 없어도 순수함이 주는 깊은 아름다움 있다. 순백의 바탕 위에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 또한 대형 백자의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문양이 없는 점, 부정형의 형태, 유약 빛깔 등 여러 특성들을 통해 다채로운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즉 빛에 따라, 보는 방향에 따라, 감상자의 기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준다. 팔방미인같은 매력을 발산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빼앗는 것이다.

현재까지 보물로 지정된 백자 항아리는 8점이다. 2016년 지정된 서울 청진동(피맛골) 출토 백자 항아리 3점은 부산박물관 소장품과 매우 닮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점도 많다. 부산박물관 백자 항아리는 구연부 단면이 각진 형태로 어깨에서 몸체로의 연결이 보다 부드럽고 완만하다. 청진동 백자 항아리는 구연부가 둥글고 높이 35.5㎝로 그 크기가 훨씬 작다. 그래서 청진동 백자 항아리는 한자로 백자호(白磁壺), 부산박물관 소장품은 백자 대호(白磁 大壺)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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