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해녀와 잠수부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속담이다. 저승과 이승을 왕래할 정도로 거친 바다와 싸우며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부산박물관에 소장된 투구식 잠수기의 의미를 잘 설명해주는 구절이기도 하다. 투구처럼 생긴 이 잠수기는 부산 영도구 대성철공소에서 제작된 것으로, 바다를 끼고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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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구식 잠수기. 부산박물관 제공 |
나잠어업과 잠수기 어업은 사람이 바다 깊은 곳으로 직접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어업이다. 해녀처럼 산소공급 장치 없이 해산물을 캐내는 어업을 ‘나잠어업’이라고 한다. 반면 ‘잠수기 어업’은 작업자가 선박에 잠수기를 설치하고, 선상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해산물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잠수기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잠수부’ 또는 속된 말로 ‘머구리’라 부른다. 남성 잠수부가 주를 이루지만 간혹 여성 잠수부도 있다. 이 어업에서는 잠수부의 능력에 따라 어획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잠수부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1870년대 일본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중요한 어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과 근접했던 부산에서도 나잠업뿐만 아니라 잠수기 어업도 성행했다.
잠수기 어업 초기에는 잠수부가 투구 모양의 잠수기를 쓰고 연결된 호스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작업을 했다. 동합금 재질로 만들어진 이 잠수기는 정면에 유리를 끼워 물속에서도 안전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좌·우측 귀 부분은 유리에 격자무늬 철판을 덧대어 빛과 소리가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뒷면에는 산소공급용 관과 감압(減壓) 시 공기를 배출하는 관이 달려있다. 아래 쪽에는 금속 태그가 나사로 고정되어 있는데, 제작처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태그에는 ‘각종 잠수기 잠수복 제작 김해표 대성철공소 실용 특허 제1379호 미장특허 제1454호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2가 196’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 투구식 잠수기의 무게는 약 17㎏에 달한다. 기술의 한계도 있겠지만 깊은 바닷속의 부력을 이겨내기 위해 무겁게 만들어졌다. 여기에 납으로 만든 벨트까지 맸으니 그 무게가 상당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해녀보다 산소공급 장치를 착용한 잠수부가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잠수부는 해녀보다 훨씬 깊은 수심에서 철제 잠수기 장비를 착용하고 일을 한다. 게다가 장시간 작업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매우 높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근현대기 잠수부는 해녀와 더불어 우리나라 수산업의 역군으로 활약했다. 1990년대 기존 잠수 장비보다 가벼운 것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투구식 잠수기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었다. 이 투구식 잠수기는 우리나라 근대 어업방식과 잠수부의 직업사를 알 수 있는 자료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